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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한테 5600억 전용기 선물한 카타르...F-35 전투기 위한 로비 논란

아시아경제 이현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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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한테 5600억 전용기 선물한 카타르...F-35 전투기 위한 로비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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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대통령 선물 중 역대 최고액
F-35 전투기 도입 재개 가능성
사우디·이스라엘 등 반발 우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지난달 11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웨스트 팜비치 공항에 도착해 전용기인 에어포스원에서 내리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카타르 왕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수천억원대의 전용기를 선물해 미국 안팎에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가 미국산 첨단무기 도입을 위해 노골적으로 로비를 한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카타르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 정부가 그동안 거부했던 F-35 전투기의 매각을 곧 승인할 것이란 기대감이 확산하고 있다.
카타르, 트럼프에 보잉747-8 항공기 선물…"전용기로 쓸 것"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타스연합뉴스

타밈 빈 하마드 알사니 카타르 국왕. 타스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현지시간)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카타르로부터 보잉 747-8 기종 항공기를 기증받았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내게 주는 선물이 아니라 미국 국방부에 주는 선물"이라며 "보잉사가 새 대통령 전용기를 납품하기 전까지 기증 받은 항공기를 전용기로 쓸 것"이라고 밝혔다.

보잉 747-8 항공기의 대당 가격은 4억달러(약 5600억원)에 달한다. 뉴욕타임스(NYT)는 역대 미국 대통령이 외국으로부터 받은 선물 중 최고가 기록을 남기게 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물 받은 보잉 747-8 항공기를 임기 동안 전용기로 사용하다가 퇴임 후에는 개인 용도로 쓰지 않고 트럼프 도서관에 기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에서는 야당인 민주당을 중심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과도하게 사적인 이득을 취득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다. 민주당의 애덤 시프 상원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분명한 외국수익금지조항 위반"이라며 "노골적인 부패"라고 지적했다. 미국 헌법의 외국수익금지조항 따르면 연방정부 공직자는 의회 동의없이 외국 정부로부터 선물이나 보수, 직책 등을 받을 수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백악관은 해당 논란에 대해 법적 문제가 없다고 주장 중이다. 캐롤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외국으로부터의 선물은 관련 법을 완전히 준수하는 가운데 수용된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선물받은 항공기를 재임중 전용기로 쓰고, 퇴임 후 개인 용도로 쓰지 않겠다고 한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카타르 'F-35' 도입 이뤄지나…2020년엔 승인 거부당해
F-35 전투기의 모습. AFP연합뉴스

F-35 전투기의 모습. AFP연합뉴스


카타르 안팎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위한 전용기 선물이 미국 첨단무기 도입에 발판이 될 것이란 기대감이 나오고 있다. 카타르는 지난 조 바이든 행정부 때 미국측 승인 거부로 첨단 스텔스 전투기인 F-35 기종 등 각종 무기 도입에 실패했다.


CNN에 따르면 카타르 정부는 2020년 10월 미국 정부에 F-35 전투기 도입을 요청했지만, 이후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서면서 거부됐다. F-35와 함께 도입하려던 MQ-9B 무인기(드론)도 바이든 행정부의 거부로 카타르로 오지 못했다. 당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 등 중동 내 미국 주요 동맹국들이 카타르로의 수출을 반대하면서 도입이 무산됐다.

카타르는 사우디를 종주국으로 하는 이슬람 수니파 국가 중 하나지만, 시아파 종주국인 이란과 친밀한 관계를 갖고 있다. 또한 중동 내 친이란계 무장조직들을 배후에서 후원한다는 비판도 받았다. 사우디와 이스라엘이 카타르의 F-35 도입 및 군사증강에 반대한 이유도 친이란 국가란 이미지가 강하기 때문이다. 바이든 행정부도 사우디, 이스라엘과 함께 카타르의 군사증강을 경계하며 카타르로의 첨단무기 수출을 제한하는 기조를 이어왔다.

하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상황이 달라졌다. 올해 3월 트럼프 행정부는 카타르에 MQ-9B 드론 수출을 승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때인 2017년에도 카타르에 F-15 전투기 수출을 승인한 바 있다. CNBC는 카타르 왕실과 정부가 다양한 채널을 통해 트럼프 행정부에 직·간접적인 로비전을 펼쳐왔다고 전했다.

친이란계 카타르와 가까워지는 트럼프…사우디·이스라엘 반발 우려
EPA연합뉴스

EPA연합뉴스


카타르와 트럼프 행정부간 외교적 밀착이 강화될 경우 사우디와 이스라엘 등 미국의 전통적인 중동 대표 우방들이 반발하면서 미국의 중동전략에 차질이 생길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AP통신에 따르면 사우디는 2017년부터 2021년까지 다른 중동연맹 국가들과 연합해 카타르와 단교하고 교역을 봉쇄한 바 있다. 카타르가 사우디의 반이란 정책에 반대하며 중동 내 친이란계 무장조직을 배후에서 후원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것이 단교의 주된 이유였다. 이스라엘 역시 카타르의 무장조직 후원에 반발하며 미국산 무기의 카타르 판매를 계속 반대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가 들어선 이후 카타르는 중동 내 영향력을 더욱 키우기 위해 각종 외교전을 펼치고 있다. CNN에 따르면 카타르는 미국의 시리아 제재 해제를 위해 트럼프 행정부에 로비를 벌이고 있다. 시리아의 알 아사드 정권 붕괴 이후 미국 정부는 올해 1월부터 기존 대 시리아 제재를 일부 완화했지만, 제재 자체는 여전히 유지 중이다. 시리아 신생정부 수립을 배후에서 지원했던 카타르는 영향력 확대를 위해 미국 정부를 움직이고자 하고 있다.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하산 알하산 중동정책 선임연구원은 CNN과의 인터뷰에서 "카타르는 각종 분쟁에서 미국의 중재 파트너 역할을 도맡아하면서 사우디 등 다른 동맹국들보다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어하는 것"이라며 "사우디와 아랍에미리트(UAE), 이스라엘 등 다른 중동 국가들의 이해관계와 충돌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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