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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가진 北, 전차·미사일 신기술도 장착… 국지전 도발 가능성 커져

조선일보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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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 가진 北, 전차·미사일 신기술도 장착… 국지전 도발 가능성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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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미그機에서 발사되는 신형 공대공 미사일 - 북한이 미그-29 전투기가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관영 매체를 통해 17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北 미그機에서 발사되는 신형 공대공 미사일 - 북한이 미그-29 전투기가 신형 공대공 미사일을 발사하는 모습을 관영 매체를 통해 17일 처음으로 공개했다.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전투기에서 발사하는 신형 중거리 공대공(空對空) 미사일 실사격 훈련을 지난 17일 공개했다. 우리 군은 기존 미국·유럽산 공대공 미사일을 대체하는 국산화 사업을 올해 시작했는데, 북한은 이미 개발해 훈련까지 성공했다는 것이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15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북한 공군의 반항공(방공) 전투 및 공습 훈련을 현지 지도했다고 보도했다. 미그-29 전투기에서 신형 공대공미사일과 활공유도폭탄을 발사해 순항미사일·무인기 표적을 격추하는 훈련이었다. 이 훈련에서 북한은 러시아에서 기술을 이전받아 개발한 것으로 추정되는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실사격 장면을 처음으로 공개했다.

북한은 최근 이처럼 우리 군이 절대 우위라고 평가되던 재래식 전력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북한은 이날 미국의 ‘리퍼’와 외형이 유사한 무인 공격기도 공개했다.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처음으로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7일 공개한 무인공격기./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이 17일 공개한 무인공격기./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전문가들은 북한 특유의 모방 기술과 북·러 밀월로 인한 러시아 기술 이전이 시너지를 내면서 급격한 재래식 전력 증강이 이뤄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핵·미사일 전력이 우위인 상황에서 북한이 재래식 전력까지 현대화하면서 국방력의 균형추가 북한으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핵 가진 北, 전차·미사일 신기술도 장착… 국지전 도발 가능성 커져

지난 17일 북한이 공개한 공군 훈련 모습에는 미그-29 전투기에서 신형 공대공미사일과 활공유도폭탄을 발사해 순항미사일과 무인기 표적을 격추하는 장면이 나온다. 북한은 2021년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행사장에서 처음 신형 중거리 공대공미사일을 공개했는데, 개발을 완료하고 실사격 훈련까지 한 것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제1공군사단 관하 비행연대를 방문해 공군 반항공(방공)전투 및 공습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15일 제1공군사단 관하 비행연대를 방문해 공군 반항공(방공)전투 및 공습 훈련을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7일 보도했다./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북한 신형 공대공미사일의 외형은 중국산 ‘PL-12’나 미국산 ‘암람’과 유사하다고 평가된다. 특히 중국산 PL-12와 더욱 비슷한데, 이는 북한이 러시아에서 기술을 이전받았을 가능성을 시사한다. 중국 역시 러시아에서 기술을 이전받은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이다. 국민의힘 유용원 의원은 “북한은 이번 실사격 훈련에서 단거리 공대공 능력만 보여줬지만, 기술적 난도가 높은 중거리 공대공미사일 체계 통합 기술을 어느 정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에 따라 기술 이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래픽=김현국

그래픽=김현국


공대공미사일이 격추한 공중 표적은 ‘북한판 우란’으로 불리는 대함미사일과 가오리 형상의 무인기로 보인다. 한국군의 순항미사일과 가오리형 무인기에 대한 공대공 전투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은 최근 북·러 밀월로 인한 기술 이전으로 재래식 분야 전력을 급격히 개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달 30일 북한판 이지스함인 최현호의 초음속 순항미사일과 전략순항미사일, 반항공(대공)미사일 시험 사격 등을 공개했다. 여기서 초음속 순항미사일이 러시아의 함정 발사 극초음속 순항미사일인 ‘지르콘’과 형상이 유사하다. 또 최현호 마스트에 장착된 4면 위상 배열 레이더는 러시아의 카라쿠르트급 함정에 탑재된 레이더와 배치 형상과 설치 각도 등이 비슷하다. 이지스함에 장착되는 위상 배열 레이더는 360도 전방위 감시가 가능하다. 최현호의 복합 방공 무기 체계 역시 러시아제 ‘판치르’와 형상이 비슷하다.

지난 3월 공개한 공중조기경보통제기는 러시아제 수송기인 일류신(IL)-76에 레이더를 부착한 것으로 보인다. 우리 군은 ‘하늘의 지휘소’라 불리는 공중조기경보통제기를 미국에서 도입해 사용하고 있는데 공중 정찰 자산이 전무한 북한이 우리와 유사한 전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를 갖는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전략 무기인 정찰위성, 발사대 기술은 물론 무인기와 전자전 장비, 대공미사일 등을 실물로 러시아에서 받고 있다”고 했다.


