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음식을 주문한 뒤 찾아가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예약 부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사진=임종철 디자인기자 |
식당에 음식을 주문한 뒤 찾아가지 않는 이른바 '노쇼'(No-Show·예약 부도)가 전국적으로 기승을 부리고 있다. 유명인을 사칭하는 노쇼 수법까지 등장하자 전문가들은 노쇼의 '범죄화'도 우려했다.
개그맨 이수근 소속사 빅플래닛메이드엔터는 지난 13일 "최근 이수근 매니저를 사칭해 울산 지역 복수의 식당에 400만원 상당 고가의 와인을 예약하는 노쇼 행위가 있었다"며 "사칭자는 위조된 명함까지 사용하고 있어 각별한 주의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지난 10일 가수 남진의 60주년 콘서트가 열린 경남 창원 지역에서도 사칭 노쇼 사건이 발생했다. 콘서트 관계자를 사칭한 한 남성이 지역의 여러 식당에 전화해 "뒤풀이를 하려고 하니 고가의 술을 준비해 달라"고 예약한 뒤 연락 두절됐다.
배우 변우석이 소속된 바로엔터테인먼트와 배우 남궁민의 935엔터테인먼트, 가수 송가인의 제이지스타 등 소속사도 자사 직원을 사칭해 자영업자들에게 노쇼 피해를 주는 행위가 발생했다며 주의를 당부한 바 있다.
가수 남진(오른쪽)과 개그맨 이수근. 두 사람의 소속사는 최근 당사 관계자를 사칭한 노쇼 사건이 발생하고 있다며 소상공인 주의를 당부했다. /사진=머니투데이DB, 뉴스1 |
유명인을 사칭하는 노쇼 수법까지 등장한 가운데 관련 피해구제 접수 건수도 매년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최근 4년(2021~2024년) 접수된 노쇼 피해구제 건수는 총 537건이었다. 연도별로 보면 △2021년 45건 △2022년 130건 △2023년 150건 △지난해 212건으로, 불과 3년 사이 5배 가까이 늘었다.
이같이 노쇼 행위가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심리적 요인에 집중하며 "사회에 쌓인 자신의 불만을 해소하기 위한 방법으로 노쇼 행동을 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반복적인 노쇼 행위는 영업방해 또는 사기죄로 처벌받을 수 있겠지만, 경찰에 신고해도 수사나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며 "이런 부분을 악용해 노쇼 사건을 일으키고, 타인이 손해 입는 것을 보며 자기만족 하는 심리가 깔린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 교수는 소비자 인식 개선에 나서도 문제 있는 소비자는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노쇼 피해 예방을 위해선 무엇보다 업주들의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며 "단체 예약이 들어오면 선결제를 반드시 받고, 소상공인 관련 협회 차원에서 대응책 마련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소상공인 관련 이미지. 서울 지역의 한 음식점에서 점원이 영업 준비 중인 모습. /사진=뉴스1 |
현장에선 심리적 요인뿐 아니라 보복, 경쟁자 방해 등 다양한 이유로 노쇼 행위가 이뤄진다고 봤다. 이어 노쇼가 금품 편취 목적의 범죄 행위로 발전되고 있다는 우려도 내놓으며 예방 및 대응 방법에 고심하는 모습이다.
최종인 한국외식업중앙회 경기도남부지회 사무국장은 "개인의 불만이나 욕구를 해소하고자 노쇼 행위를 벌이는 경우도 있지만, 어떤 가게에 찾아갔다가 마음에 안 드는 부분이 생기면 이후에 노쇼 행위로 보복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일부분이긴 하나 경쟁 식당을 방해하기 위해 노쇼를 벌이는 사례도 있을 것"이라며 "각 지부장이나 회원들과 소통해 보면 인구가 많은 곳이나 도심 지역에서 노쇼 피해가 잦은데 앞서 말한 이유들과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 사무국장은 금품 편취를 목적으로 한 보이스피싱 형태의 노쇼 행위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이는 예약 시 주류 등을 '대리 구매해 달라'고 요청한 뒤 "이용 당일에 결제하겠다"며 물품이나 일부 비용을 미리 받고 잠적하는 수법이다.
또 군부대, 방송국, 공공기관, 연예인 등 신뢰도 높은 이름을 앞세워 "돈을 먼저 송금해 주면 음식을 가지러 가면서 송금한 금액을 다시 현금으로 되돌려주겠다"고 속여 선결제를 유도하는 경우도 있다.
최종인 사무국장은 "중앙회 차원에서 보이스피싱 형태로 발전 중인 노쇼 행위에 대해 주의하라는 공문을 내려보냈다"며 "관련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채태병 기자 ctb@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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