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5일 전남 순천시 연향동 패션의거리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순천=뉴시스 |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어제 영·호남을 가로지르며 선거유세를 벌였다. 경남 하동에서 열린 동서 화합 간담회를 시작으로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정치적 고향인 전남 목포 유세로 일정을 마무리하며 국민 통합을 강조했다. 앞서 박정희 전 대통령 고향인 구미를 찾아 "박정희 정책이면 어떻고 김대중 정책이면 어떻냐"며 실용주의를 강조한 것의 연장선상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한 대담에서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에도 정치 보복을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더니 그제 "내란 세력을 다 찾아내 법정에 세워야 한다. 그 법정은 깨끗한 법정이어야 하지 않느냐"고 했다. 어제는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사법부이고, 사법부의 책임은 대법원에 있다"고 했다. 정치적 반대 세력은 물론 자신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대법원을 겨냥한 것이다. 민주당은 이에 발맞춘 듯 사법부 독립 침해 논란에도 아랑곳없이 대법원장을 겨냥한 청문회를 개최하고 특검법을 상정했다. 법사위에선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재판을 중단하는 형사소송법 등 이 후보를 위한 법안까지 통과시켰다.
이 후보와 민주당이 정치적 반대 세력은 물론 판결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법부를 흔들고 대법원장 탄핵을 저울질하는 것은 '당선되면 권력의 칼을 휘두를 것'이란 중도층의 의구심만 키울 뿐이다. 이 후보가 집권 후 국정 운영을 생각하고 있다면, 한국 정치에서 사라진 절제와 관용 등 규범 회복에 힘을 쏟아야 한다. 야당을 협치 대상으로 인정하지 않고 권력을 남용하다 3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윤석열 정부가 반면교사다.
이 후보가 호남의 환호에 안주하기보다 정치 보복 근절을 실천한 DJ의 지혜를 되새겨야 한다. 색깔론으로 공격 받아온 DJ는 당선 후 자신에게 내란 우두머리 혐의를 씌워 사형하려 했던 전두환 노태우 사면을 결정했다. 이로써 정권을 뺏긴 보수세력의 보복 우려를 불식하고 외환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 통합에 주력할 수 있었다. 이 후보가 주장하는 비상계엄 진상규명과 단죄는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이 과정에서 절제가 없다면 국민통합과 대내외 위기 극복은 요원하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