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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빌바오(스페인), 이성필 기자] 유럽 어느 프로팀이나 비슷하지만, 우승이 있는 팀은 자체 박물관에 온갖 우승컵을 전시해 놓는다. 팀의 역사가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증거다.
우승 역사가 적은 팀은 팀을 거친 선수들이나 시즌 중 나왔던 중요한 경기 또는 구단 발전에 공헌했던 인물들을 중심으로 전시한다.
'바스크 순혈주의'를 앞세우며 스페인 프리메라리가에서 역사를 쌓아온 아틀레틱 빌바오는 어떨까. 빌바오는 바스크 지역의 상징이다. 빌바오 거리 곳곳에는 스페인 국기보다 바스크를 상징하는 깃발이 훨씬 많다. 마치 FC바르셀로나를 앞세운 바르셀로나 지역 기반의 카탈루냐 지역과 비슷하다.
두 지역은 모두 스페인 왕정으로부터 독립을 원했던 곳이다. 실제 바스크 분리 독립주의자들이 치열하게 싸웠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스페인 축구에서 왕가의 지원을 받는다고 잘 알려진 '레알'이 붙지 않은 팀들은 늘 핍박 받아왔다. 팀에 일종의 저항 정신이 붙어 있는 셈이다.
오는 22일 2024-25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UEL) 토트넘 홋스퍼-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승전이 열리는 빌바오의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가 그렇다.
1880년대에 후반에 영국에서 스페인으로 처음 축구가 전해진 것이 빌바오 지역이라고 한다. 스페인 내 축구를 전파했다는 자부심이 있는 빌바오다.
홈 경기장 에스타디오 산 마메스는 2013년 6월 기존 경기장을 허물고 1년 뒤 신축 경기장으로 재개장했다. 이는 아틀레틱 빌바오의 성장과 함께한 셈이다. 빌바오가 2011-12 UEL 결승에 오르며 상업적 가치를 키웠던 것에 도움을 받았다고 한다. 결승전에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에 0-3으로 패했던 아픔이 있지만, 분명한 것은 빌바오에 상당한 전환점이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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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빌바오는 프리메라리가에서 꾸준히 상위권을 유지했고 국왕컵(코파 델 레이)는 세 차례나 준우승(2014-15, 2019-20, 2020-21)했지만, 지난 시즌 세비야에서 열린 결승전에서 마요르카와 1-1로 비긴 뒤 승부차기에서 4-2로 꺾고 우승의 맛을 봤다.
산 마메스에 모여 있던 관중들은 환호했고 시 청사 앞에서 성대한 시가행진과 파티까지 벌였다고 한다. 그만큼 빌바오가 전해준 우승 소식은 대단했다.
우승컵은 산 마메스 내 팀 박물관에도 전시되어 있다. 18일 찾은 산 마메스 내 박물관에는 리그 우승 8회, 준우승 7회에 코파 델 레이 우승 24회, 준우승 16회, 슈퍼컵 우승 4회, 준우승 4회, UEL 준우승 2회의 역사가 담긴 우승과 준우승 컵들로 가득했다. 또, 구단 발전에 공언한, 우리로 치면 연간 회원인 소시오(Socio)들의 많은 이름이 새겨져 있었다.
이는 우승과는 거리가 먼 토트넘에는 상당한 자극제가 될 수 있다. 토트넘의 리그 우승은 2회로 1960-61 시즌이 마지막이다. FA컵도 8회지만, 1990-91 시즌이 역시 마지막이다. 늘 기사에 나오는 리그컵(카라바오컵) 2007-08 시즌이 마지막이자 네 번째 우승이다. 2020-21 시즌 기회가 왔지만, 맨체스터 시티에 0-1로 패하며 무너졌다. UCL은 2018-19 시즌 리버풀에 0-2로 패하며 준우승, UEL은 1983-42 시즌이 마지막 우승이자 총 2회다.
이제 다시 토트넘에 기회가 왔다. 당분간 없을지도 모를 기회다. 그래도 우승컵을 하나씩은 건지는 맨유와 달리 토트넘은 늘 문턱에서 넘어졌다. '스퍼시하다'라는 조롱을 들을 정도다.
만약 손흥민 등 토트넘 선수단이 경기 전 산 마메스 박물관을 방문한다면 상당한 자극을 받고도 남을 수 있다. 빌바오가 레알 마드리드와 FC바르셀로나, AT마드리드로 대표되는 라리가에서 나름대로 얼마나 대단한 역사를 쌓아왔고 우승컵을 팬을 앞에 그래도 당당하게 전시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 자체로도 상당한 자부심이 담겼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토트넘에 입성한 손흥민 앞에 붙은 딱지는 '무관'이다. 그렇지만, 빌바오에서 새로운 역사를 세운다면 토트넘의 영웅으로 더 올라설 수 있다. 최근 유럽 축구가 여기저기서 징크스 등 역사들이 깨지고 있다는 점에서 더 그렇다.
양팀의 우승을 보기 위해 경기장 안에 들어갈 수 있는 토트넘, 맨유 팬은 3만 6,000여 명 정도다. 1만 4,000여 명으로 예상되는 나머지는 경기장 밖의 펍에서 또는 팬 페스트가 열리는 광장에서 시청 가능하다. 누가 위대한 역사를 쓸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승하면 리그 16, 17위 성적은 다 잊고도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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