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두의 로보택시 '아폴로 고' |
‘중국의 구글’로 알려진 바이두가 유럽 무인 차량 호출 시장에 본격 진출한다. 운전자가 없는 자율주행차를 앱으로 호출해 이용하는 이 서비스는 ‘로보택시’로도 불린다. 중국 내 자율주행 시장 경쟁이 치열해지고, 미국 진출이 사실상 막히면서 유럽과 중동 등으로 눈을 돌린 것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바이두는 스위스에서 ‘아폴로 고’ 로보택시 서비스를 준비 중이다. 현지 버스 서비스 업체인 포스트오토와 협력해 올해 말까지 기술 테스트를 시작할 계획이다. 포스트오토는 스위스 우정국의 자회사다. 튀르키예에서도 아폴로 고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아폴로 고는 바이두가 개발한 자율주행차 호출 플랫폼으로, 현재 베이징·광저우·우한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 운영 중이다.
자율주행 분야는 미국과 중국의 기술기업들이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격전지다. 자율주행 기술은 인공지능(AI)이 현실 세계를 인식·판단·행동까지 수행하는 종합적 지능의 정점이기 때문이다. 테슬라가 오는 6월 텍사스 오스틴에서 첫 로보택시를 출시한다고 발표하면서 “AI 기반 모빌리티 회사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 단계”라고 설명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중국 기업들은 미국 규제 강화로 자국 기술에 대한 감시가 거세지자, 미국 시장 진입을 포기하고 대신 유럽·중동·동남아로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바이두는 올해 말까지 두바이 시내에 완전 자율주행차 100대를 투입하고, 2028년까지 1000대 이상으로 확대한다. 중국 자율주행 스타트업 위라이드는 지난 1월 스위스에서 자율주행차 시범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3월에는 프랑스에서 무인 셔틀버스 서비스를 시범 운행했다.
중국 기업들은 세계 1위 차량 호출 플랫폼 우버와 손을 잡고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전략도 세웠다. 위라이드는 우버와 협력해 올해 중반까지 아부다비에 최소 50대의 로보택시를 투입할 계획이며, 향후 5년 내 유럽 포함 15개 도시로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중국 스타트업 모멘타도 우버와 손잡고 내년 초 유럽에서 로보택시 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중국 자율주행 기술 기업 포니AI도 중동 지역에서 우버와 로보택시 서비스를 선보일 계획이다.
중국이 자율주행 자동차 시장을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다. 중국 정부는 규제를 풀어 20개 도시에서 3만2000㎞에 달하는 도로를 자율주행 시범 구역으로 승인했다. 골드만삭스는 2030년까지 중국 주요 도시에서 50만 대 이상의 로보택시가 운행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의회는 중국산 자율주행차를 ‘도로 위 스파이’라고 일컬었고, 이를 막기 위해 상원은 지난해 중국산 차량의 데이터 수집 차단 법안 초안을 발의했다.
[변희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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