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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맞은 LG배 기왕전… 한국 바둑의 별들 총출동

조선일보 광주=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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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주년 맞은 LG배 기왕전… 한국 바둑의 별들 총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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곤지암서 개막… 반년 대장정 돌입
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 나서는 (왼쪽부터) 박정환, 신진서, 이창호, 유창혁, 강동윤, 신민준, 변상일이 1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해 선전을 다짐했다. /장경식 기자

30회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에 나서는 (왼쪽부터) 박정환, 신진서, 이창호, 유창혁, 강동윤, 신민준, 변상일이 1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리조트에서 열린 개막식에 참석해 선전을 다짐했다. /장경식 기자


세계 바둑의 계보를 세우는 국내 최고(最古) 세계 바둑 메이저 기전(棋戰) LG배 조선일보 기왕전이 18일 경기도 광주시 곤지암 리조트에서 개막식을 열고 대장정의 막을 올렸다. 19일 24강전, 21일 16강전을 치르고 8월 8강과 4강, 내년 1월 결승 3번기가 치러진다. 우승 상금은 3억원, 준우승 1억원이다.

이날 한자리에 모인 신구(新舊) 바둑 전설들과 쟁쟁한 여류 기사(棋士)들은 30주년을 맞은 이 대회 과거와 현재를 반추했다. 대회 초대·최다(1·3·5·8회) 우승자 이창호(50) 9단은 2015년 이후 10년 만에 LG배 무대에 돌아왔다. 그는 “오랜만에 참여해서 기쁘고 (이번 대회) 센 기사가 많은데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담담하지만 무게가 있었다.

그는 1986년 프로에 입단, 각종 최연소 기록을 모두 갈아치우고 국내외 통산 142회 우승을 거머쥔 존재다. 최근 1980~90년대 스승 조훈현(72) 9단과 사제(師弟) 대결을 다룬 영화 ‘승부’가 개봉하면서 새삼 그의 업적이 화제에 오르고 있다.

그가 2001년 5회 대회 결승에서 이세돌 9단(당시 18세 3단)과 벌인 명승부는 역대 최고 경기로 꼽힌다. 이창호 9단(당시 26세 9단)은 첫 두 판을 내줘 이변의 희생양이 되는 듯했으나 이후 내리 세 판을 휩쓸며 극적인 역전극을 완성했다. 이세돌로선 첫 세계 대회 우승이 어른거리다 사라진 것. 이후 “이창호 사범을 상대로 우승을 거둘 수 있다는 생각에 집중력이 흔들렸다”며 “후유증이 반년은 갔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2년 뒤인 2003년(7회) 결승에서 이창호를 다시 만나 설욕에 성공했다. 그때도 3단이었다. 약관(弱冠)의 도약. 한국 바둑계 세대교체를 선언하는 장면이었다.

현 세계 1위 신진서(25) 9단도 탈환에 나선다. 그는 생애 첫 메이저 세계 대회 우승을 2020년 24회 대회에서 차지하면서 인연을 맺고 이후 2022년(26회), 2024년(28회) 이 대회에서 정상에 올랐다. 한 번만 더 우승하면 최다 동률(이창호 4회)이다. 신진서는 “좋아하는 LG배 대회라 자신 있다”며 “(이창호 등) 전설적 선배님들과 다 대국해보고 싶고, 기운도 받고 바둑도 이기고 싶다”고 했다.

변상일(28) 9단이 대회 사상 첫 2연패(連霸)를 달성할지도 관심거리다. 그는 직전 29회 대회에서 커제(중국) 9단을 꺾고 우승한 바 있다. LG배에서는 여태껏 2연패를 이룬 기사가 없다.


이 밖에 유창혁(6회) 9단, 박정환(19회) 9단, 강동윤(20회) 9단, 신민준(25회) 9단, 일본 왕리청(2회)·장쉬(9회) 9단, 대만 저우쥔쉰(11회) 9단 등 과거 우승자 10명이 출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최정, 스미레

최정, 스미레


‘국내 최강’ 최정 9단과 16세 바둑 천재 나카무라 스미레(일본) 4단 등 여류 기사도 자웅을 겨룬다. 스미레는 한일 국교 정상화 60주년을 기념해 주최사 시드로 대회에 나선다. 스미레는 유창한 한국어로 “좋은 기회 주신 만큼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했다. 스미레는 일본에서 태어나 지난해 3월부터 한국기원에서 활약 중이다.

LG배는 본래 한국 12명, 중국 7명, 일본 3명, 대만 1명, 와일드카드 1명이 출전해 왔다. 하지만 올해는 중국 선수 없이 한국 17명, 일본 5명, 대만 2명이 나선다. 중국은 지난 1월 열린 29회 대회 결승전 대국 중 커제 9단이 사석(死石·따낸 돌) 관리 규정을 위반해 반칙·기권패한 데 항의하는 차원에서 불참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 선수들은 2024년 28회 대회 이후 이번 대회까지 3연속 정상을 노린다. 과거 24~26회 대회를 한국 선수(신진서-신민준-신진서)가 3연속 우승한 바 있다. 국가 연속 최다 우승은 중국으로, 2009년(13회)~2014년(18회) 6연속이다. 한국은 4연속(2001~2004)이 최다다. 이번 대회 제한 시간은 본선 기준 각자 3시간에 초읽기 40초 5회다.

[광주=강우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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