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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4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과도정부 대통령과 악수하고 있다. 트럼프는 이 만남에 앞서 시리아에 대해 부과했던 경제제재를 해제하겠다고 밝혔다./AP 연합뉴스 |
중동 순방 중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적대 관계였던 시리아에 대한 제재를 전면 해제하겠다고 밝히고 시리아 대통령과 회담했다. 트럼프는 1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에서 열린 ‘미·사우디 투자 포럼’ 기조연설에서 “우리는 (시리아에 대한) 모든 제재를 해제하고 있으며 과도정부와의 관계 정상화 조치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트럼프는 이어 시리아 과도정부를 이끌고 있는 아흐메드 알샤라 대통령과 만났다. 이에 따라 13년째 단절 상태인 미국과 시리아의 외교 관계가 정상화 수순을 밟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앞서 2011년 시리아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의 폭정에 맞서 반군이 봉기하면서 내전이 발발했을 때, 버락 오바마 당시 미 대통령은 알아사드의 퇴진을 요구하고 제재를 가했다. 이듬해 시위대에 대한 알아사드 정권의 유혈 진압으로 희생자가 속출하자, 미국은 시리아 수도 다마스쿠스 주재 대사관을 폐쇄하면서 양국 관계는 단절됐다. 미국은 직접적인 군사 개입은 피했지만, 시리아에서 활동하는 이슬람국가(IS) 등 극단주의 세력이나 친이란 무장 세력을 간헐적으로 공습했다. 또 아사드 정권의 민간인 겨냥 화학무기 사용 등을 문제 삼아 국제사회의 대규모 경제 제재를 주도했다. 미국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알아사드 정권이 반군에 축출되며 내전이 종식된 뒤 정부 고위 사절단을 파견해 반군 지도부와 회동을 하는 등 관계 개선을 모색해왔다. 당시 반군 지도자가 알샤라 현 과도정부 대통령이다.
시리아 과도정부는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에 알아사드 정권 시절 단행된 경제 제재 해제를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트럼프가 이를 들어준 데에는 알아사드 정권의 최대 후원 세력이었던 이란을 견제해야 한다는 미국과 다른 아랍 국가들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트럼프는 이날 연설에서 이란에 대해서도 유화적인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의 핵 개발을 제한하는 대가로 경제 제재를 풀어주는 핵 합의를 7년 만에 복원하는 협상을 오만의 중재로 이란과 진행 중이다. 트럼프는 “이란 지도자들이 새로운 길을 거부하고 주변국을 공격한다면, 우리는 ‘최대 압박’ 전략을 다시 시작할 수밖에 없다”면서도 “영원한 적이라는 개념을 믿지 않는다. 오늘날 미국의 가장 가까운 친구들 중 일부는 과거 전쟁을 벌였던 나라들”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이란과의 거래를 성사시키고 싶다. 선택은 이란의 몫이고, 지금이 바로 결단의 시간”이라고 했다. 이스라엘과 전쟁 중인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단체 하마스에 대해서는 “가자 주민들은 더 나은 미래를 가질 자격이 있지만, 하마스가 납치·고문·민간인 공격 같은 수단을 택하고 있는 한 그러한 미래는 불가능하다”며 인질들의 전원 송환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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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국희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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