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트코프 특사, 원하는 만큼 트럼프와 식사ㆍ골프 하는 40년지기
5개월 전 만해도 뉴욕 부동산업계 밖에선 아무도 몰라
트럼프의 파산과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탄핵 소추 모두 곁 지켜
”외교는 결국 협상…나는 이걸 평생 해 왔소“
미 전문 외교관들 ”사람 좋지만, 뭣도 모르는 멍청이"
5개월 전 만해도 뉴욕 부동산업계 밖에선 아무도 몰라
트럼프의 파산과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탄핵 소추 모두 곁 지켜
”외교는 결국 협상…나는 이걸 평생 해 왔소“
미 전문 외교관들 ”사람 좋지만, 뭣도 모르는 멍청이"
“우리[미국]는 이란에 단 1%의 우라늄 농축 능력도 허용할 생각이 없습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특사인 스티븐 위트코프(68)는 18일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불허(不許)는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red line)”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미 이란은 60%의 고농축 우라늄(HEU)을 120㎏ 이상 보유한 상태다(국제원자력기구 작년말 보고서).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핵 협상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알 수 없다.
위트코프는 또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주제로 19일 있을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서도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2시간 넘었던 두 정상 간 실제 통화에선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중동 특사인 스티븐 위트코프(68)는 18일 미국 ABC 방송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우라늄 농축 불허(不許)는 “매우 분명한 레드라인(red line)”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미 이란은 60%의 고농축 우라늄(HEU)을 120㎏ 이상 보유한 상태다(국제원자력기구 작년말 보고서). 이런 현실을 고려할 때에, 트럼프 행정부의 이란핵 협상이 어떤 결과를 맺을지는 알 수 없다.
위트코프는 또 우크라이나 평화협상을 주제로 19일 있을 트럼프와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통화에 대해서도 “매우 성공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그러나 2시간 넘었던 두 정상 간 실제 통화에선 어떠한 진전도 보지 못했다.]
위트코프의 공식 타이틀은 ‘중동 특사(special envoy)’다. 그러나 그가 관여하는 업무는 이스라엘ㆍ하마스 분쟁 해결에서부터 이란핵, 러시아ㆍ우크라이나 평화 협상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하다. 레오 14세 교황의 즉위식에는 J D 밴스 부통령과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이 참석하지만, 미국의 주요 외교 현안의 방향은 위트코프의 입에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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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5월6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이날 취임 선서를 한 자신의 중동 특사이자 선임고문인 40년지기 스티브 위트코프와 악수를 하고 있다./AFP 연합뉴스 |
이스라엘 정부 몰래 카타르에서 팔레스타인 테러집단 하마스와 직거래해서, 지난 13일 하마스에 잡혀 있던 마지막 미국인 인질 에단 알렉산더를 빼낸 것도 위트코프였다. 지난 2월, 푸틴과의 담판을 통해 의료용 마리화나를 소지한 혐의로 3년간 러시아에 억류돼 있던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을 직접 데리고 나온 것도 위트코프였다.
이런 것들은 통상 미 국무장관의 중재와 발표로 이뤄졌지만, 지금은 모두 위트코프가 해결사 노릇을 한다. 심지어 카타르 왕실의 미 대통령 전용기 선물에 대해서도, ABC 인터뷰에서 “이걸 어떻게 카타르가 이득을 얻으려고 하는 시도로 해석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트럼프를 옹호했다.
그래서 루비오 장관이 국무장관에 이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미 국제개발처(USAID)장, 국가기록청장 대행까지 4개의 공식 직함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더라도, 위트코프야말로 “트럼프의 진짜 국무장관” “만사(萬事) 특사“라는 말이 나온다고 미 월간지 어틀랜틱 먼슬리가 최근 보도했다.
이 잡지는 위트코프 외에도 20여 명의 트럼프 백악관 인사들과 전현직 외교관들을 인터뷰해서, 불과 5개월 전만 해도 뉴욕 부동산업계 밖에선 아는 이가 거의 없었던 그가 전세계 외교 무대에 급부상한 현상을 심층 보도했다.
위트코프 특사와 루비오 국무장관의 차이는 하나다. 루비오 국무장관은 트럼프의 친구가 아니고, 위트코프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원하는 대로 골프와 식사를 함께 하는 트럼프의 친구다. 위트코프와 트럼프는 40년 지기이고, 위트코프는 트럼프 일가가 소유한 수많은 골프 클럽의 단골이었다.
◇갑자기 나타난 트럼프 “샌드위치 값 좀 대신 내줘”
위트코프는 뉴욕시 브롱스에서 태어나 롱아일랜드에서 자랐다. 동유럽 출신 유대계 후손인 그는 이스라엘 특공무술인 ‘크라브마가’ 유단자다. 롱아일랜드의 호프스트라대에서 정치학ㆍ법학 학사를 받았다.
지난 3월 한 인터뷰에서 1980년대 한 법률회사에서 근무하던 시절, 어느 늦은 밤에 이미 성공한 부동산 개발업자인 트럼프가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알아보고는 “햄치즈 샌드위치 값 좀 대신 내달라”고 부탁했다고 한다.
