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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서도 몰랐다”…‘적대국’ 시리아 제재 해제 선언한 트럼프, 속내는? [디브리핑]

헤럴드경제 김빛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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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당부서도 몰랐다”…‘적대국’ 시리아 제재 해제 선언한 트럼프, 속내는? [디브리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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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궁전에서 열린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축구공을 들고 있다. [AFP]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궁전에서 열린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과의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축구공을 들고 있다. [AFP]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파격 외교가 주목받고 있다. 미국 대통령으로는 25년 만에 처음으로 시리아 임시대통령을 만났고, 시리아 제재도 완화를 주문했다. 또한 이란을 향해서는 “새로운 파트너십을 구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기존 워싱턴 외교 문법을 거부한 트럼프 특유의 ‘실용 외교’라는 평가도 있지만 동시에 중동 국가 입장을 지나치게 반영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담당 부서도 몰랐다…트럼프 즉흥 시리아 제재 해제 선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오른쪽),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운데)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만났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오른쪽), 모하메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운데)가 14일(현지시간)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만났다. [AFP]



1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전날 트럼프 대통령이 시리아와의 관계 정상화를 추진하고 모든 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힌 건 ‘즉흥적인 결정’이었다. 익명의 미 고위 당국자는 “백악관이 국무부와 재무부에 대(對)시리아 제재 완화를 준비하라는 지시나 메모를 보내지도, 관련 발표가 임박했다고 알리지도 않은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아메드 알샤라 시리아 임시 대통령과 첫 정상회담을 할 때까지도 미 국무부와 재무부에서는 제재를 어떤 식으로 해제해야 할지 명확히 알지 못하는 상황이었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재무부와 국무부에서는 지난해 말 시리아에서 바샤르 알아사드 독재정권이 무너진 후 시리아 제재 해제 여부와 시점 등에 대한 보고서를 마련하기는 했으나 제재 해제 여부를 두고 여전히 내부적으로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었다.


특히 시리아는 1979년 테러지원국 지정 이후 거듭 추가제재를 받아왔던 까닭에 이런 절차가 더욱 복잡할 수 있다. 경제제재 전문가인 에드워드 피시먼 컬럼비아대 교수는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해제하는 데 수개월 이상이 걸릴 수 있다”며 “테러 지원 등에 연루된 일부 특정 인사나 단체는 제재 명단에 계속 남게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트럼프와 사적 인연 있는 ‘오일 머니’ 편들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궁전에서 열린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 없음)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며 축구공을 들고 있다. [로이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카타르 루사일의 루사일 궁전에서 열린 카타르의 타밈 빈 하마드 알 타니와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사진 없음)과 함께 행사에 참석하며 축구공을 들고 있다. [로이터]



트럼프 대통령이 유화적인 발언 뒤에는 ‘중동 국가의 입김’이 작동했다는 분석도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사우디아라비아의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터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은 시리아 제재 해제가 국가 재건을 위한 투자로 이어져 시리아를 안정시키는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가족기업에 또한 아랍에미리트(UAE) 정부와 왕실은 트럼프 대통령 일가의 암호화폐 회사인 ‘월드 리버티 파이낸셜’ 스테이블코인 20억 달러를 암호화폐 거래소 바이낸스에 투자하는 등 개인적인 인연도 있다. 사우디 국부펀드도 트럼프의 가족 기업 ‘트럼프 오거니제이션’ 등에 부동산·골프 리조트 사업을 진행 중이다.

아랍 걸프 국가 연구소 선임 상주 연구원인 후세인 이비시는 “중동 국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좋아한다”며 “그들도 가족 사업과 국가사업을 구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즉흥적이고 충동적인 의사결정을 좋아하는 트럼프 성향 탓도 있다. 하지만 통상 관계 부처와의 논의를 거쳐 결정되는 중대 정책인 시리아 제재 해제까지 ‘깜짝 행보’를 하면서 향후 이한, 북한 제재와 관련해서도 유사한 행보가 이어질지 주목된다.


이란에는 “협상 희망…불발시 제재 압박” 발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도하 루사일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AFP]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현지시간) 도하 루사일궁에서 열린 국빈 만찬에 참석했다. [AFP]



이란을 향해서도 ‘당근과 채찍’ 발언을 이어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과 협상하길 희망한다”면서도 협상 불발 시 이란에 대한 제재 수위를 높일 수 있다고 위협했다. 전날에도 그는 “이란과 과거의 갈등을 끝내고 더 안정적인 세상을 위해 새로운 동반관계를 구축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에 마수드 페제시키안 이란 대통령도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을 두고 “(이란은)괴롭힘에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발했다.

하지만 이란 고위 당국자는 “조건만 맞으면 오늘이라도 합의할 수 있다”는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의 최고 정치·군사·핵 고문인 알리 샴하니는 이날 미 NBC 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란이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을 전량 폐기하고 저농축 우라늄 활동만 지속한다며 당장 오늘이라도 합의문에 서명할 의사가 있다고 말했다.

샴하니 고문은 “미국이 이란에 부과한 모든 경제 제재를 즉각 해제하는 조건으로 이란은 앞으로 절대 핵무기를 만들지 않겠다고 약속할 것”이라며 “현재 보유한 고농축 우라늄도 전량 폐기할 의향이 있다”고 밝혔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럼프 대통령의 실용적인 외교 정책”이라며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거래적이고 점진적인 성과를 중시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이집트의 인권 변호사인 네가드 엘보라이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은 인권이나 민주주의에 관한 발언으로 자신들의 의제를 포장해왔던 것과는 달랐다”며 “미국은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에 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최근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가자지구 전쟁 등 복잡한 외교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은 만큼 트럼프식 외교가 어떤 성과를 가져올지는 여전히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