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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베테랑’ 최영준, 아찔한 부상 위험 무릅쓰고 ‘머리’ 댔던 이유…“수원 위해 희생하고 싶었고, 몸이 반응했다” [SPO 현장]

스포티비뉴스 박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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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세 베테랑’ 최영준, 아찔한 부상 위험 무릅쓰고 ‘머리’ 댔던 이유…“수원 위해 희생하고 싶었고, 몸이 반응했다” [SPO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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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부산, 박대성 기자] 최영준(33, 수원 삼성 블루윙즈)이 부산 원정길에서 큰 부상을 당할 뻔 했다. 자칫하면 머리 쪽에 타박상을 입어 위험할 수 있던 상황. 위험했던 플레이를 결정했던 이유는 팀을 위한 희생정신이었다.

수원은 13일 오후 7시 부산구덕운동장에서 부산아이파크와 하나은행 K리그2 2025 12라운드를 치렀다. 올시즌 K리그2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독주에 2위부터 치열한 순위 전쟁을 하고 있다.

매 라운드 결과에 따라 급격하게 순위가 바뀌는 상황에 승격 경쟁 팀 부산을 만났다. 꽤 많은 수원 원정 팬이 구덕운동장을 채웠지만, 홈 구장에 올시즌 단단한 팀 컬러를 보이는 부산은 수원 입장에서 꽤 껄끄러운 상대였다.

킥오프 휘슬이 울리고 전열이 채 정비되지 않은 시점에 실점했다. 부상 회복 중인 페신을 대신해 선발로 출전한 손석용이 수원 수비가 확실하게 볼을 걷어내지 못한 틈을 타 침착한 마무리로 골망을 뒤흔들었다. 최근 초반에 실점 빈도가 높았던 수원에게 전반 1분 만에 실점은 90분 경기 운영에 큰 변수였다.

하지만 실점 이후 수원에 결정적인 장면이 있었다. 손석용이 50대50 볼 다툼 과정에서 볼을 빼앗으려고 발을 뻗었는데 최영준 머리에 닿아 레드카드를 받았다. 최영준은 머리에 출혈이 있었지만 붕대를 감고 투혼을 보였다. 30대 베테랑이지만 20대 전성기처럼 많은 활동량을 보였고 쉼없이 피치 위를 질주했다. 수비형 미드필더 자리에서 상대 공격을 커트한데 이어 때로는 공격까지 도와 수원 4-1 대역전승에 보탬이 됐다.

알토란 활약을 했지만, 전반 1분 만에 실점은 베테랑이자 주장단인 최영준에게 적잖은 부담이 있었을 테다. 하지만 베테랑으로서 한 발 더 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각오를 동료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경기 후 최영준을 만난 자리에서 제대로 알 수 있었다. 손석용과 볼 다툼 과정에서 머리를 댄 이유를 묻자 “저는 늘 경기장에서 주연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건 저의 축구 철학이다. 늘 조연이라고 생각하고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다짐한다. 볼 다툼 상황에 볼이 조금 애매한 지점에 있다고 판단했고 본능적으로 머리가 먼저 나갔다. 애매한 볼을 빨리 처리해야 된다는 생각이 컸다. 머리를 다쳤지만 퇴장을 얻었고, 이로 인해 우리 팀이 우위를 점할 수 있게 됐던 계기가 됐던 것 같다”라고 답했다.

어쩌면 최영준의 투혼 덕에 수원 다득점 승리의 물꼬를 틀 수 있었던 셈이다. 변성환 감독도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최영준의 높은 집중력으로 상대 퇴장을 이끌어 냈다. 엄청난 투혼으로 끝까지 버텨준 최영준에게 너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말했다.

변성환 감독 말을 들은 최영준은 “늘 팀을 위해서 희생하려고 하는데, 감독님께서 그렇게 말씀해주셔서 감사하다. 수원이라는 큰 팀에 부담감도 있고 베테랑으로서 책임감도 커 노력을 많이하고 있다. 감독님께 고맙고 선수들에게도 내 마음이 닿은 것 같다. 이렇게 또 팀이 이길 수 있다면 난 그걸로 만족한다”라며 웃었다.


수원은 이른 실점이 단점이지만, 현재 리그 최고 화력을 이어가고 있다. 득점력으로 승부를 뒤집고 다득점으로 승점을 따내 9경기 무패를 달리고 있다. 포지션은 다르지만, 최영준이 느끼는 팀 분위기는 어땠을까. 그는 “선수들의 자신감이 넘친다. 질 것 같지 않다는 생각이 크다. 한 주 동안 최선을 다해 훈련하고 준비한다. 그런 점들이 결과로 나오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최영준은 경남FC 시절에 전성기를 시작했다. 왕성한 활동량에 상대 패스길을 차단하고 준수한 전진 패스로 ‘캉테’라는 별명이 붙었다. 대표팀 3선 미드필더 후보로도 종종 거론되기도 했다. 20대를 지나 30대에 접어든 현재에도 그 플레이는 여전했다.

하지만 세월을 속일 순 없기에 체력적인 부담이 클 법 하다. 최영준에게 어떻게 활동량을 유지하냐고 묻자 “솔직히 힘들다. 감독님께서도 효율적으로 뛰는 방법을 생각해보라고 하신다”라며 너털 웃음을 짓더니 “일단 제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하고 싶다. 60분이 되든, 45분이 되든, 후반에 조커로 들어가든 모든 걸 쏟아붓고 싶다”라고 말했다.

인터뷰에서 “책임감” “팀을 위한 희생”이라는 말을 습관처럼 했다. 베테랑으로서 개인적인 욕심보다는 팀의 시즌 목표가 더 우선인 듯 했다. 최영준에게 향후 각오를 묻자 “수원이라는 좋은 팀에서 많이 배우고 있다. 감독님께서 추구하는 축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 뿐이다. 지금은 팀의 승격만 바라보고 달리고 있다”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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