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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탄 네이팜탄 소녀 사진 누가 찍었나…‘저자 미상’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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퓰리처상 탄 네이팜탄 소녀 사진 누가 찍었나…‘저자 미상’으로 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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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2년 6월8일, 네이팜탄이 투하되자 공포에 휩싸인 아이들이 도망치는 가운데 옷이 불타버린 9살 소녀 판티 킴푹(가운데)이 보인다. 이 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AP연합뉴스

1972년 6월8일, 네이팜탄이 투하되자 공포에 휩싸인 아이들이 도망치는 가운데 옷이 불타버린 9살 소녀 판티 킴푹(가운데)이 보인다. 이 사진은 전쟁의 참상을 널리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 AP연합뉴스


역사상 가장 유명한 보도 사진 중 하나인 ‘네이팜 소녀’를 누가 찍은 것인지를 두고 논란이 가라앉지 않고 있다. 세계보도사진재단(WPP)이 네이팜 소녀 사진에 대해 기존의 사진 촬영자명 표기를 중단했다고 영국 일간지 가디언이 16일(현지시각) 보도했다.



논란은 지난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The Stringer·통신원)’가 공개되며 시작됐다. 이 다큐멘터리는 네이팜 소녀 사진이 원래 알려졌던 에이피(AP)통신 사진기자 닉 우트가 찍은 것이 아니라, 엔비시(NBC) 소속 프리랜서 통신원인 응우옌 타인 응에(Nguyen Thành Nghe)이 촬영한 것 일 수 있다는 주장을 다뤘다.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 포스터.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 포스터.


문제의 사진은 베트남 전쟁 중이던 1972년 6월8일 남부의 한 정글에 네이팜탄이 터지자 이를 피해 벌거벗은 채 달아나는 어린 소녀의 모습을 담고 있다. 공식 명칭은 ‘전쟁의 공포’지만, 사람들에겐 네이팜 소녀 사진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베트남 출신으로, 에이피통신 사이공(현 호치민) 지국 소속 사진기자였던 닉 우트는 이 사진으로 세계보도사진재단이 수여하는 올해의 사진상에 이어 퓰리처상까지 탔다.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응우옌의 형과 딸, 그리고 당시 에이피 통신의 사진 데스크였던 칼 로빈슨을 비롯한 여러 전직 동료들을 취재해 “사진 필름을 응우옌이 찍고 20달러에 에이피 통신에 넘겼다”는 증언을 다뤘다. 그날 우트를 태우고 현장에 갔던 응우옌이 에이피 통신 소속이 아니었던 까닭에, 우트의 이름으로 사진을 내보냈다는 것이다. 다큐멘터리는 프랑스 법의학자들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트의 위치상 이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는 분석도 함께 담았다.



논란이 커지자 세계보도사진재단은 1~5월 독자적인 조사를 진행한 뒤 16일 “당시 위치, 거리, 사용된 카메라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했을 때 응우옌 타인 응에 등이 닉 우트보다 사진을 찍기에 더 좋은 위치에 있었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재단은 올해의 사진상 자격은 유지하되, 저작자 표기에 대해서는 “정확성, 신뢰성, 다양성이라는 가치에 따라 표기 보류 조치를 내린다”고 밝혔다. 앞으로 결정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한 저자 미확인으로 표기하겠다는 것이다.



반면 에이피 통신은 두 차례 자체 조사 결과 “닉 우트가 사진을 찍었을 가능성이 있다. 응우옌이 찍었다는 결정적 증거는 없다”며 저작자 표기를 그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에이피 통신은 조사 보고서에서 “시간의 경과, 기술적 한계, 핵심 인물들의 사망 등으로 인해 사실관계가 완전히 입증되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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