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디언 “공화당원들, ’8646′ 바이든 탄핵 의미로 사용”
왼쪽부터 코미 전 FBI 국장, 코미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올린 조개껍데기 8647 숫자, 트럼프 미 대통령./Expressen |
미국 도널드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해임됐던 제임스 코미 전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올린 ’8647′이라는 숫자가 대통령 암살 선동이라는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은 코미를 향해 ‘더러운 경찰(dirty cop)’이라고 맹비난했다.
코미는 지난 15일 소셜 미디어에 “해변 산책길에 멋진 조개 껍데기가 보이네요”라는 글과 함께 해변 모래 위에 조개 껍데기로 표현된 8647이라는 숫자 사진을 올렸다. 이후 친 트럼프 진영에선 “전 FBI 국장이 현직 미국 대통령을 공격하는 메시지를 보냈다”(테일러 부도위치 백악관 부비서실장) “코미가 우리 아버지를 살해하라고 선동한다”(도널드 트럼프 주니어) “이게 대통령에 대한 위협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해석될 수 있는지 모르겠다”(메건 매케인)는 비난이 쏟아졌다.
트럼프 지지층은 86이 ‘내쫓다’ ‘죽이다’라는 뜻의 속어이고, 47은 트럼프가 미국의 47대 대통령이므로 8647은 결국 ‘트럼프를 살해하라’라는 ‘암살 지령’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트럼프는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코미를 ‘더러운 경찰’이라고 칭하며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이어 “어린이도 그 사진이 의미하는 바를 안다”며 “그가 그런 일을 한 것에는 이유가 있다”고 했다.
86(에이티 식스)는 1930년대 미국 뉴욕을 중심으로 형성된 속어다. ‘품절된 재료나 품목’을 가리키는 명사나, 소란을 피우는 손님을 ‘쫓아내라’는 의미의 동사로 사용된다고 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러한 86의 의미를 해설하며 금주법 시대 뉴욕 웨스트 빌리지 배로 스트리트 86번지에 있던 술집과 관련이 있다고 보도했다. 1930년대부터 ‘접시가 다 떨어졌다’는 뜻으로 쓰였다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설명도 소개했다.
옥스퍼드 영어사전에도 악명 높은 주정뱅이 영화 배우였던 존 배리모어(1882~1942)가 술집에서 86이라는 코드명으로 불렸고, ‘그에게 술을 주지 말라’는 동사으로도 활용됐다고 수록돼 있다.
86은 일부 마피아들이 8마일(약 12.6km)을 끌고 가서 6피트(약 1.8m) 깊이 구덩이에 밀어 넣는다는 의미로도 사용한다고 뉴스위크는 보도했다. ‘캐셀 속어 사전’은 표준 무덤 규격이 길이 8피트, 깊이 6피트이므로 86이 ‘죽이다’ ‘사법적으로 처형하다’라는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설명한다.
다만 가디언은 86이 이러한 뜻으로는 매우 드물게 사용된다는 메리엄-웹스터 사전의 설명을 소개하기도 했다. 이 사전은 86이 ‘죽이다’라는 의미로 사용되는 데 대해 “비교적 최근 사용됐고 사용 빈도가 낮기 때문에 그러한 의미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는 것이다.
86은 과거 조 바이든 대통령 시절, 그를 탄핵하라고 요구하는 공화당원들이 사용했던 구호이기도 하다. 가디언은 “아마존에서 판매되는 8646 티셔츠는 46대 대통령 바이든 탄핵을 의미한다”며 “일부 진보주의자들은 우파가 코미의 메시지를 의도적으로 오해하고 있다고 비난한다”고 했다. 86의 의미를 과잉 해석하면서 정치 공세를 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에서 판매되고 있는 8646 티셔츠. 46대 미 대통령 바이든을 탄핵하자는 의미다./이베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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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선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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