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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은 한국, 제작진은 다국적… 세계 진출 꿈꾸는 ‘K오페라’

조선일보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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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은 한국, 제작진은 다국적… 세계 진출 꿈꾸는 ‘K오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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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전당 창작 오페라 ‘물의 정령’
이달 말 세계 초연하는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베이스 바리톤 애슐리 리치, 테너 로빈 트리츌러,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연출 스티븐 카르,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 /예술의전당

이달 말 세계 초연하는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 물의 정령’의 제작진과 출연진. 왼쪽부터 베이스 바리톤 애슐리 리치, 테너 로빈 트리츌러, 소프라노 황수미,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 연출 스티븐 카르, 지휘자 스티븐 오즈굿. /예술의전당


이 오페라는 ‘K오페라’일까 아닐까? 예술의전당의 신작 오페라 ‘더 라이징 월드(The Rising World): 물의 정령’의 제작 발표회가 13일 서울 예술의전당 인춘아트홀에서 열렸다. 예술의전당이 자체 제작해서 이달 25·29·31일 세계 초연하는 창작 오페라다. 하지만 이날 발표회 현장에는 독특한 점이 있었다. 작곡가와 지휘자, 연출가까지 대부분 외국인들이 전면에 포진했다는 점이었다.

작곡은 호주 작곡가 메리 핀스터러(62)가 맡았다. 극본은 작곡가의 단짝 극작가인 호주 출신의 톰 라이트(57)가 썼다. 핀스터러는 “작품을 준비하면서 한국 문화를 공부했는데 한국 설화에서 물이라는 요소가 큰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착안했다”고 말했다. 지휘는 미국의 현대음악 전문 지휘자인 스티븐 오즈굿(58), 연출도 미국 출신으로 캐나다에서 활동하는 스티븐 카르(48)가 각각 맡았다. 반면 한국이 비교 우위를 지닌 성악에서는 공주 역의 소프라노 황수미와 장인 역의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물의 정령’ 역의 카운터테너 정민호 등이 주요 배역을 맡았다. 성악은 한국 중심, 제작진은 ‘다국적 군단’으로 꾸린 것이다. 연주는 국립 심포니 오케스트라가 맡는다.

줄거리는 물의 정령에 사로잡힌 공주를 구하기 위해 물시계의 장인이 나서는 이야기다. 한국 설화나 역사에 바탕한 이전 창작 오페라와는 달리, 환상의 세계가 두드러지는 판타지물에 가깝다. 소프라노 황수미는 “기후변화 같은 환경 문제나 왕권과 일반 백성 같은 시사적인 내용을 동화처럼 풀어나간 작품”이라고 설명했다.

파격적 역발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예전 한국 창작 오페라는 한국어 가사를 사용하는 것이 통상적이었다. 하지만 ‘물의 정령’은 영어 가사를 사용하고 라틴어와 한국어 가사를 일부 가미했다. 서고우니 예술의전당 본부장은 “한국 관객들에게 친숙한 외국어인 동시에 세계 청중에게도 쉽게 접근 가능한 언어를 고민하다가 영어 오페라를 선택했다”고 했다.

예술의전당이 이런 역발상 전략을 택한 이유가 있다. ‘물의 정령’은 국내 공연뿐 아니라 해외 오페라극장 공연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달 말 세계 초연 때에도 대만 타이중 극장, 호주 시드니 오페라하우스, 일본 신국립극장 관계자들을 초청할 계획이다. K팝이나 K뮤지컬과 마찬가지로 ‘K오페라의 해외 진출’을 꿈꾸는 것이다. 공연 칼럼니스트 한정호씨는 “한국적 색채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대신에 거꾸로 지우는 역발상을 통해서 한국 오페라의 세계 진출 가능성을 시험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시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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