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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장,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판결 책임 추궁, 법관 소명 다하는 데 장애”

조선일보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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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행정처장, 대법원장 사퇴 요구에 “판결 책임 추궁, 법관 소명 다하는 데 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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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천대엽 법원행정처 처장이 1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원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뉴스1


대법원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것과 관련해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사퇴 요구가 나오자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이 “재판과 관련한 책임 추궁이나 (사퇴 등)신변의 변화는 모든 법관들이 사법부 독립 하에서 맡은 바 소명을 다함에 있어서 중대한 장애가 된다”고 말했다.

천 처장은 14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 여론조사에서 대법원장 사퇴에 대한 공감이 48.6%, 비공감이 46.2%였다”는 박지원 민주당 의원의 말에 이같이 답했다.

천 처장은 이어 “법관은 어떤 권력의 위압에도 두려워하지 않고 재판 결과를 통해 역할해야 한다”며 “사후에 조사 또는 수사를 받는 대상으로 전락해버릴 경우 누구도 자유롭게 소신껏 우리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할 수 없게 될 것이라는 두려움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등 민주당 의원들은 이 후보 상고심이 다른 사건에 비해 빠르게 선고된 것이 문제라고 수차례 지적했다. 천 처장은 이에 ‘선거법은 다른 사건에 우선해 신속히 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270조와 ‘신속한 심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곧바로 전원합의기일을 지정할 수 있다’는 대법원 전원합의체 내규 등을 들며 “의회에서 순서와 달리 합리적 필요가 있으면 (법안을) 우선 처리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일선 법원이든 대법원이든 중요하거나 시급하고, 법에서 신속한 처리를 명하는 사건은 우선적으로 변론을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서석호 변호사 “조희대 대법원장, 한 번도 본 적 없다”

이날 법사위에서 열린 ‘조희대 대법원장 등 사법부의 대선개입 의혹 진상규명 청문회’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과 서울대 법대 79학번 동기인 서석호 변호사가 출석해 “조희대 대법원장과 전혀 친분이 없다”고 밝혔다.

서 변호사는 윤 대통령의 친구이자 조 대법원장의 경북고·서울대 법대 4년 후배로 알려졌다. 민주당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이 후보 사건을 신속하게 선고한 배경으로 서 변호사가 조 대법원장과 윤석열 전 대통령을 연결시켜준 것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박 의원이 “경북고와 서울대 법대 4년 후배인데 조 대법원장을 모르냐”고 재차 묻자 서 변호사는 “연수원 기수도 다르고, 저는 (연수원 수료 후)바로 변호사를 했기 때문에 법관으로서 뵐 수 있는 기회가 전혀 없었다”며 “고교 동문회에서도 한 번도 본 적 없다”고 말했다.

서 변호사는 “한덕수 전 총리와 같은 로펌 출신으로 잘 알고 지내는 사이가 아니냐”는 질문에도 “한 번도 만난 적 없고 개인적 친분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앞서 서 변호사가 한 전 총리와 같은 로펌에서 근무한 이력을 갖고 ‘대법원 판결은 사실상 한 전 총리를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한 큰 그림이었다’는 의혹도 제기했는데, 서 변호사가 조 대법원장이나 한 전 총리와 친분을 일체 부정한 것이다.

서 변호사는 지난 8일 다니던 로펌에서 퇴직했다. 이에 관해 서 변호사는 “이달 2~3일쯤 저에 관한 허위 사실이 유포되기 시작하면서 걱정하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며 “처음에는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 금방 가라앉겠지 생각했는데, 점점 번지다가 7일 법사위에서 저를 증인으로 채택한다는 얘기를 듣고 너무 놀라서 적극적으로 나가서 대응하고 법적 조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서보학 교수 “법원,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

한편, 이날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한 서보학 경희대 로스쿨 교수는 대법원이 이 후보 선거법 사건을 파기환송하고 서울고법이 이튿날 재판 기일을 잡았던 것을 두고 “시나리오대로 움직였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이성윤 민주당 의원이 “교수님께서 유튜브 방송에 나와 재상고심에서 상고이유서 제출 기한을 지키지 않을 수 있다고 문제 제기를 했다”며 이유를 묻자 이같이 답했다.

서 교수는 “대법원이 급하게 파기환송해서 고법으로 내려보냈고 파기환송 재판부도 처음에는 속도를 내지 않았느냐”며 “일련의 사태가 시나리오대로 움직이는 것 아닌가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파기환송심이 서둘러 유죄 판결을 선고하고 대법원에 재상고됐을 경우에, 저는 틀림없이 대법원이 피고인 측의 재상고이유서를 받아보지 않고 자격 박탈형이 포함되는 유죄 판결을 확정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서 교수는 지난 2일 한 유튜브 채널을 통해, “고법(파기환송심)이 유죄를 선고하면 이후 재상고 절차에서 대법원이 상고이유서 제출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판결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이 ‘대선 전 이재명 유죄 확정’을 밀어붙일 수 있다는 추측을 제기한 것이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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