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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소농두레’의 이상 좇은 자부심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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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소농두레’의 이상 좇은 자부심 [.tx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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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디 갔노, 청산만 날 부르네 l 천규석 지음, 전망, 4만6000원

사람들은 어디 갔노, 청산만 날 부르네 l 천규석 지음, 전망, 4만6000원


‘농사’라는 말에서 자립, 자치, 공동체 같은 말들을 떠올리는 사람은 이제 얼마나 남았을까.



한평생을 ‘소농두레’ 운동에 바쳤던 천규석(87)은 자신의 일생을 톺아보는 산문집 말미에 “이렇게 만들고 지킨 농장, 나와 함께 묻어” 달라는, 일종의 유언을 적었다. 옛날 ‘두레’처럼 작은 규모의 농가(소농)들이 공동으로 농사를 지으며 스스로 서고 스스로를 다스리자는 것이 소농두레 운동이다. “각자가 각자의 작은 나라를 세워야 한다. 그것은 시장 대신 자급하고, 나라 대신 자치하고, 받은 것 이상을 증여하는 개인과 집단들의 자발적 연합인 공동체의 나라다.”



1960년대 귀향한 뒤 경남 창녕에 ‘공생농두레농장’을 설립(1994년)하는 등 끊임없이 소농두레를 시도했던 지은이는 “내 귀향과 농장 실천이 세상을 바꾸는 데는 아무런 기여를 하지 못했다”고 말한다. 결국 국가와 시장이 모든 것을 먹어 삼켰고, “농업(산업화한 근대농업)이 아닌 지속가능한 소농과 그 자급경제에 토대한 자치(민주주의) 두레라는 이상에 동의하는 사람은 극소수”인 현실을 부정하긴 어렵다. 그러나 지은이가 평생을 건 믿음 역시 부정할 수 없긴 마찬가지다. 나라 없이 살자면 자급과 자치가 전제조건인데, 그게 가능한 것은 오직 소농들이 연대·연합해 자급·자치하는 것뿐 아니던가.



그러니 아무리 실패를 거듭하더라도, “자발적 가난의 길인 실천적인 귀농을 통해 자본과 국가에 대해 대를 잇는 장구한 ‘불복종’ 투쟁”을 다짐할 수밖에. ‘소수파’로 보이겠지만 그것이 가장 온당(보편타당)한 길이라는 말에, 어떤 자부심이 묻어 나온다.



최원형 기자 circ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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