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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멍한 채 쩝쩝거린다? ‘발작 없는 이 병’ 의심을

동아일보 조유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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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멍한 채 쩝쩝거린다? ‘발작 없는 이 병’ 의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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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련 없이 찾아오는 소아뇌전증, 몰라서 진단 늦어
챗GPT가 생성한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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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업 시간에 아이가 멍하니 있는 것 같아요.”

초등학교 1학년 여학생이 소아청소년과를 찾은 것은 담임교사의 이 한마디 때문이었다. 보호자는 처음에 단순한 주의력 부족을 의심했지만, 뇌파 검사 결과는 뜻밖이었다. 진단명은 ‘소아기 결신 발작’, 뇌전증의 한 형태였다.

일반적으로 뇌전증(간질)은 온몸을 떠는 대발작이나 전신 경련을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소아기 뇌전증은 전혀 다른 얼굴을 하고 나타난다. 대표적인 증상은 멍한 표정, 의미 없는 반복행동, 입맛 다시기, 손가락 만지작거리기 등이다.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성환 과장은 “뇌전증의 한 형태인 소아기 결신 발작을 진단받는 아이들은 초기에 대발작을 보이지 않아 보호자가 보통 ADHD 등 다른 질환을 의심하고 온다”며 “그래서 진단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비교적 예후가 좋은 양성 뇌전증은 주로 소아기에 나타나기 때문에 부모와 교사가 아이의 행동을 잘 살펴보는 것이 중요하다.

진단 빠를수록 예후 좋아

소아기 결신 발작의 주요 증상은 △갑자기 행동을 멈추고 멍한 표정을 짓는 경우 △이름을 불러도 반응이 없는 경우 △입을 오물거리거나 물을 흘리는 등 반복적인 의미 없는 행동을 보이는 경우 △발작 후 방금 있었던 일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 등이다.


이 질환은 주로 4세에서 10세 사이에 많이 나타나는데 뇌파 검사와 호흡 유발로 간단하게 진단되고, 약물에 반응이 좋아 일정 기간 약물 치료를 하면 저절로 소실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증상이 미묘해 보호자가 놓치기 쉽다는 점이다.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성환 과장이 뇌전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분당제생병원 소아청소년과 변성환 과장이 뇌전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분당제생병원 제공.


변 과장은 “단순한 집중력 저하로 오인하여 놔두다가 대발작 이후 내원하는 경우도 많다”며 “경련의 길이가 짧아서 횟수가 하루에도 적게는 수 회에서 수백 회가 된다. 경련이 많으면 학습에도 지장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예후가 좋고 발달 시기에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자연 소실되는 병”이라고 하면서도 “증상이 심한 경우에는 발달에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이상 행동이 반복되면 가까운 소아청소년과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소아뇌전증을 진단받은 환자는 적지 않다. 분당제생병원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뇌전증 환자 수를 분석한 결과 2018년에는 14만 5918명이었으나 2022년에는 15만 2094명으로 최근 5년 사이 2.4% 증가했다. 특히 10대 이하 환자가 3만 367명으로, 전체의 약 20%를 차지할 만큼 비율이 높다.

조유경 기자 polaris2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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