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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탐지 드론이 좌표 찍고, 레저용 보트가 자폭... 北함정 공격 실험

조선일보 울산=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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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치 탐지 드론이 좌표 찍고, 레저용 보트가 자폭... 北함정 공격 실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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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 드론 활용방안 검증 나선 軍
13일 낮 울산 바다에서 레저용 보트 ‘아우라’가 약 30노트의 속도로 파도를 가르며 나아갔다. 아우라는 민간 감시정찰 드론이 전달해준 해상 표적으로 신속하게 이동, 가상의 적 함정에 돌진하는 장면을 모사했다. 훈련이라 실제로 충돌하진 않았지만 전시 상황에서 고속 무인정이 다량의 폭탄을 싣고 적함과 충돌해 자폭하는 장면을 흉내낸 것이다.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무인수상정의 실전 효과가 입증됐는데 우리 해군도 이 같은 전략·전술의 효용 가능성을 처음으로 검토에 나선 것이다.

해군은 지난 12일부터 5일 동안 울산 인근 바다에서 상용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검증하는 훈련을 사상 처음으로 실시하고 있다. 전시 등 국가적 위기 상황이 발생했을 때 상용 무인기, 무인수상정 등 민간 자원을 동원해 군사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훈련으로, 민간 무인수상정 3척과 고정익·회전익 드론 10대가 동원됐다. 당장 내일이라도 전쟁이 발발할 경우 민간 드론을 군사용으로 활용할 수 있는지 검증한 것이다.

13일 훈련은 참치 어군 탐지용 드론 두 기를 띄우는 것으로 시작됐다. 국내 업체가 개발한 드론으로 남태평양 일대에서 참치잡이 원양어선에 실려 실제로 활용되고 있다. 이날은 참치 대신 해상·육상 표적을 정찰하는 정찰 드론으로 활용됐다. 날아오른 드론은 사람과 차량, 선박 등을 식별해 임시 지휘통제소에 실시간으로 영상정보를 전달했고, 표적을 확인한 뒤로는 공중에서 주위를 빙글빙글 돌면서 추적 감시를 시작했다. 참치 어군 대신 해상 표적 위치를 확인한 드론이 관련 좌표 및 영상 정보를 전달하자 자율운항 시험선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골판지 드론이 출격했다. 가로·세로 길이가 1m가 채 되지 않는, 페이로드 1㎏짜리 골판지 드론은 최대시속 80㎞로 비행할 수 있다고 업체 관계자는 밝혔다.

지난 12일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해군 주관 '전·평시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훈련'에 참가한 드론 운용 민간 요원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골판지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해군

지난 12일 울산 일산항 인근 해상에서 진행된 해군 주관 '전·평시 상용 무인체계 작전 운용 가능성 검증훈련'에 참가한 드론 운용 민간 요원이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해양누리호 갑판에서 골판지 드론 이륙을 준비하고 있다./해군


“해상표적 알파·브라보 공격.”

순간풍속 초속 15m가 넘는 강풍을 견디며 적함으로 설정된 해상 표적에 돌진했다. 표적 충돌(훈련 상황이라 해상 낙하) 직전까지의 영상이 지휘통제소에 전달됐다. 훈련에서는 표적에 직접 충돌하지 않고 바로 앞 바다에 떨어졌다. 실전에선 폭탄을 실은 골판지 드론이 적함 조타실 등을 겨냥해 자폭 공격을 할 수 있다고 군은 설명했다. 평소 택배 등에 활용되는 상용 멀티콥터 드론은 이날 폭탄(1.8ℓ 생수통으로 모사) 투하, 군용물자 수송 임무를 수행했다.

이어 레저용으로 개발된 선박 ‘아우라’가 원격 조작에 따라 적함에 돌진하는 훈련이 진행됐다. 아우라는 길이 8m에 최대 시속 70㎞을 낼 수 있는 3t급 선박이다. 아우라는 감시정찰 드론이 전달해준 해상 표적 좌표로 빠르게 이동, 적 함정에 돌진해 충돌하는 공격을 모사했다. 훈련이다보니 실제로 충돌하지는 않고 충돌 직전 회피 기동에 들어갔다. 전우크라이나군은 무인수상정으로 세바스토폴항에 정박해있던 러시아 호위함을 공격해 큰 피해를 입혔는데, 이 같은 상황을 가정한 것이다.


군 관계자는 “무인수상정 자폭공격은 함대함미사일 1개에 준하는 파괴력을 낼 것으로 추정된다”며 “함대함미사일 가격의 10분의 1수준의 비용을 들여 적함을 타격할 수 있어 ‘가성비’면에서 장점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업체 관계자도 “해상에서는 강풍이 많이 불어 멀티콥터형 드론은 작전이 제한되는 상황이 많이 발생하는데 무인수상정은 그런 영향을 덜 받고, 레이더로 탐지가 어렵다는 장점도 있다”고 했다.

해군은 이번 훈련 결과를 바탕으로 드론, 무인수상정 등 민간이 보유한 상용 무인체계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검토하고 향후 동원계획에 반영할 계획이다. 군사적 효용성이 검증된 상용 무인체계는 필요시 대량으로 생산해 즉시 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한다는 방침이다.

박상규 해군본부 동원과장(중령)은 “현대전에서 저비용·고효율·대량생산이 가능한 상용 무인체계의 획득과 군사적 활용은 전승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며 “상용 드론과 무인수상정 등을 활용한 전·평시 작전 운용 가능성을 검증하고 이를 바탕으로 한 동원계획을 지속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울산=양지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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