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FBI 국장이 올린 사진 논란
트럼프 1기, 도중 해임된 인물
86은 ‘쫓아내라’ 의미하는 속어
“47대 대통령 살해하라”로 해석
트럼프 1기, 도중 해임된 인물
86은 ‘쫓아내라’ 의미하는 속어
“47대 대통령 살해하라”로 해석
제임스 코미 전 FBI 국장이 조개껍데기로 ‘8647’이라고 쓴 사진을 올렸다. /인스타그램 |
미국 정치권이 숫자 ’8647′의 의미를 두고 발칵 뒤집혔다. ‘반(反)트럼프’ 진영인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지난 15일 소셜미디어에 “해변 산책길에 멋진 조개껍데기가 보이네요”라면서 ‘8647′ 모양으로 배열된 조개껍데기 사진을 올리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86′은 살해하라는 속어이며, ‘47′은 47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를 뜻한다”며 ‘대통령 암살 음모’ 혐의로 코미에 대한 정식 수사에 착수했다. 코미의 사진을 본 트럼프도 “더러운 경찰” “끔찍한 일”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코미는 8647은 트럼프를 정치적으로 축출하라는 의미에 불과했다며 폭력적(살해) 뜻은 없었다고 해명했다. 코미 전 국장은 오바마 정부 때인 2013년 FBI 국장에 임명됐으나, 2017년 트럼프가 집권하면서 임기 10년 중 절반도 못 채우고 해임됐다.
‘86′(에이티식스)은 1930년대 미국 뉴욕에서 형성된 속어(俗語)로 ‘쫓아낸다’ ‘제거한다’는 의미를 갖고 있다. 미국의 가장 오래된 사전 출판사인 ‘메리엄-웹스터’의 사전에는 식당에서 재료가 떨어진 메뉴를 서비스에서 제외하거나, 행패를 부리는 손님을 쫓아낸다는 뜻이라고 나와 있다.
1910~1930년대 미국이 음주를 금지하던 시절, 뉴욕 웨스트 빌리지의 배로 스트리트 86번지의 ‘비밀 술집’인 ‘첨리스(Chumley’s)‘에서 유래됐다는 설도 있다. 당시 경찰 단속이 나오면, 술에 취한 것이 티 나는 말썽 손님들을 ’86번 출구’ 후문으로 내쫓았다는 것이다.
뉴스위크는 일부 마피아가 86을 ‘죽이다’라는 뜻으로 사용한다며, 살해 대상자를 8마일(약 12.8㎞) 끌고 가서 6피트(약 1.8m) 깊이 구덩이에 밀어 넣는다는 뜻이라고 보도했다. ‘캐셀 속어 사전’(1999)도 서양의 표준 무덤 규격이 길이 8피트(약 2.4m), 깊이 6피트로, 86이 ‘죽이다’ ‘사법적으로 처형하다’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과거에도 ‘86′이란 속어를 ‘쫓아내라’는 의미로 종종 써왔던 미 정치권에선 과도한 논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트럼프가 집권 중이던 2020년 민주당 소속 미시간 주지사 그레천 휘트머가 ‘8645′ 배지를 착용하고 TV에 나오거나, 46대 대통령 바이든 재임 시절 그를 탄핵하라는 의미의 ‘8646′ 티셔츠가 판매될 땐 이런 논란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워싱턴포스트는 “이 숫자는 수년간 정치권에서 사용됐지만 지금처럼 소란스럽거나 폭력적 의미를 띠지 않았다”며 “지난해 트럼프 암살 시도 사건 이후 우리는 완전히 다른 세상에 살고 있다”고 했다. 버클리 소재 캘리포니아대의 니콜 홀리데이 교수(언어학)는 “우리가 극도로 당파적이고 양극화된 문화에 살고 있기 때문에 언어의 의미를 두고도 이 같은 동요가 발생하는 일은 전혀 놀랍지 않다”고 AP에 말했다.
조선일보 국제부가 픽한 글로벌 이슈!
뉴스레터 구독하기
[원선우 기자]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