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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와 부인로산젤라 다 시우바 여사. /로이터 연합뉴스 |
브라질 영부인이 최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면전에서 중국계 글로벌 동영상 플랫폼 틱톡을 비판한 것으로 파악됐다.
20일 블룸버그통신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에 따르면, 브라질 대통령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시우바의 부인 로산젤라 다 시우바 여사는 지난 13일 중국 수도 베이징에서 열린 브라질-중국 정상회담 만찬 과정에서 시 주석을 향해 틱톡의 유해성과 게시물 규제책 부족에 대해 지적했다.
당시 다 시우바 여사는 예정에 없던 발언권을 요청한 뒤 이같이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보좌진 측도 예측하지 못한 행동이었다고 브라질 현지 언론 G1은 보도하기도 했다. 틱톡은 중국 기업인 바이트댄스를 모기업으로 두고 있다.
구체적으로 다 시우바 여사는 “틱톡이 브라질에서 극우 세력 확산을 부추긴다” “특정 정파에 편향돼 있다” 등의 발언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현장에서는 ‘당혹감과 불편함’이 흘렀다는 현지 언론 보도가 나왔다. 특히 G1은 “시진핑 부인 펑리위안은 이를 시 주석에 대한 무례한 언급으로 받아들였다”고 보도했다. 다 시우바 여사의 행동이 일종의 ‘의전 사고’에 해당한다는 여론이 일각에서 나왔다.
다만 룰라 대통령은 이 같은 현장 반응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룰라 대통령은 “잔자(영부인의 애칭)가 브라질에서 여성과 아동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설명하고자 발언을 요청했다”며 “시 주석은 브라질이 규제를 마련할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우리는 규제가 필요하다”고 했다.
룰라 대통령은 만찬 자리에서의 비공식 대화가 유출된 점에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그는 “이 문제가 언론에 유출된 게 이상하다. 당시 만찬 자리에는 우리 측 장관들만이 있었다”며 “누군가 언론에 전화를 걸어 만찬에서의 매우 사적인 대화를 유출한 것”이라고 했다. 브라질 일간지 폴랴 지 상파울루에 따르면, 룰라 대통령은 대화 유출에 분노하며 이를 ‘측근의 배신’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진다.
다 시우바 여사는 19일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청소년 성폭력 근절 간담회에 참석해 이 일을 간접적으로 언급하기도 했다. 다 시우바 여사는 이날 “어떤 순간에도 저는 말할 수 있을 때 말할 것”이라며 “외교적 의례가 있더라도 제가 누군가와 이야기할 기회를 가졌을 때 침묵하게 만들 수 없다”고 했다. 이를 두고 브라질 현지 언론 G1은 “다 시우바 여사가 당시 상황을 간접적으로 ‘복기’하면서, 의전 사고 논란을 둘러싼 비난에 직접 대응했다”고 짚었다.
시 주석은 이번 논란에 대해 공개적인 언급을 하지 않았으며, 중국 관영 언론도 이를 다루지 않았다고 SCMP는 보도했다. 대신 틱톡 브라질 지사 측이 브라질 외교부에 “룰라 대통령과 잔자의 입장을 인지했다”며 “대화에 열려 있다”는 서한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 모회사인 바이트댄스 측은 만찬 자체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으면서도 규제 당국과의 협의 의사는 밝혔다고 한다.
한편 다 시우바 여사는 과거에도 거침없는 언변으로 주목받은 바 있다. 2023년 X 해킹 피해를 봤던 그는 작년 리우데자네이루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개최를 앞두고 열린 행사에서 X 소유주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를 겨냥해 ‘F’로 시작하는 욕설을 영어로 날렸다. 이에 머스크가 “그들(룰라)은 다음 선거에 패배할 것”이라고 맞대응하면서 공개적인 충돌이 이어지기도 했다.
[박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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