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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욕망에 이르는 이유…신간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

연합뉴스 임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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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욕망에 이르는 이유…신간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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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 표지[황소자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 표지
[황소자리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임순현 기자 = "한 가닥 의식이 남아 있던 마지막 순간, 아버지가 뒤늦게 그 결정을 뉘우치셨을지 모른다는 생각을 하면 몸서리가 쳐진다."

'자살 연구의 대가'로 불리는 토머스 조이너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심리학부 교수의 대표작 '왜 아버지는 자살하셨을까'(황소자리)가 국내에 번역 출간됐다.

잘나가던 사업가인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충격을 받은 저자에게 자살은 개인적 아픔이자 탐구해야 할 직업적인 과제였다. 수천 건의 의료기록과 자살기도자의 증언을 토대로 자살의 사회적 의미를 분석한 저자는 '짐이 된다'는 감정과 '소속감 단절', '치명적 자해를 감행할 수 있는 습득된 능력'이 자살의 욕망을 싹 틔우고 키우는 핵심 요소라고 결론 낸다.

사회 구성원으로서 효능감 상실과 연관된 '짐이 된다'는 감정은 '소속감 단절'이라는 인간관계의 고립으로 이어진다. 여기에 죽음을 감행할 수 있는 신체적·정신적 상태, 즉 '습득된 자해 능력'마저 충족됐을 때 자살은 현실이 된다고 저자는 말한다.

저자는 세 요소 중 특히 '습득된 자해 능력'에 주목한다. '짐이 된다는 느낌'과 '소속감의 단절'은 의료진과 가족들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치유가 가능하지만, '습득된 자해 능력'은 장기간에 걸쳐 학습된 것이어서 치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자해 능력이 학습된 사람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자살을 더 쉽게 선택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스카이다이빙처럼 격렬하고 도발적인 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의 자살률이 높거나 일반 직장인보다 의사의 자살률이 높은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자살을 부추기는 핵심 요소를 도출해냈지만 저자는 기술적 한계 탓에 구체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는 못한다. 대신 자살 예방에 대한 미래의 연구 방향을 제시한다. 그는 우선 자살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이 세 가지 요소를 객관적 수치로 측정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고 말한다. 자기공명영상과 같은 스캐닝 기술을 활용해 자해 능력을 습득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뇌 활동을 비교 분석할 필요도 있다고 제안한다. 또 자살로 사망한 사람들의 유족과 친척들을 상세하게 인터뷰하는 '심리적 검시' 또한 자살예방책 연구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김재성 옮김. 344쪽.

hy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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