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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에 쏠린 돈… 금리 인하에 은행 가계대출 보름새 2.9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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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빚투'에 쏠린 돈… 금리 인하에 은행 가계대출 보름새 2.9조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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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5대 시중은행 대출 2조8979억 원 늘어
낮은 금리에 주담대·신용대출 모두 큰 폭 상승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16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관계자가 원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가계부채가 다시 빠른 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주요 시중은행의 가계대출이 3조 원 가까이 늘었다. 대출금리 하락에 토지거래허가제 해제, 주가 급락에 맞물린 '빚투' 등 레버리지 투자 수요가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15일 기준 가계대출 잔액은 745조9,827억 원으로, 지난달 말(743조848억 원)보다 2조8,979억 원 증가했다. 보름 새 3조 원에 가까운 대출이 늘어난 것인데, 이 추세대로라면 이달 증가액은 5조8,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달 증가폭인 4조5,337억 원 대비 1조 원 넘게 늘어나는 셈이다. 이는 지난해 8월(9조6,259억 원) 이후 최대 증가폭이 될 전망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과 신용대출 모두 가계대출 상승세를 견인했다. 주담대는 지난달 말보다 1조7,378억 원이 늘어났고, 신용대출은 1조939억 원이 불었다. 신용대출의 경우 지난달 전체 증가액(8,868억 원)을 보름 만에 넘어섰다. 근로자의 날과 대체공휴일 등 5월 황금연휴로 은행 영업일이 8일에 불과했음에도 이례적인 증가폭이라는 지적이다.

가계대출이 다시 급증한 것은 대출금리 하락 영향이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2월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가 시중금리에 순차적으로 반영되면서 차주의 이자 부담이 줄었기 때문이다. 은행권 주담대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는 7개월 연속 하락해 지난달 2.70%를 기록했다. 2022년 6월(2.38%) 이후 2년 10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신용대출 금리도 낮아졌다. 16일 기준 KB국민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금융채 1년물·신용등급 1등급)는 3.57~4.57%로 하단 기준 2021년 10월 이후 3년 7개월 만에 최저치다.

낮아진 금리에 미국 관세 쇼크로 국내외 주가가 휘청이자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차입 투자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2월 서울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로 늘어난 주담대 등 가계대출은 시차를 두고 취급 실적에 반영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 상반기에도 대출금리 하락으로 가계대출이 일시적으로 늘어난 적 있다"며 "통상 5월은 자금 수요가 많아 대출이 많이 발생하는 시기인 만큼 월말까지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승엽 기자 sy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