위트코프는 자신도 트럼프처럼 되고 싶었고, 그를 따라 부동산 개발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발목에 권총을 차고 뉴욕시 브롱스의 험악한 동네에서 주택 임대료를 받으면서 시작했다. 이후 맨해튼에서 대출한 돈으로 오피스 빌딩을 싼값에 사들이는 과감한 투자로 명성을 쌓았고 현재 그의 순자산은 20억 달러(약 2조 7700억 원)에 달한다.
◇트럼프가 그를 존중하는 이유: 돈벌이 성공과 충성심
외교 경력이 없는 위트코프가 트럼프 대통령의 신임을 받는 이유는 바로 트럼프가 높게 평가하는 분야인 ‘돈을 버는 데서’ 성공했고, 그 충성심이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은 어틀랜틱 잡지에 “도널드 트럼프 같은 사람은 세기도 힘들 정도로 지인이 많지만, 가족 외 진짜 친구는 몇 명 안 된다. 위트코프는 그 중에서도 단연 첫손에 꼽힌다”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의 수 차례 카지노ㆍ호텔 비즈니스 파산과 두 번의 이혼, 두 번의 탄핵 소추, 두 번의 취임식을 모두 함께 겪었다.
2021년 1월6일 미 연방의회의사당의 폭도 난입 사건 이후, 많은 친구가 ‘이제 트럼프는 끝났다’며 곁을 떠났다. 그러나 위트코프는 트럼프 인생 최악의 시기에 함께 있었고, 2023년 뉴욕주의 트럼프 일가에 대한 사기 소송에선 트럼프 측 증인으로 법정에 섰다. 작년 9월 트럼프에 대한 두 번째 암살 시도가 있었던 날에도, 위트코프는 트럼프와 함께 골프를 하고 있었다. 작년에 태어난 위트코프의 첫손자 이름도 ‘도널드’였다.
위트코프는 트럼프보다 말투는 부드럽지만, ‘거창한 언사’는 비슷하다. “시리아, 리비아에서도 곧 성과가 날 것이다. 아제르바이잔ㆍ아르메니아 분쟁도 곧 해결될 것이요. 이란, 러시아ㆍ우크라이나 문제도 마찬가지고.”
◇”외교는 협상…나는 그걸 평생 해 왔소”
위트코프는 국제관계를 공부했거나, 외교관으로서 훈련을 받은 적이 없다. 물론 최근 몇 달간 많은 책을 읽고, 세계의 분쟁과 관련한 넷플릭스 다큐멘타리를 많이 시청했다고 한다. 그러나 결국 핵심 사안에 대한 자신의 전문성 부족을 직감(直感)과 부동산 협상 성공 경험, 대통령과의 개인적인 우정에 많이 의존한다.
이런 과정에서 종종 러시아 측 주장을 여과 없이 그대로 반영한 자신의 생각을 미국 언론에 전하기도 했다. 위트코프는 푸틴이 작년 트럼프가 유세 중에 피격된 뒤에 그를 위해 “기도했다”고 한 말을 그대로 전했고, 푸틴에 대해 “나는 그가 좋았다” “그는 많은 사람이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를 처음 대한 미국의 전문 외교관들은 종종 “아는 게 별로 없는 좋은 사람”이라는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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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상트페테르스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과 배석자 없이 만난 위트코프 특사가 서로 악수하고 있다./러시아 국영통신 스푸트니크 배포 |
그러나 그는 트럼프와 마찬가지로, 외교 현안을 ‘거래’로 본다. 이란의 최고지도자 하메네이든 블라디미르 푸틴이든 잔인하고 이념에 깊이 사로잡힌 마키아벨리식 독재자로 보지 않고, 자신이 그간의 부동산 사업에서 상대했던 똑똑한 변호사들처럼 ‘최선의 거래’를 찾으려는 협상가로 본다.
위트코프는 국제 분쟁 해결에서도 다자간(多者間)기구보다, 강력한 지도자의 개인 특사를 통한 초강대국 간 협상이 최선이라고 믿는다. 수백 년 묵은 민족ㆍ종교적 갈등도 극복될 수 있고, 미국의 목표 설정도 도덕적 옳고 그름을 지나치게 따지지 말고, 근본적으로 실용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위트코프는 국제정치학계의 저명한 학자였던 한스 모겐소의 고전적 현실주의를 따른다. 그는 “힘으로 정의되는 이익 관점에서 사고하고 행동한다”고 말했다. 위트코프는 어틀랜틱에 “외교란 협상이고, 나는 평생 그것을 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트럼프를 “역사광(history buff)”이라고 칭하며 “엄청나게 많이 읽었다”고 전했다.
◇트럼프, ”스티브, 당신이 하고 싶은 대로 해”
2024년 봄 트럼프가 미 공화당의 대선 후보로 확정된 뒤에, 트럼프와 위트코프, 린지 그레이엄 연방상원의원은 아침과 점심을 같이 하며 종일 골프를 했다.
