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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엄마는 왜 ‘열쇠 목걸이’ 건 채 딸을 뒤따라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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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대 엄마는 왜 ‘열쇠 목걸이’ 건 채 딸을 뒤따라 갔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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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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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하늘나라로 간 딸이 집에 있어요.’



지난 18일 오전 6시께 전북 익산시 모현동의 한 아파트에서 추락해 숨진 60대 여성 ㄱ씨의 목에는 이런 내용이 적힌 메모가 담긴 비닐봉지가 걸려있었다. 여성이 마치 목걸이처럼 몸에 소중하게 걸고 있던 비닐봉지 안에는 집 열쇠도 함께 들어있었다. 경찰은 메모에 적힌 딸을 찾아 사고 장소에서 600m 떨어진 다른 아파트로 향했다. 사망한 60대 여성의 당부대로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간 집 안에는 20대 여성 ㄴ씨의 주검이 있었다. ㄱ씨의 딸이었다.



익산경찰서 관계자는 19일 한겨레와의 전화통화에서 “(어머니가) 열쇠고리의 동그란 부분에 줄을 끼워 목걸이처럼 만들었고, 그 위에 비닐을 묶었다”며 “아마도 (집이 아닌) 숨진 채 발견된 것을 보니 (저희가) 나중에 쪽지를 보고 열쇠를 이용해서 들어가 보라고 한 묵언의 행동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딸 역시 어머니처럼 마지막 말을 남겼다. 딸이 쓴 메모에는 ‘우울증으로 너무 힘들다’, , ‘좀 편해지고 싶다’며 괴로움을 호소하는 글이 적혀있었다고 한다. 경찰은 딸이 평소 우울증이 심했다고 파악하고 있다.



딸의 정확한 사망 시점은 아직 확인 전이다. 경찰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딸의 부검을 의뢰하기로 했는데, 적어도 한 달 전에는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 딸의 메모는 3월 말에 작성됐고, 엄마의 메모에는 ‘딸이 4월에 갔다’고 쓰여있었다고 한다. 어머니는 한 달 이상 장례를 치르지 않고 딸의 주검과 한집에서 지내다가 딸을 뒤따라간 것으로 보인다. 경찰 관계자는 “어머니 유서에는 ‘5월에 둘이 같이 죽기로 했는데, 딸이 살기가 더 힘들고 아프니까 먼저 갔다’고 쓰여 있다”고 말했다.



딸의 우울증뿐만 아니라 생활고도 모녀를 괴롭힌 것으로 보인다. 모녀는 지난해까지 2인 주거·생계급여로 매달 총 120여만원을 지원받았으나, 함께 사는 또 다른 딸이 취업한 지난 1월부터는 주거급여 20여만원만 수령했다. 의료급여도 받지 못하게 돼 우울증을 앓던 딸과 기관지 관련 질병이 있던 어머니의 경제적 부담이 컸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 어머니가 남긴 메모에도 ‘생활고로 힘들었다’는 얘기가 있었다고 한다. 익산시청 관계자는 “원래 어머니와 딸 둘이 사는 3인 가구인데 큰딸이 (자활사업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2인 가구 주거·생계·의료급여만 지원되고 있었다”며 “그러다 지난 1월 큰딸이 취업하면서 급여가 중지될 수 있게 되자 ‘주거와 생계가 분리되면 어머니와 동생이 계속 보호받을 수도 있다’고 안내했는데, (결국) 그렇게 되지 않아 생계·의료급여는 중지됐다”고 설명했다.



서보미 기자 spring@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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