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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장년은 외롭다…한 달여 만에 상담 3000건 돌파

조선일보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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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장년은 외롭다…한 달여 만에 상담 3000건 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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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고시텔에서 한 거주민이 라면을 먹고 있다. /김지호 기자

2021년 서울 신림동에 위치한 고시텔에서 한 거주민이 라면을 먹고 있다. /김지호 기자


“집에 들어올 때마다 너무 쓸쓸해요. 왜 사는지 모르겠어요”

지난달 18일 새벽 12시50분, 50대 기초생활수급자 남성 A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삶의 의욕을 잃은 A씨가 농약 한 병을 곁에 두고 마지막으로 용기를 내 건 전화였다. 운영하던 횟집이 잘 안 돼 빚은 쌓였고 아내와는 이혼했다. 공황장애로 사회생활이 어려워 노모에게 용돈을 타 쓸 때마다 자괴감을 느낀다고 한다.

그가 전화를 건 곳은 ‘외로움안녕 120′. 서울시가 24시간 운영하는 고독 문제 전담 콜센터다. 전화를 받은 사회복지사는 “많이 힘드셨죠? 선생님은 소중한 사람이십니다. 선생님도 본인을 그렇게 대해주세요”라고 말했다. A씨는 가족과의 갈등, 사업할 당시의 얘기들을 쏟아냈다. 1시간이 넘는 통화 끝에 A씨는 “선생님 고맙습니다. 앞으로 시간이 주어진다면 아들에게 좋은 아빠가 되고 싶습니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복지재단 고립예방센터가 지난 4월부터 시작한 ‘외로움안녕120′ 상담이 5월 8일 기준 3088건을 기록했다고 13일 밝혔다. 하루 80건 넘게 상담을 한 셈이다. 2025년 목표치 3000건을 한 달 반만에 달성했다. 외로움을 느끼는 시민 누구나 120에 전화하면 상담사와 이야기할 수 있다. 전문 심리상담사나 사회복지사 14명이 근무한다. 전화를 선호하지 않는 시민들을 위해서 카카오톡 상담도 된다.

​외로움 상담은 40~64세 중장년층이 가장 많이 찾았다(59%). 20~39세 청년(32%), 65세이상 노인(8%)이 뒤를 이었다.

센터 관계자는 “중장년의 경우 사업에 실패하거나 이혼 등 가정이 해체하는 경우가 많다”며 “가족이나 직장에서 사회생활을 하다 혼자 남게 된 쓸쓸함을 토로하는 분이 많다”고 말했다.


청년들은 주로 인간관계·가족관계나 취업에 대한 고민을 말할 곳이 없는 이들이 센터에 전화한다고 한다. 20대 여성 B씨는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주변 사람에게 슬픔을 토로하하다보니 관계가 소원해지더라”며 “맘 편하게 자세히 슬픔을 털어놓고 싶어 120에 전화했다”고 말했다.

유선 전화보다 문자 메시지가 익숙한 20~30대는 카카오톡 등으로 채팅 상담을 하는 경우도 많다. 재단 관계자는 “전체 상담 3088건 중 9.4%(290건)이 채팅 상담이었는데 대부분이 청년”이라고 말했다.

서울연구원의 ‘서울시 1인 가구 실태조사’(2022년)에 따르면 1인 가구 중장년의 65%가 ‘외로움’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은 경제적 어려움도 겪고 있다. 지난해 서울금융복지상담센터에 따르면 파산 신청자의 70%가 중장년 1인 가구(남성)다.


이수진 고립예방센터장은 “한 달만에 전화가 3000건 넘게 온 건 시민들이 외로움을 말할 곳이 필요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

[박진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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