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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5주년 기념식…“내란 동조” 문전박대 당한 안창호 인권위원장

조선일보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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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45주년 기념식…“내란 동조” 문전박대 당한 안창호 인권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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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호 권한대행 “국민통합 길 열어야”
5·18기념재단 “5·18 헌법 수록 언급無 유감”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던 중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뉴스1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오전 광주 북구 운정동 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하던 중 시민단체의 항의를 받고 있다./뉴스1


안창호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이 18일 5·18민주화운동 45주년 기념식장을 찾았으나 문전박대를 당하고 발길을 돌렸다.

안 위원장은 이날 오전 9시 36분쯤 광주광역시 북구 운정동 국립5·18민주묘지 입구 ‘민주의 문’ 앞에 승용차로 도착하고 나서 경찰 20여 명의 경호를 받으며 걸음을 옮겼다. 당시 민주의 문 앞에는 비표가 없어 기념식장에 들어가지 못한 200여 명의 인파가 있었다.

이 중 일부 시민과 시민단체 회원이 “안창호 아니야?” “맞네” “여기가 어디라고 오느냐” “빨리 떠나라” 등을 외치며 입장을 저지하기 위해 몰려들어 몸싸움을 벌였다. 앞서 일부 5·18 단체가 항의 집회를 예고하자 안 위원장은 경찰에 신변 보호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안 위원장은 경찰에 둘러싸여 간신히 민주의 문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이동을 가로막는 또 다른 시민들과 맞닥뜨렸다. 두 차례 걸친 실랑이 끝에 어렵사리 묘역 진입에 성공했으나, 이번에는 미리 대기하던 5·18 유공자 등의 항의가 이어졌다. 이들은 안 위원장의 이동 경로를 가로막았다. 안 위원장은 결국 세 차례 항의에 백기를 들고 도착 9분 만에 기념식 참석을 포기했다.

광주 시민 박모(55)씨는 “안창호 위원장은 12·3 내란 사태에 동조했기 때문에 신성한 5·18민주묘지에 들어가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 5·18 유공자는 “항의가 예상되는데 굳이 신변 보호까지 하면서 무리하게 민주묘지를 찾은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앞서 인권위는 지난 2월 10일 제2차 전원위원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방어권 보장 등을 담은 ‘계엄 선포로 야기된 국가적 위기 극복 대책 권고의 건’을 일부 수정 의결했다. 이후 안 위원장 등이 내란에 동조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안 위원장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들을 추모한다”며 “그날의 비극이 남긴 아픔을 교훈 삼아 우리는 모두 자유민주주의의 발전과 국민의 인권 신장에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추모식에 참여하려 했으나 입장하지 못한 것에 대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국가인권위원회는 5·18 정신을 등불 삼아, 이 땅에 민주주의가 더욱 튼튼히 자리 잡고 모든 국민의 인권이 신장할 수 있도록 인권 보호에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등이 18일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로 입장하고 있다./뉴스1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등이 18일 제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이 열리는 18일 광주 북구 운정동 국립 5·18민주묘지로 입장하고 있다./뉴스1


45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은 안창호 위원장 ‘철수 해프닝’ 외에 차분한 분위기 속에 거행됐다. 이날 오전 10시 ‘함께, 오월을 쓰다’를 주제로 열린 기념식에는 5·18 민주유공자와 유족, 이주호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을 비롯한 정부 주요 인사, 각계 대표, 학생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개혁신당 이준석 후보, 민주노동당 권영국 후보 등 3개 정당 대선 후보도 참석했다. 정부가 주관하는 5·18 기념식은 5·18 민주화운동이 법정기념일로 지정된 1997년 이후 해마다 광주 국립 5·18민주묘지에서 개최되고 있다.

기념식은 국민의례를 시작으로 경과 보고, 여는 공연, 기념사, 기념 영상, 대합창,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등 순으로 45분 동안 이어졌다. 대통령 궐위에 국무총리도 공석인 상태에서 이주호 권한대행이 기념사를 낭독했다. 이 권한대행은 “우리 모두의 삶 속에 끊임없이 오월의 정신을 되살려 대화와 타협으로 진정한 국민 통합의 길을 열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뉴스1

김영록 전남지사와 강기정 광주시장 등이 18일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제45주년 5·18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제창하고 있다./뉴스1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에서 참석자들은 각자 옆 사람의 손을 맞잡고 앞뒤로 흔들거나, 움켜쥔 주먹을 흔들며 노래를 불렀다. 이 권한대행 등 정부 인사, 우원식 국회의장, 김형두 헌법재판소장 권한대행, 3명의 대선 후보, 국민의힘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과 용혜인 기본소득당 대표 등 각 정당 지도부 인사 모두 제창했다. 이재명 후보와 이준석 후보는 주먹을 들어 올리지 않고 옆에 사람과 손을 맞잡았다. 강기정 광주시장과 김영록 전남지사는 움켜쥔 오른 주먹을 들어 올려 흔들었다.


다만 기념식 후 5·18기념재단은 성명을 내고 “이 권한대행의 기념사에는 5·18 정신 헌법 전문 수록, 진상 규명 지속, 기념사업법 제정, 유공자 처우 개선 등 5·18 민주화운동을 위한 그 어떤 내용도 없었다”며 “강력한 유감을 표명한다”고 밝혔다.

한편 이재명 후보는 전두환·노태우 비자금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국가폭력, 군사쿠데타, 국민에 대한 국가권력의 살상행위 또는 시도에 대해서는 시효를 배제하고 그가 생존하는 한 반드시 형사 책임을 물어야 한다. 민사상 소멸 시효도 배제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광역시=조홍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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