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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수사·기소 분리’ 공약에...현직 검사 “검찰 문제에 순진한 믿음”

조선일보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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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 ‘수사·기소 분리’ 공약에...현직 검사 “검찰 문제에 순진한 믿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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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0대 공약을 발표하면서 검찰의 수사‧기소를 분리하겠다고 밝힌 데 대해 검찰 내부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수사와 기소를 분리하고, 수사 기구를 신설하는 등의 대안으로 검찰을 둘러싼 문제가 해결되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순진한 믿음’이라는 것이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휘날리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 검찰기가 휘날리고 있다. /뉴스1


안성수(사법연수원 24기) 서울고검 검사는 13일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에 ‘정치가 수사에 쓴 칼, 수사가 정치에 쏜 총’이라는 글을 올리고 이같이 주장했다. 안 검사는 우선 “당선이 제일 중요한 정치인을 수사하지 않는 결정은 수사하는 행위만큼 선거 영향력이 크다. 법원에서 재판을 중단하고, 선고를 늦추는 일도 마찬가지”라며 “자신에게는 축복이지만, 상대 정치인에게는 큰 타격”이라고 했다. 법원이 최근 이 후보의 재판을 멈추기로 결정한 점을 에둘러 비판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안 검사는 정권이 검찰에 영향을 미친 대표적 사례로 김대중 전 대통령을 들었다. 안 검사는 “1997년 김태정 검찰총장이 김대중 대선 후보의 비자금 수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며 “대통령으로 당선된 김대중은 김태정을 몹시 고마워해, 그를 법무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했다. 이어 “김대중 (전 대통령)은 ‘검찰이 살아야 나라가 산다’는 휘호를 검찰에 써 주어 법무연수원, 대구지검 복도 등에 걸렸었다”며 “검사에게 매월 현금 50만원을 특정업무 경비로 지급하도록 하고, 법원의 요구로 판사에게도 지급했다”고 했다. 안 검사는 “정권이 자신을 위해 수사하는 검사를 발탁하고, 중용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안 검사는 검찰이 스스로 반성해야 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게시글에 담았다. 형법과 특별법을 더 명확하게 가다듬고, 검찰은 일관되고 엄격한 해석을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정파적 입장에 서면, 상대방 수사는 ‘잘한 일’이고 자기편 수사는 ‘있어서는 안 될 천인공노’할 일”이라며 “자리 욕심이 큰 검사는 창의력을 발휘해 집권당의 구미에 맞게 불명확한 조항을 확장해 수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검찰이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막연한 형벌 조항을 삭제하고, 불필요하게 자유를 제한하는 조문을 개선하며, 일관된 해석 원칙을 입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안 검사는 “노예제에 눈을 감고, 백성의 고달픈 삶을 외면한 채, 권력 쟁취를 위해 예송 논쟁에 매달린 조선 선비의 망령을 떨쳐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검사는 현장에 있는 법률 전문가”라며 “대한민국의 미래와 국민의 삶을 위해 기여할 역할이 크다. 새로운 눈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민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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