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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핵무기 해외 배치 시사...독일-폴란드와 논의

파이낸셜뉴스 박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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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롱, 프랑스 핵무기 해외 배치 시사...독일-폴란드와 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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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마크롱, 해외 핵무기 배치 관련해 "논의할 준비 됐다"
EU 유일 핵보유국 프랑스, 지난 3월부터 자체적인 유럽 '핵우산' 제안
독일 및 폴란드는 프랑스 핵무기 배치에 긍정적
3가지 조건 맞으면 이웃 유럽에 프랑스 핵무기 배치할 수 있어
美 기존 핵우산의 보조적인 개념으로 접근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2월 28일 포르투갈 포르투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로이터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유럽연합(EU) 회원국 가운데 유일하게 핵무기를 가진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지난 3월 주장 했던 유럽 ‘핵우산’ 계획에 대해 이웃들과 대화할 준비가 됐다고 말했다. 마크롱은 3가지 조건만 만족한다면 프랑스의 핵무기를 주변 유럽 국가에 배치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13일(현지시간) 프랑스 최대 민영방송인 TF1에 출연해 독일, 폴란드 및 다른 유럽 국가들과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럽 대륙에 확산하는 방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유럽 동맹들과 프랑스 핵무기 배치 논의를 “시작할 준비가 되어 있다”면서 “나는 (프랑스 핵무기 협상에 대한) 틀을 앞으로 수주 혹은 수개월 안에 매우 공식적인 방법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은 “다만 우리는 이미 내가 언급했던 조건들을 바탕으로 여러 일들을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우산 정책은 핵무기 보유국이 핵무기를 지니지 않은 동맹의 안전을 보장하는 정책이다. 일반적으로 핵이 없는 동맹이 핵공격을 받을 경우 핵보유국이 핵으로 대신 응징한다는 개념이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회원국인 유럽 국가들은 이미 같은 나토 회원국인 미국에게 핵우산을 약속받았으나 최근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부의 행보를 불안하게 보고 있다. 트럼프는 1기 집권 당시에도 유럽 동맹들에게 더 많은 방위비를 요구하며 공공연히 나토 탈퇴를 주장했으며, 올해 2기 출범 이후 같은 주장을 반복했다. 그는 지난 3월 6일 기자들과 만나 "나는 나토 국가들이 돈을 내지 않으면 그들을 방어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영국의 EU 탈퇴로 EU 내 유일한 핵무기 보유국이 된 프랑스는 트럼프 정부의 행보와 러시아의 군사 압박에 대항해 유럽 차원의 핵우산을 언급했다. 그는 3월 5일 연설에서 "나는 미국이 우리 편에 설 것이라고 믿고 싶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도 대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차기 독일 총리의 역사적 요청에 따라 우리의 핵 억지력을 통해 유럽 대륙의 동맹국을 보호하는 전략적 논의를 시작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독일 총선에서 승리한 프리드리히 메르츠 독일 총리는 2월 21일 인터뷰에서 미국의 도움 없이 자체적인 핵 억지력을 가져야 한다며 영국과 프랑스에 관련 논의를 제안했다. 메르츠 외에 러시아의 압박을 눈앞에서 보고 있는 폴란드의 도날트 투스크 총리 또한 미국의 핵우산 포기 상황에 대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폴란드의 안제이 두다 대통령은 지난 3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이 폴란드에 핵무기를 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4월 인터뷰에서는 프랑스의 핵 억지력을 유치할 수도 있다고 밝혔다.

마크롱은 13일 인터뷰에서 프랑스의 핵무기로 유럽 동맹들을 보호하기 위해 3가지 조건이 충족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타국 안보에 비용을 지불하지 않으며 △핵무기 배치로 프랑스의 안보 역량이 고갈되지 않는 상황에서 △핵무기 사용 결정은 오로지 프랑스 대통령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크롱은 "지금 우리가 유럽에서 겪고 있는 상황은 지정학적으로 깨어나는 순간"이라며 유럽이 애초에 "평화를 건설"하고 경제와 무역을 연결하기 위해 모였지만 지금은 "힘을 얻기 위해" 모였다고 강조했다.

이날 FT는 유럽 국가들이 트럼프의 압박에도 불구하고 미국과 안보 관계 악화를 원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독일의 메르츠 역시 이달 마크롱과 회동에서 프랑스의 핵우산 전략을 현존하는 미국 핵우산 정책의 보조적인 역할로 다뤄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웨덴 외교정책연구소인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지난해 1월 기준으로 세계에서 핵탄두가 가장 많은 국가는 러시아(5580개)였으며 2위가 미국(5044개)였다. 프랑스의 핵탄두 숫자는 290개로 중국(500개)에 이어 세계 4위였다. 미국 싱크탱크 미국외교협회(CFR)에 따르면 미국은 냉전이 절정이던 1970년대에 약 7000개의 핵탄두를 유럽에 배치했으나 지속적으로 숫자를 줄였다. 현재 미국은 벨기에,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튀르키예에 위치한 6곳의 기지에 약 100기의 핵탄두를 보관중이다.


지난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키이우로 향하는 열차 안에서 영국의 키어 스타머 총리, 프랑스의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 독일의 프리드리히 메르츠 총리(왼쪽부터)가 사진을 찍고 있다.AP뉴시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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