그레이엄은 이 자리에서 위트코프에게 “상원의원이 되고 싶으냐”고 물었다. 위트코프는 강하게 부인하며 “중동 문제에 도움을 주고 싶다”고 했다. 그레이엄은 특사 자리에 대해서 얘기했고, 위트코프는 관심을 보였다. 옆에서 얘기를 듣던 트럼프가 끼어들었다. “그래, 당신이 하고 싶은 거라면 뭐든지. 스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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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8월 10일, 뉴저지주의 트럼프 내셔널 베드민스터 골프코스에서 열린 LIV 골프 베드민스터 대회의 프로암(Pro-Am) 라운드에서, 에릭 트럼프와 도널드 트럼프가 스티브 위트코프와 함께 18번 홀 그린에서 경기를 마치며 서로 웃고 있다./USA 투데이 |
트럼프의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는 어틀랜틱에 “위트코프는 호되게 비판 받아도 두려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레이엄 상원의원은 “위트코프를 비난하는 이들에게 모두 ‘X 먹어라’라고 말하고 싶소. 외교 정책 엘리트들이 푸틴 문제에 대해 뭘 했느냐. 그들의 접근법이 무슨 효과를 거뒀느냐”고 물었다.
◇외교관ㆍ기록자ㆍ통역사도 없이 푸틴 3번 이상 만나
푸틴은 위트코프를 배석자 없이 만나기를 원했다. 트럼프는 이렇게 만나기로 동의한 위트코프의 결정을 지지했다. 위트코프는 “대통령은 내 방문에서 ‘정확한 보고’, 즉 색칠하거나 편파적이지 않는 있는 그대로의 상황 묘사를 듣고 싶어했다. 그래야 트럼프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자신은 그런 트럼프를 위한 적극적인 정보 요원이라는 것이다.
위트코프는 러시아ㆍ우크라이나 평화협상보다, 이란핵 협상 전망에 보다 낙관적이다. 그는 “가장 복잡해 보이는 게 가장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물론 미국의 베테랑 외교관들은 위트코프가 어떤 성과를 거둘 수 있을지 회의적이다. 오바마 행정부에서 2015년 이란 핵협상을 이끌었던 웬디 셔먼 당시 국무차관은 “이란의 새 외무장관 압바스 아라그치는 모든 것을 꿰뚫고 있고 완벽한 영어를 구사한다. 상대가 최고 수준이 아니면, 그는 상대방을 완전히 압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셔먼은 위트코프는 역량 부족이라며, “푸틴과 혼자 만나는 사람이 똑똑한 것이냐”라고 물었다. 새로운 시도는 환영하지만, “사업 거래 협상과 이란 협상은 다르다”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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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일 오만의 수도 무스카트에서 전날 있었던 4차 핵협상을 결과를 보도하는 이란 일간지들. 스티브 위트코프 미 중동 특사와 압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의 사진을 나란히 실었다./EPA 연합뉴스 |
위트코프는 반대로 “이란은 위기 상황이고 그럴 때 사람들은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결국 역사적인 양보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미국도 양보하는 것이 있어야 한다. 그는 협상가로서 “거래는 양쪽을 공평하게 하는 것”이라는 점을 인생에서 배웠다고 어틀랜틱에 말했다. “상대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 양측이 협상 테이블에 앉도록 만드는 게 중요하죠. 그 다음엔 쟁점을 좁히는 것이요. 나는 평생 그걸 해 왔소.”
◇”배 한 척 사서 훌쩍 떠나고 싶지만…”
위트코프는 정부 일을 하면서, 언론의 보도 태도에 대해 가장 놀랐다고 말했다. 4월30일 루퍼트 머독이 소유한 일간지 뉴욕포스트는 이란핵, 러시아 협상을 하는 위트코프를 놓고 “이 뉴욕 토박이는 푸틴을 마치 오랜 친구 대하듯이 만났다” “좋은 사람인데, 어쩔 줄 모르는 멍청이”라는 외교 전문가들의 평을 전하며 “이 일을 이끌어서는 안 된다”고 맹비난했다. 반대로 위트코프는 “엄마가 이런 불친절한 글을 읽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트럼프 대통령과의 관계다. 위트코프는 자신이 맡은 지정학적 문제뿐 아니라, 정치ㆍ관세ㆍ골프 등 다양한 주제를 놓고 대통령과 얘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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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4일 트럼프 대통령의 미 연방 상하원 국정연설에서, 러시아에 억류돼 있었던 미국인 교사 마크 포겔과 그의 어머니가 포겔을 구출해낸 위트코프를 가리키며 감사의 표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
위트코프는 언론의 비판적 보도만큼이나, 자신이 실제로는 이 세계 무대에서의 고공 행진을 매우 즐기고 있다는 사실에 놀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일에 푹 빠졌다”며 “가끔 불평하면서 여자 친구에게 ‘우리 그냥 배 하나 사서 떠나자’고 말하긴 하지만, 사실 그건 진심이 아니다. 이 일은 정말 가치가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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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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