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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세이 최정상 아이돌’ 아라시 내년 봄 해체
가수는 물론 연기·예능도 섭렵… 개인 활동 주력할 듯
팬들 ‘아라시 성지’ 시골마을 신사 달려가 마지막 티켓팅 기도
‘헤이세이 최정상 아이돌’ 아라시 내년 봄 해체
가수는 물론 연기·예능도 섭렵… 개인 활동 주력할 듯
팬들 ‘아라시 성지’ 시골마을 신사 달려가 마지막 티켓팅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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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5인조 남자 아이돌 그룹 아라시 단체 사진. 1999년 데뷔해 '헤이세이의 최정상 아이돌'로 전성기를 누린 아라시는 내년 봄 콘서트를 마지막으로 은퇴한다고 지난 6일 밝혔다. 왼쪽부터 리더 오노 사토시, 사쿠라이 쇼, 니노미야 카즈나리, 아이바 마사키, 마츠모토 준/스포츠호치 |
지난 7일 일본 시가현 시골 마을 릿토시(市)에 있는 ‘오노 신사(大野神社)’. 지역 신(神)을 모시는 10㎡(약 3평) 남짓한 이 사당에 20~30대 젊은 일본인들이 가득 찼습니다. 신사 관계자는 “많게는 하루 100명씩 참배하러 오고 있다. 주말엔 더 많은 사람이 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이날은 일본의 ‘국민 아이돌’ 아라시(嵐·폭풍)가 전격 해체 소식을 발표한 다음 날이었는데요. 오노 신사를 찾은 이들 대부분이 아라시 팬클럽 회원이었습니다. 이들은 ‘멤버 다섯 명 모두가 앞으로도 부디 행복하길’ ‘데뷔 25주년인 올해 멤버 모두 모여 웃는 모습을 보고 싶다’는 등의 응원 문구를 에마(絵馬·소원을 적는 손바닥 크기 목판)에 써 신사에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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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가현 릿토시에 있는 '오노 신사' 전경/릿토시관광협회 |
아라시 팬들에게 오노 신사는 ‘성지(聖地)’로 통합니다. 팀의 리더 오노 사토시(大野智)의 성(姓)과 신사 이름이 같기 때문입니다.
아라시 멤버와 이름이 같은 신사는 이곳뿐 아닙니다. 도쿄와 인접한 사이타마현 고노스시에도 ‘오노 신사’가 있고, 후쿠오카엔 사쿠라이 쇼와 같은 이름의 ‘사쿠라이(櫻井) 신사’가 있습니다. 사쿠라이 신사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니노미야(二宮) 신사’까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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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가현 릿토시의 '오노 신사'에 아이돌 그룹 '아라시(嵐)'를 응원하는 문구가 적힌 에마(絵馬)들이 걸려 있다./트래블재팬 |
이들 신사의 이름은 대개 옛 지역명을 딴 것으로 아라시와는 무관하다고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시가현 오노 신사의 신관(禰宜) 중 한 명 이름이 오노 사토시와 다른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 이름을 합친 ‘오미야 사토시(大宮聡)’란 사실이 팬클럽에 알려지면서, 2010년대 초반부터 아라시 팬들이 ‘성지 순례’를 하듯 이곳에 몰리기 시작했습니다. 오미야씨의 생일은 8월 30일로 또 다른 멤버 마츠모토 준과 같기까지 합니다.
아라시 멤버 생일이나 데뷔일(11월 3일)이면 늘상 팬들이 몰렸던 오노 신사는 2020년 말 아라시가 잠정 활동 중단을 선언하면서 잠잠해지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이날 해체 소식에 다시금 인산인해를 이루게 된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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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해체를 발표하는 일본 5인조 남성 아이돌 그룹 아라시/쓰레드 |
1999년 일본 대형 연예 기획사 자니즈(現 스타토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데뷔한 아라시는 첫 싱글 앨범이 첫 주에만 60만장 가까이 팔리며 등장과 동시에 스타 반열에 올랐습니다. 데뷔 이듬해 요코하마·오사카 등의 대규모 공연장에서 콘서트 투어를 했고, 2010년 일본 음악 시상식인 골든디스크에서 사상 최초 10관왕을 달성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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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국민 아이돌 아라시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왼쪽)가 2001년 한 살 연상의 여배우 시이나 노리코와 데이트하던 모습이 현지 언론에 포착됐다. 이 스캔들로 2000년대 초 아라시의 인기는 추락해 침체기를 겪었다./고단샤 프라이데이디지털 |
2020년 활동 중단 전까지 단독 콘서트 누적 관객 수가 1000만명을 돌파하며 ‘헤이세이(平成·1989~2019년 일본 연호)의 최정상 아이돌’로서 전성기를 누렸습니다.
부침이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2000년대 초 니노미야, 아이바 마사키 등 멤버들이 여성 스캔들 등 잇단 구설에 휘말려 여론이 싸늘하게 식었습니다. 앨범 판매량이 급감했고, 브라운관에 아라시가 나오는 일이 줄어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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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일본 TBS 드라마 '꽃보다 남자'에 출연한 아이돌 그룹 아라시 멤버 마츠모토 준/hipstyle.co.jp |
이 무렵 아라시의 입지를 ‘멱살 잡고’ 끌어올렸던 것이 2005년 TBS가 방영한 순정만화 원작 드라마 ‘꽃보다 남자’였습니다. 평균 시청률이 20%에 달할 정도로 흥행했습니다. 이 드라마 주인공이 아라시 비주얼 센터 마츠모토였습니다. 이후 아라시 인기도 재기했습니다.
마츠모토뿐 아닌 멤버들은 본업뿐 아니라 영화·드라마·예능 등에서도 수준급 실력으로 두각을 드러냈습니다. 특히 아이돌 출신이라는 편견을 깨고 전원이 영화 등에서 주연급으로 활약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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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8월 개봉하는 일본의 게임 원작 영화 '8번 출구' 포스터. 아라시 멤버 니노미야 카즈나리가 주연을 맡았다./cinematoday.jp |
니노미야는 2006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작인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이오지마에서 온 편지’에서 주인공 일본 병사 역을 맡아 전 세계에 연기력을 증명했습니다. 오는 8월 개봉하는 게임 원작 영화 ‘8번 출구’로 올 칸 영화제까지 초청됐습니다.
이처럼 일본에서 ‘아이돌의 새 역사’를 써내려간 아라시의 해체 소식에 전국 각지 팬들이 오노 신사로 몰리고 있는 겁니다. 이들은 멤버들에 대한 응원 외에도, 내년 봄 예정된 마지막 콘서트 티켓팅에 성공하게 해달라는 등의 기도를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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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시가현 오노 신사가 판매 중인 달마 인형 세트. 아라시를 상징하는 다섯 가지 색을 띠고 있다./tabi-asobi-freetime.com |
방구석이 가장 좋아하는 아라시 곡은 2007년 발매된 정규 앨범 ‘타임’ 수록곡 ‘러브 시츄에이션(Love Situation)’입니다. 아라시 노래를 들어보고 싶은 독자께 추천 드립니다.
다음 주 다시 일본에서 가장 핫한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현해탄 건너 당신이 궁금해 할 일본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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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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