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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보기 하고도 아너, 말 되나” 세계 1위 셰플러가 분노한 이유

헤럴드경제 조범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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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블보기 하고도 아너, 말 되나” 세계 1위 셰플러가 분노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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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퍼드 라이’ 룰 미적용 주최측 맹비난
전날 많은비로 페어웨이 물러 머드볼 속출
셰플러·매킬로이·쇼플리 16번홀 ‘더블보기’
안병훈 공동 20위…매킬로이 공동 98위
스코티 셰플러가 1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1라운드 12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스코티 셰플러가 1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1라운드 12번홀에서 세컨드샷을 하고 있다. [게티이미지]



[헤럴드경제=조범자 기자] “더블보기 했는데 내가 아너(honor)를 지켰다. 내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 페어웨이에서 친 공이 어디로 갈 지 모르는 상황은 절망스럽다.”(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

“페어웨이를 지켰는데 다음 샷을 잘 칠 확률이 반반이라니 정말 짜증난다.”(디펜딩 챔피언 잰더 쇼플리)

남자골프 세계 톱랭커들이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시즌 두번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이 ‘프리퍼드 라이’(preferred lie) 룰을 적용하지 않은 데 대해 강한 불만을 쏟아냈다.

세계랭킹 1위 스코티 셰플러는 16일(한국시간)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의 퀘일할로 클럽(파71)에서 열린 PGA 챔피언십 1라운드에서 이글 1개와 버디 4개, 보기 2개, 더블보기 1개를 묶어 2언더파 69타를 적어내며 공동 20위로 첫날을 마쳤다.

셰플러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주최측에 불만을 제기했다.

개막 전날 대회장 일대에 많은 비가 내려 페어웨이가 무른 상태인데도 PGA 챔피언십을 주최하는 미국프로골프협회가 볼을 집어 올려 닦은 뒤 내려놓고 치는 프리퍼드 라이 룰을 적용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셰플러는 이 때문에 16번홀(파4)에서 고전했다. 티샷을 페어웨이 한 가운데 정확하게 떨어뜨렸는데, 진흙투성이 볼로 친 세컨드샷이 핀을 한참 빗나가 연못에 빠진 것이다. 셰플러는 이 홀에서 더블보기를 적어냈다. 동반 플레이한 커리어 그랜드슬래머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와 디펜딩챔피언 잰더 쇼플리(미국)도 더블보기를 범했다. 이전 홀에서 이글을 기록한 셰플러가 다음 홀에서 아너를 잡았다.

셰플러는 “더블보기를 하고도 아너를 지킨 건 내 커리어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일 것이다”며 “페어웨이 한가운데로 잘 쳐놓고 진흙 때문에 공이 어디로 갈지 모르는 상황은 정말 절망적이다. 평생 볼 컨트롤하는 법을 배워왔는데, 규칙 하나로 컨트롤을 못하게 됐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는 “골프라는 게 72홀 동안 많은 운이 작용할 수 있지만, 공을 집어올릴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경기의 핵심이 되는 건 옳지 않다. 오늘같은 경우는 공을 들어올리는 게 더 맞는 것같다”며 “머드볼(진흙 묻은 공) 때문에 2타를 잃긴 했지만, 그게 남은 경기에 영향을 주지 않도록 노력했고 만족할 만한 경기를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타이틀 방어를 노리는 세계랭킹 3위 잰더 쇼플리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쇼플리는 “16번홀에서 셰플러와 함께 머드볼을 쳤다. 페어웨이 한가운데 보내는 좋은 티샷을 하고도 그런 손해를 보는 건 말도 안되는 일이다. 페어웨이에서 친 샷의 결과가 반반이라는 게 짜증난다”며 “나만 겪은 게 아니라 다른 선수들도 그랬다. 선수들이 다 불만을 쏟아낼 거라 라커룸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쇼플리는 이날 버디 2개와 보기 1개, 더블보기 1개로 1오버파 72타를 적어내며 공동 60위에 머물렀다.

대회 첫날 리더보드 상단에 우승 후보들이 한명도 포진하지 않았다. 올해로 107회째인 이 대회에서 한 라운드가 끝났을 때 상위 10위 안에 세계랭킹 톱10 선수가 한 명도 없는 것은 2021년 2라운드 이후 두번째다.


PGA 투어 4승의 조나탄 베가스(베네수엘라)가 7언더파 64타로 1라운드 단독선두에 오른 가운데 한국 선수 중에는 안병훈이 가장 좋은 성적으로 첫날을 마쳤다.

안병훈은 이글 1개와 버디 5개, 보기 5개로 2언더파 69타를 적어내며 셰플러 등과 함께 공동 20위에 올랐다. 선두와는 5타 차이다. 김주형이 이븐파 71타로 공동 46위, 김시우는 공동 60위, 임성재는 공동 73위다.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며 커리어 그랜드 슬램을 달성한 매킬로이는 3오버파 74타로 공동 98위로 밀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