북한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한 반항공전투 및 공습훈련 기사에 등장한 북한 무인정찰기./노동신문 뉴스1

북한 노동신문이 17일 보도한 반항공전투 및 공습훈련 기사에 등장한 북한 무인정찰기./노동신문 뉴스1


북한이 최근 전력 향상에 공들이는 무인기의 경우 우크라이나전에서 습득한 현대전 경험과 맞물려 큰 위협이 될 것이라는 게 군 당국의 우려다. 북한은 미국의 무인 공격기인 ‘리퍼’와 역시 미국산 무인 정찰기인 ‘글로벌호크’와 외형이 유사한 무인기를 운용 중이다. 지난 17일에는 무인 공격기의 편대 비행을 처음으로 선보였고, 지난 3월에는 광학 카메라가 장착된 개량형 무인 정찰기 샛별4를 공개했다. 우크라이나에 파병된 북한군은 무인기를 이용한 현대전을 습득했는데 이 무인기들이 향후 한반도 유사시 북한군 재래식 전력의 주요 축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일러스트=김현국

일러스트=김현국


특히 미국산을 모방한 무인기 외형은 유사시 한반도에 투입되는 미군 무인기와의 피아 식별을 어렵게 하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정보 당국 관계자는 “우크라이나전 경험을 ‘우리 식으로 소화하라’는 김정은의 지시를 반영해 북한이 정찰 자폭형 무인기, 조기 경보기 개발과 방공 전력 확충에도 매진하는 양상”이라고 했다.

북한은 작년 11월 신형 전차인 ‘천마’를 공개하기도 했다. 능동 방호 체계와 원격 사격 통제 시스템, 대드론 방어 체계 등이 적용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우리 군 주력인 K-2 전차는 이와 같은 시스템을 갖추지 않았다. 능동 방호 체계는 전차 등에 대한 미사일, 로켓 등 위협이 장갑에 도달하기 전 미리 감지해 요격하는 시스템이다. 군 관계자는 “K-2 전차의 경우 능동 방호 체계를 개발 중”이라고 했다.


육해공군 모든 분야에서 우리 군보다 취약한 것으로 평가됐던 북한의 재래식 전력이 총체적으로 향상되고 있는 것이다. 엄효식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총장은 “과거에는 북한이 비대칭 전력인 핵 중심으로 무기 체계를 발전시켰다. 재래식 전력에서 우리와 상대가 안 되니 비대칭 전력으로 체제 보전을 꾀했다는 평을 받았다”며 “하지만 북한은 이제 재래식 전력에서도 남측에 뒤지지 않고, 때로는 압도한다는 것을 공개적으로 보여주는 자세로 바뀌었다”고 했다. 일각에서는 북한의 재래식 무기 능력 향상으로 국지 도발 가능성이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북한이 우위를 가지는 핵·미사일은 전략 무기이기 때문에 쉽게 사용할 수 없지만, 재래식 무기로는 전면전이 아닌 국지 도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김정은이 추진하는 재래식 무기 현대화가 얼마나 걸릴지에 대해선 의견이 엇갈린다. 한 전직 고위 군 장성은 “우리 군의 경우 모든 무기를 국산화할 필요가 없고 미국 등 우방국에서 수입하는 경우가 많아 아직은 재래식 무기의 우위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하지만 김정은의 지시에 따라 북한의 급격한 재래식 전력 현대화가 이뤄지면 2~3년 내에 몇몇 분야에서의 위협도 생각해 볼 수 있다”고 했다. 반면 차두현 아산정책연구원 부원장은 “러·북 밀착이 당분간 지속된다고 하더라도 북한이 한국과 호각으로 재래식 전력 균형을 맞추려면 5~10년이 걸릴 것으로 추정된다”고 했다.

북한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재래식 무기 현대화 전략이 북한 전체 경제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박원곤 이화여대 교수는 “북한이 비대칭 무기로 핵·미사일 개발에 나선 건 재래식 군대 개발을 포기하고 그 자금을 경제 개발에 쓰겠단 취지였다”며 “핵·미사일에 재래식 전력 확대까지 더하면 북한 전체 경제가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전략 무기와 재래식 무기

전략 무기(strategic arms)는 사전적으로 ‘적의 전쟁 수행 능력을 결정적으로 파괴할 수 있는 무기’를 말한다. 통상 핵탄두와 운반 수단인 장거리탄도미사일·핵폭격기·전략핵잠수함 등을 뜻한다. 재래식 무기(conventional weapons)는 핵무기 등 대량 살상 무기를 제외한 전차·장갑차·야포·전투기·함정·미사일·포탄·총 등을 말한다.

[양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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