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제약사에 자발적인 가격 인하 요구 ‘행정명령 서명’
자국 약값 인하 명목으로 타국 약품에 관세 부과 시사
미 시장 입지 큰 셀트리온·삼성바이오 등 타격 우려
자국 약값 인하 명목으로 타국 약품에 관세 부과 시사
미 시장 입지 큰 셀트리온·삼성바이오 등 타격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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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방약 가격 인하’ 행정명령 서명한 트럼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 루스벨트룸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이날 서명한 행정명령을 들어보이고 있다. 이번 행정명령은 제약사들이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을 인하할지 아니면 정부가 지불할 금액에 새로운 제한을 적용받을지 30일 안에 선택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로이터연합뉴스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자국 우선주의’가 이번엔 글로벌 제약 시장을 강타하고 있다. 수입 의약품에 대한 고율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황에서 자국 약값 인하를 위한 강경 조치까지 시사하자, 한국 제약·바이오 업계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에서 제약회사들이 30일 이내에 자발적으로 처방약 가격을 인하하지 않으면 정부가 직접 가격 제한에 나선다는 내용의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정책 골자는 미국의 약값을 다른 선진국 약값과 ‘평준화’한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무역대표부(USTR)와 상무부 장관에게 다른 나라가 의도적이며 불공정하게 자국 약값을 시장 가격보다 낮추고 미국의 가격 급등을 일으키는 관행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 제약사들이 다른 나라와 가격 협상을 하는 것을 돕고, 다른 나라가 협조하지 않으면 추가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는 입장도 시사했다. 그는 유럽연합(EU)을 특정하긴 했지만 향후 한국과의 무역 협상에서도 약값을 문제 삼을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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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은 선진국 중에서도 약값이 비싸기로 악명이 높다. 이에 약값 인하는 보수·진보를 막론하고 전 계층의 공감을 얻을 수 있어 대중의 지지를 끌어올리는 데 유리한 카드로 쓰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대선부터 빅파마(대형 글로벌 제약사)를 겨냥하며 약값 문제를 공론화했지만 제약업계가 강하게 반발해 실패한 바 있다.
이날 행정명령 전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약값 인하 예고에 대해 이번에도 백악관과 ‘제약 카르텔’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시장에서 미국 제약사의 이익을 보호·확대하고, 그 대가로 미국 내 가격 인하를 유도하는 쪽으로 정책을 조정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주희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은 “트럼프 정부의 약값 인하 목적은 분명하지만 고율 관세와 병행하기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과거 트럼프 1기에서도 유사한 시도가 제약업계 반발로 무산된 바 있어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주요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최근 기술 및 의약품 수출이 크게 증가하면서 미국은 물론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왔다. 올해 1분기 셀트리온은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867% 확대되며 분기 최대 실적을 기록했고,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영업이익도 119.92% 증가했다. 유한양행과 대웅제약 역시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 의약품에 25% 이상의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때부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자국 약값 인하를 명목으로 추가 압박을 해올 가능성이 커 파장이 예상된다.
제약·바이오 업계 한 관계자는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투자자들이 투자를 꺼리고 있다”며 “특히 중소 제약사들은 자금난으로 프로젝트를 지연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가 의약품이 이번 행정명령의 주요 타깃이고, 유통구조가 개선되면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 경쟁력이 강화돼 국내 업체에 기회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13일 셀트리온은 보도자료에서 “트럼프 행정명령이 바이오시밀러 확대에 긍정적일 수 있다. 유연한 전략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이진주 기자 jinj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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