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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왜 안 갚아”... 차철남, 中 동포 형제 차례로 살해

조선일보 시흥=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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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0만원 왜 안 갚아”... 차철남, 中 동포 형제 차례로 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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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주인과는 ‘형님’이라 부르며 10년 왕래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시흥 흉기사건의 용의자인 차철남이 19일 경찰에 긴급체포돼 경기 시흥경찰서로 압송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 시흥에서 오랜 이웃이던 중국 동포 형제를 차례로 살해하고, 이틀 뒤 집주인 등 주민 2명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중국 국적의 차철남(55)씨가 “빌려준 돈 3000만 원을 갚지 않아 앙심을 품고 범행을 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번 사건을 계획적인 강력범죄로 보고, 피의자 신상공개 여부를 검토 중이다.

20일 경찰에 따르면, 차씨는 지난 17일 오후 4시쯤 “술 한잔하자”며 중국 국적 A씨를 자신의 집으로 불러들인 뒤,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살해했다. 이후 약 1시간 뒤 A씨의 동생 B씨를 찾아가 같은 수법으로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두 피해자 형제는 차씨와 평소 가깝게 지낸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차씨는 피해자들의 시신을 각각 살해 장소에 방치한 채 현장을 떠났다. 경찰 조사에서 차씨는 “2013년부터 형제에게 여러 차례에 걸쳐 3000만 원을 빌려줬지만 돌려받지 못해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차씨는 또 지난 19일 오전 9시 34분쯤 시흥 정왕동의 한 편의점 앞에서 평소 알고 지내던 60대 여성 C씨를 흉기로 찔렀고, 같은 날 오후 1시 21분에는 편의점과 2km 정도 떨어진 체육공원에서 자신의 집주인 D씨에게도 흉기를 휘두른 혐의도 받고 있다.

차씨는 이 범행 이후 경찰에 체포됐다. 그는 경찰에 “C씨가 평소 험담을 했고, D씨는 나를 무시했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두 피해자는 현재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차씨는 형제에 대한 살인은 계획적으로 저질렀다고 시인했지만, C씨와 D씨에 대한 공격은 우발적인 범행이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감시 카메라 영상 분석 및 탐문 수사를 통해 전체 사건이 사전에 계획된 범죄인지 여부를 면밀히 수사 중이다.


이 과정에서 범행에 사용된 망치와 흉기는 이달 초 미리 구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흉기을 수거했지만, 형제 살인에 사용된 망치는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 또한 범행 당시 이용된 차량은 현재 차씨가 살던 정왕동 주택가 인근에 방치된 상태로 확인됐다. 경찰은 차량 내 추가 증거물이 있는지 여부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피의자와 피해자들 간에 과거 경찰 신고 이력은 없었고 차씨는 조용한 성격으로 이웃들과 무난한 관계를 유지해왔다는 등 주변인의 증언도 이어지고 있다. D씨의 부인은 “다혈질 같은 면은 있긴 했지만, 큰 시비는 없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현장 인근에서 가구점을 운영하는 김모(66)씨는 “집주인 D씨와 알고 지낸 지 30년이 됐는데 그런 일을 당할 이유가 없는 사람”이라며 “D씨는 법 없이도 살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칼을 맞는다면 대한민국에 살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되겠나”라고 말했다. 또 김씨는 D씨가 세입자들과 마찰이 생기는 일도 일절 없었다고 증언했다.


경찰은 현재 프로파일러 면담을 통해 차씨의 사이코패스 성향 여부 등 정신적 특성도 분석할 예정이다. 경찰은 “차씨에 대해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범행의 중대성과 사회적 불안 유발 여부 등을 고려해 신상공개를 검토 중이다.

한편, 차철남은 1997년 한국에 처음 입국했으며, 2012년부터 시흥 정왕동에서 보증금 50만 원, 월세 20만 원짜리 단독주택에 거주하며 일용직 노동 등으로 생계를 이어왔다. 특히 집주인 D씨를 ‘형님’이라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시흥=김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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