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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류영석 기자 =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이달 들어 불과 보름 사이 벌써 3조원 가까이 불어난 가운데 18일 서울의 한 시중은행 앞에 대출 상품 관련 홍보 입간판이 세워져 있다. 이날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천827억원으로, 4월 말(743조848억원)보다 2조8천979억원 많다. 증가 속도가 월말까지 그대로 유지된다면, 이달 전체 증가액은 약 5조8천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2025.5.18 ondol@yna.co.kr |
금융위원회가 하반기부터 3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시행한다. 연봉 1억원을 받는 차주는 은행 대출 한도가 3000만원 이상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20일 금융당국이 발표한 '3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방안'에 따르면 7월 1일부터 전 금융권 주택담보대출·신용대출·기타대출(카드론·주택 외 담보대출 등)에 1.5% 스트레스 DSR을 부과한다. 스트레스 DSR은 미래 금리 변동 위험을 반영해 대출 금리에 스트레스 금리를 부과해 대출한도를 산출하는 제도다. 스트레스 금리는 실제 대출금리에 반영되진 않지만, 대출 한도를 축소하는 효과가 있다.
금융당국은 급격한 대출 한도 축소로 인한 실수요자 어려움 등을 고려해 3단계에 걸쳐 단계적으로 제도를 시행해왔다.
작년 2월 은행권 주담대에 0.38%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1단계 조치를 도입한 이후 작년 9월 은행권 주담대·신용대출 및 2금융권 주담대에 0.75% 스트레스 금리를 적용하는 2단계 조치를 시행했다. 단 은행권 수도권 주담대에는 1.2%로 스트레스 금리를 상향 적용해왔다.
오는 7월 1일 3단계 스트레스 DSR이 시행되면 전 금융권 주담대·신용대출·기타대출에 1.5% 스트레스 금리가 붙는다.
금융당국의 시뮬레이션에 따르면 연 소득이 1억원인 사람이 30년 만기, 연 4.2% 금리 혼합형(5년 고정+이후 변동금리), 원리금 균등상환 조건으로 주담대를 받는다고 가정할 경우 2단계 적용 시 한도는 6억3000만원이지만, 3단계에서는 5억9000만원으로 약 3300만원(5%)이 줄어든다.
같은 조건으로 변동금리 상품을 이용할 경우 5억9000만원에서 5억7000만원으로 1900만원(3%), 주기형(5년 주기로 금리 변경)은 6억5000만원에서 6억4000만원으로 1800만원(3%)으로 한도가 깎인다.
스트레스 금리가 적용되지 않았던 때와 비교하면 변동형 경우 기존 6억8000만원을 대출받을 수 있었지만, 3단계에서는 5억7000만원으로 1억원 가까이 한도가 줄어든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연봉이 5000만원인 차주가 동일 조건(30년 만기, 대출금리 4.2%, 원리금균등상환)으로 대출받은 경우를 가정하면 변동형과 혼합형, 주기형은 각각 1000만원, 1700만원, 900만원 가량 한도가 줄어든다.
신용대출도 금리 유형과 만기에 따라 2단계 대비 차주별 대출한도가 100만~400만원가량 감소하게 된다.
연봉 1억원인 차주가 5년 만기, 만기일시상환, 대출금리 5.5% 조건으로 신용대출을 받을 경우 변동형 금리 이용 시 2단계 대비 400만원(1억5천200만→1억4천800만원), 고정형 금리 이용 시 300만원(1억5천400만→1억5천100만원) 한도가 줄어든다.
다만 3단계 조치에서 지방 주담대는 제외하고, 2단계 스트레스 금리인 0.75%를 올해 말까지 적용하기로 했다. 최근 지방 건설경기가 악화하고, 주담대 신규 취급액에서 지방 주담대가 차지하는 비중이 감소하는 점을 감안한 조치다.
신용대출 1억원 미만도 실수요나 생계형 자금까지 지나치게 위축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이번 스트레스 DSR 적용 대상에서 빠졌다.
스트레스 DSR 3단계 시행이 금리 인하기에 가계대출 속도를 제어할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금융당국이 가계대출 관리 강화 기조를 이어오고 있지만 금리 인하기에 접어든 데다가 연초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이후 급증했던 주택거래량이 시차를 두고 반영되면서 가계대출 '불씨'가 다시 살아나는 모습이다.
지난 달 전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조3천억원 늘면서 작년 10월(+6조5000억원) 이후 6개월 만에 최대 증가 폭을 기록했다.
이달에 가계대출 증가 속도는 더 빨라지고 있는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만 보름새 3조원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인하기에 접어들면서 대출자 부담이 줄어든 데다가 7월부터는 스트레스 DSR 3단계 적용으로 한도 축소가 예고된 상황이라 '막차 수요'까지 몰리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의 가계대출 규제가 하반기 주택 가격 상승과 대출 급증을 막지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발표한 4월 주택가격전망지수는 108로 전월보다 3p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해 11월(109) 이후 최고치다. 주택가격전망지수는 현재와 비교한 1년 후 전망을 반영한다. 이 지수가 100을 웃돌면 집값 상승을 예상하는 소비자 비중이 하락을 예상하는 소비자보다 더 많다는 뜻이다.
금융당국은 금융권과 월별 가계대출 한도 관리 등을 통해 급격한 대출 쏠림을 막겠다는 입장이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스트레스 DSR은 특히 금리 인하기에 차주 대출한도 확대를 제어할 수 있는 '자동 제어장치'로서의 역할을 하는 만큼 앞으로 제도 도입 효과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가계부채 증가세가 잡히지 않을 경우 추가 조치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된다.
은행 자본규제상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를 상향조정하는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 될 수 있다.
금리인하에 따른 가계부채 급증세에 대비해 내부 등급법상 신규취급 주택담보대출 위험가중치 하한인 15%를 상향 조정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통상 주담대는 안정적인 대출로 분류돼 위험가중치를 낮게 적용해 왔는데, 이를 상향 조정할 경우 은행들은 자본 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가계대출을 줄이게 된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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