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배우 박정자가 지인 130여명에게 부고장을 직접 돌려 화제가 되고 있다. /사진=스타뉴스 |
원로 배우 박정자(83)가 지인들에게 특별한 초대장을 보냈다.
14일 스타뉴스에 따르면 박정자는 전날 지인 130여명에게 '박정자의 마지막 커튼콜'이라는 제목의 부고장을 직접 보냈다.
박정자는 부고장에서 "여든세살 나의 장례식에 당신을 초대한다. 장례식은 엄숙해야 한다고 누가 정했을까. 오늘만큼은 다르다. 당신은 우는 대신 웃어야 한다"고 했다.
부고장엔 장례식 시간과 장소까지 적혀 있다. 시간은 오는 5월25일 일요일 오후 2시, 장소는 강원 강릉시 사천면 신대월리 순포해변이다.
박정자는 "꽃은 필요 없다. 꽃 대신 기억을 들고 오라"라며 "마지막으로 들었던 내 목소리를, 내가 좋아했던 대사를, 오래된 이야기와 가벼운 농담을, 우리가 함께 웃었던 순간을 안고 오라"고 당부했다.
이어 "이것은 작별이 아니라 쉼이며 끝이 아니라 막간"이라며 "가상의 작별 공연에서 거울이 없는 방처럼 나를 떠올려 달라.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존재하는 사람처럼 나의 무대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부고장은 배우 유준상이 연출을 맡은 영화 '청명과 곡우 사이'에서 장례식 장면에 쓰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명과 곡우 사이'는 한 여배우 생애를 그리며 삶과 죽음의 의미를 돌아보는 작품이다.
박정자는 주인공이 해변 배경으로 상여를 들고 걸으면 지인들이 그 뒤를 따르는 장면을 고안했다. 이 장면에 단역 배우들 대신 실제 지인들을 직접 초대하기로 한 것이다. 영화 촬영을 겸해 열리는 '사전 장례식'인 셈이다.
배우 손숙, 강부자, 송승환, 손진책 등 연극계 동료들과 김동호 전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 정지영 감독, 소리꾼 장사익, 연극기획자 박명성, 예술경영인 이창기, 건축가 유병안 등이 초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1962년 연극 '페드라'로 데뷔한 박정자는 '위기의 여자', '신의 아그네스' 등 총 160편 연극에 출연한 원로 배우다.
김소영 기자 ksy@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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