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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이 지속성을 갖춰나가는 방법… 끝없는 고민의 산물, SSG 기다림이 드디어 채워진다

스포티비뉴스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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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성이 지속성을 갖춰나가는 방법… 끝없는 고민의 산물, SSG 기다림이 드디어 채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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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대전, 김태우 기자] 용마고를 졸업하고 2016년 SK(현 SSG)의 2차 3라운드(전체 26순위) 지명을 받은 안상현(28·SSG)은 지명 당시부터 ‘천재과 내야수’로 뽑혔다. 기본적으로 운동 능력이 뛰어나고, 여기에 안 될 것 같은 일을 되게 만드는 번뜩이는 천재성이 있었다.

많은 지도자들이 그 재능을 눈여겨보고 꽃밭에 물을 주려고 노력했다. 욕심을 낼 만한 자원이었다. 그러나 좀처럼 그 재능이 만개하지 않았다. 결정적인 순간 실책이 나왔고, 기회에서 약한 모습을 보였다. 가진 재능에 비해 성과가 잘 나오지 않으니 ‘멘탈이 약하다’, ‘집중력이 약하다’는 곱지 않은 시선이 쏟아졌다. 그렇게 20대가 거의 다 지나갔다.

이숭용 SSG 감독도 부임 이후 안상현의 재능을 대번에 알아챘다. 2024년 시즌을 앞두고 치열한 주전 2루수 경쟁이 벌어졌을 때, 캠프에서 가장 앞서 나간 선수는 단연 안상현이었다. 하루 강훈련이 끝난 뒤 개인적으로 매일 100번의 스윙을 돌리겠다는 약속을 지켰고, 연습경기에서도 성과가 좋았다. 그러나 거기까지였다. 또 한계를 돌파하지 못했다.

안상현은 지난해 37경기에서 타율 0.171에 머물렀다. 캠프에서의 기세가 시즌 직전 부상으로 한 차례 끊겼고, 1군으로 온 이후에도 좀처럼 그 성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결국 1군과 2군을 오가는 과정에서 캠프에서의 성과는 흐지부지됐다. 연습 때 좋은 모습이 실전에서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천재성은 있었고, 폭발력이 있었을지는 몰라도 지속성이 없었다. 2군에 내려간 뒤 오히려 그래프가 푹 꺾여 치고 올라오지 못하는 모습은 여전했다.


그렇게 박지환 정준재라는 후배들이 새로운 내야의 기대주로 자리 잡았고, 올 시즌을 앞두고 안상현을 주목하는 시선은 그렇게 많지 않았다. 시즌 초반 활약이 괜찮았지만 그 기세가 오래 가지 않았다. 개막 한 달 정도를 백업 선수로 버티다 5월 2일 2군으로 내려갔다. 다시 안상현의 이름은 잊히는 듯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랐다.

안상현은 5월 13일 1군 엔트리에 재등록됐다. 예전에는 한 번 2군에 내려가면 그대로 끝인 경우가 많았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았다. 안상현은 콜업 후 17일 더블헤더 일정까지 5경기에서 타율 0.471로 맹활약했다. 하위 타순에서 팀 공격의 활력소를 톡톡히 제공했다. 여기에 3루 수비도 안정적이었다. 최정이 없는 상황에서 박지환을 시작으로 많은 선수들이 3루 자리에 들어갔으나 모두 수비 문제로 난리가 난 지점이었다. 하지만 안상현이 그 황무지를 다듬으며 팀 내야도 안정감을 찾고 있다.


17일 대전에서 열린 한화와 더블헤더 2경기에서 공·수 대활약을 하며 팀에 귀중한 승리를 안긴 안상현은 이제 다시 팀 내야에서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베테랑 김성현이 부상으로 빠졌고, 최정이 아직은 수비에 들어가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선수가 기회를 잘 잡은 셈이 됐다. 그대로 꺾이고 또 잊히는 듯했는데 다시 벼랑을 기어 올라왔다. 이전까지는 다른 투지와 다른 맛이 있다.


이숭용 SSG 감독도 “수비도 안정감 있게 하고, 타석에서 하는 모습도 좋다”면서 “머리도 짧게 깎고, 배트도 조금 짧게 잡고 조금 달라졌다. 3루만 나가면 (나가는 선수들이) 자꾸 다 안 좋은 게 보이고 전체적으로 조금 그랬는데 상현이가 잡아주고 하니까 좋아진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이 감독은 최정이 3루 수비에 복귀할 시점을 대비해 상황에 따라 2루로도 들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안상현이 올라와서 수비나 타격이 너무 좋아져서 내야수들의 활용폭이 조금 더 넓어질 것 같다”고 기대를 걸었다.

안상현은 기세를 계속 이어 가고 있다. 18일 대전 한화전에서도 선발 3루수로 출전, 중요한 순간 안타를 치는 등 4타수 2안타 1볼넷 1도루 2득점으로 활약하면서 팀의 7-3 승리를 이끌었다. 시즌 타율도 0.348로 오르는 등 호조를 보이고 있다. 공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안정감 있는 활약을 했다.


안상현은 경기 후 “2군에 내려갈 때 치는 것을 조금 바꿨다. 스탠스와 방망이를 조금 짧게 잡는 것, 두 가지 정도를 바꿨는데 지금 아직까지는 괜찮은 것 같다”면서 “2군에 가면 사람이 (심리적으로) 그럴 수 있지 않나. 그런데 이번에는 2군에 갈 때 나름 긍정적으로 다녀왔다. 보완할 점을 많이 생각하고, 또 이야기했다. 코치님들이 도와주셔서 괜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온 기회를 너무 잡으려고 하다 탈이 났다. 올해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달려드니 마음은 조금 더 편해졌다. 안상현은 “뭔가 편하게 하려다 보니까 결과가 조금 좋게 나온 것 같다. 실수를 해도 ‘실수를 했네, 다음에 잘하면 되지’라고 생각하려고 노력한다”면서 “여러 포지션을 소화해도 상관이 없다. 자리나 기회를 막 잡으려고 안 하려고 하고, 뭔가 조금 더 편안하게 하고 싶다”면서 초심을 다졌다. SSG의 오랜 기다림이 조금씩 그 결과를 확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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