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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배달하던 시대 끝"…배민·쿠팡이츠, OTT로 맞붙은 까닭

이데일리 한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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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만 배달하던 시대 끝"…배민·쿠팡이츠, OTT로 맞붙은 까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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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티빙과 맞손…쿠팡 '쿠팡플레이 무료화' 맞불
배달만으론 차별화 한계…멤버십 혜택 경쟁 본격화
생활 전반 노린 '락인' 경쟁…OTT까지 전선 확대
[이데일리 한전진 기자] 배달앱 배달의민족(배민)과 쿠팡이츠가 이번엔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로 맞붙는다. 단순 음식 배달만으로는 소비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플랫폼 경쟁력을 ‘콘텐츠’로 확장하는 승부에 나선 것이다. 배달앱이지만 더 이상 배달만 하지 않는 시대다. 이제는 ‘무엇을 배달하느냐’보다 ‘무엇까지 제공하느냐’가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사진 = 뉴스1)

서울시내 한 음식점에 붙어있는 배달의민족과 쿠팡이츠 스티커. (사진 = 뉴스1)


배민, 티빙과 손잡자…쿠팡 “쿠팡플레이 무료화”

18일 업계에 따르면 배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은 CJ ENM과 손잡고 자사 유료 멤버십 ‘배민클럽’에 티빙 구독 혜택을 포함한 신규 상품을 준비 중이다. 출시 시점은 조율 단계지만 배민 멤버십이 OTT 콘텐츠와 결합하는 것은 처음이다. 현재 배민은 월 3990원(프로모션 할인가 1990원) 요금제에 배달비 무료, 쇼핑·장보기 쿠폰 등을 제공하고 있다. 여기에 티빙 이용권을 얹어 경쟁력을 높인다는 구상이다.

직접적인 경쟁 상대는 ‘와우 멤버십’을 통해 쿠팡이츠를 밀어 올리고 있는 쿠팡이다. 쿠팡은 이미 와우회원에게 쿠팡플레이(OTT), 무료배송, 배달 할인 등 묶음 혜택을 제공하며 이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대하고 있다. 실제로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쿠팡이츠의 월간활성사용자수(MAU)는 1044만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 2023년 4월(320만명)과 비교해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같은 기간 업계 1위인 배민의 MAU가 2100만~2200만명 수준으로 정체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쿠팡은 이런 멤버십 전략의 외연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 오는 6월부터는 쿠팡플레이를 광고 기반 무료 모델로 전환하기로 했다. 일반 회원도 광고만 보면 오리지널 콘텐츠, 최신 영화, 스포츠 등을 자유롭게 시청할 수 있는 구조다. 와우회원 유치를 넘어 전체 사용자 접점을 확장하겠다는 의도다.

기존 와우회원 대상 OTT 혜택도 고도화한다. 고화질 스트리밍과 멀티채널 오디오 지원을 확대하고 현장 방청 기회, 무료 최신 영화 등을 제공하는 리워드 프로그램 ‘쿠플클럽’ 혜택도 강화 중이다. 장르별 맞춤형 콘텐츠 구독 서비스 ‘패스(PASS)’도 연내 도입할 예정이다. 최신 영화, 일본·중국 드라마, 스포츠 등 특정 장르에 깊은 관심을 둔 사용자층에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OTT 서비스는 ‘배달 그 이상’…멤버십 경쟁 본격화

이처럼 두 플랫폼이 OTT를 비롯한 다양한 혜택을 앞세우는 이유는 본업인 배달만으로는 더 이상 차별화가 어려워서다. 이미 배달료, 속도, 입점 매장 등 주요 요소가 상향 평준화하면서 소비자가 체감하는 차이가 줄었다. 이제 플랫폼 선택 기준은 ‘얼마나 다양한 혜택을 주느냐’에 달렸다. OTT는 이런 부가가치를 직관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수단이다. 플랫폼 간 경쟁의 핵심 무기가 된 셈이다.


무엇보다 소비자 입장에서 멤버십을 사용할 이유가 더 분명해진다. OTT 한두 개는 기본으로 구독하는 시대, 멤버십 내 콘텐츠 제공은 플랫폼에 대한 사용자의 기대치를 높이고 서비스 이탈을 막는 데 도움을 준다. 장보기, 쇼핑, 영화 보기 등 일상을 통합하는 전략이 가속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업계는 생활밀착형 콘텐츠 제공이 플랫폼 락인(이용자 묶어두기) 효과를 높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본다. OTT 콘텐츠가 앱 내부에서 직접 소비되지 않더라도 멤버십 유지를 위한 실질적 유인으로 작용하며 사용자 충성도를 높이는 구조다. 특히 배달앱은 소비자 이용 빈도가 특정 시간대에 집중된다는 단점이 있다. 부가 혜택은 이러한 사용 패턴의 빈틈을 메우는 보완재가 될 수 있다.

배민과 쿠팡이츠의 공방은 올해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이제 배달부터 OTT까지 전선이 두 개로 늘었다. 현재 배달업계는 전체 시장에서 배민이 50~60% 점유율로 1위를 수성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쿠팡이츠는 30~40% 수준으로 추산된다. 3위 업체 요기요는 10%대로 하락세가 이어지는 중이다.

플랫폼 업계 관계자는 “이제는 단순히 음식을 빠르게 배달하는 것을 넘어서, 소비자의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시대”라며 “누가 더 많은 일상 경험을 하나의 멤버십에 담아낼 수 있느냐가 경쟁력의 관건”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