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거래대주, 공매도 재개 후 19억→416억원
코스피 ‘방산주’, 코스닥 ‘정치 테마주’ 개인 공매도 쏠려
공매도 중 개인 비율은 금지 전 1.73%서 재개 후 1.25%로 감소
“공매도 재원 부족에 심리적 부담…인버스 ETF로 유사 효과”
코스피 ‘방산주’, 코스닥 ‘정치 테마주’ 개인 공매도 쏠려
공매도 중 개인 비율은 금지 전 1.73%서 재개 후 1.25%로 감소
“공매도 재원 부족에 심리적 부담…인버스 ETF로 유사 효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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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챗GPT를 사용해 제작함] |
[헤럴드경제=신동윤 기자] 외국인·기관 투자자에게 더 유리하고 개인 투자자에겐 불리해 ‘기울어진 운동장’이란 비판을 받았던 공매도 제도를 개선해 전면 재개한 지 한 달 반 정도 지났다. 이 기간 개인 공매도 참여도를 가늠할 수 있는 신용거래대주 규모는 20배 넘게 빠르게 증가했다. 하지만, 외국인·기관 투자자와 비교했을 때 개인 투자자의 전체 공매도 거래금액 중 비율은 공매도 전면 금리 조치 직전과 비교했을 때 오히려 뒷걸음질 친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거래대주 19억→416억원
1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9일 기준 신용거래대주 규모는 416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전면 금지 조치 후 1년 5개월 만에 공매도가 재개됐던 지난 3월 31일 19억원 수준에 불과했던 신용거래대주 규모가 26거래일 만에 21.89배나 늘어난 셈이다. 코스피 시장 내 신용거래대주 규모는 17억원에서 316억원으로 18.59배 늘었고, 코스닥 시장은 3억원에서 101억원으로 무려 33.67배나 증가했다.
신용거래대주는 일정 증거금을 담보로 주식을 대여해 주는 신용 서비스로, 개인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필요한 단계다. 하락이 예상되면 빌린 주식을 먼저 매도하고, 실제 주가가 하락하면 매수해 갚아 수익을 내는 구조라는 점에서 ‘공매도’와 개념이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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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의 전광판에 이날 거래를 마감한 코스피와 코스닥지수,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30.06 포인트(1.17%) 오른 2607.33으로 마감했다. 코스닥 지수는 전장보다 2.88 포인트(0.40%) 오른 725.40으로 거래를 마쳤다. 원/달러 환율은 2.4원 오른 1402.4원을 기록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는 코스콤 체크를 활용해 지난 9일 기준 코스피·코스닥 종목별 신용거래대주 규모도 분석했다.
코스피에선 최근 급등세를 보인 ‘방산주’에 대한 개인 공매도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급등 후 조정장세에 개인 투자자들이 다수 베팅한 셈이다. 신용거래대주 잔고 1·2위엔 한화에어로스페이스(28억원)·현대로템(23억원)이 각각 이름을 올렸다.
‘반도체주’ SK하이닉스(3위·14억원), ‘원전주’ 두산에너빌리티(5위·12억원)도 신용거래대주 잔고 ‘톱(TOP)10’ 목록에 들었다. ‘한덕수 테마주’ 대한제당(4위·14억원), 한때 ‘황제주(주당 100만원 이상 종목)’에 올라선 삼양식품(10위·9억원) 등도 이목을 끌었다.
코스닥에선 ‘정치 테마주’에 개인 공매도 쏠림 현상이 뚜렷했다. 2위 에이텍(7억원)·4위 에이텍모빌리티(5억원)·6위 수산아이앤티(5억원)는 ‘이재명 테마주’, 8위 한국선재(3억원)는 ‘홍준표 테마주’로 분류된다. 3위 핑거(6억원)와 5위 아가방컴퍼니(5억원)는 각각 ‘토큰증권(STO)·저출생 정책 테마주’로 꼽힌다.
이 밖에 에코프로(1위·7억원)로 대표되는 ‘이차전지주’와 글로벌 시장에서 승승장구 중인 ‘화장품주’ 실리콘투(7위·4억원)에도 개인 공매도가 쏠렸다.
개인 공매도 비중, 금지 전 1.73% → 재개 후 1.25%
개인 공매도 규모만 놓고 봤을 땐 빠른 속도로 증가한 듯 보이지만, 공매도 시장을 주도해 온 외국인·기관 투자자 등과 거래금액을 두고 비교했을 때는 오히려 개인 투자자의 영향력이 공매도 전면 금지 시점 전보다 위축됐단 분석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3월 31일부터 지난 9일까지 코스피·코스닥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22조7509억원) 중 개인 투자자의 비율은 1.25%(2838억원)에 불과했다. 지난 2023년 1월 6일 자로 공매도가 전면 금지되기 전 40일간(2023년 9월 25일~11월 3일)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개인 비율 1.73% 대비 0.48%포인트나 줄어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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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공매도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자의 전체 공매도 거래대금 중 비율은 공매도 금지 전 73.42%에서 재개 후 84.88%로 11.46%포인트나 커졌다. 거래대금 규모도 14조4757억원에서 19조3114억원으로 증가했다.
금융위원회는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던 1년 5개월간 불법 공매도를 방지할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과 함께 개인 투자자와 외국인·기관 투자자 간의 공매도 거래 조건을 동등하게 맞춰 ‘기울어진 운동장’을 해소하는 방안도 추진했다.
애초 대주는 최장 90일만 빌릴 수 있던 반면, 대차는 상환 기간 제약이 없고 현금 담보 비율도 105%로 대주(120%)에 비해 낮았다. 이에 정부는 공매도 목적 대차를 90일 단위로 연장하되 전체 상환 기간을 12개월로 제한하고, 대주의 최소 담보 비율을 120%에서 105%로 낮춰 조건을 통일했다. 통상 외국인·기관은 장외시장에서 개별 거래로 주식을 빌리는 대차, 개인은 장내에서 증권사로부터 주식을 빌리는 대주를 통해 차입 공매도한다.
제도 개선에도 불구하고 개인 공매도가 늘지 않은 이유로는 개인 투자자가 공매도에 활용할 수 있는 대주 재원 자체가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증권업계 관계자는 “증권사가 한국증권금융이 보유 중인 담보 주식을 개인 투자자에게 제공해야 하는데, 시총 상위 주요 종목을 제외하곤 대주 가능 수량에 대한 수급 부족으로 개인 투자자가 유의미하게 이를 확보하는 게 사실상 불가능할 정도”라며 “대차 시장을 통해 필요한 만큼 주식을 빌릴 수 있는 외국인·기관과 경쟁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정보에 대한 분석력과 위험 관리 수단의 다양화, 자본력 등에서 개인 투자자가 기관에 비해 현저히 밀리는 만큼, 제도 개선만으로 개인이 실제 공매도에 나서긴 심리적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한 자산운용사 고위 관계자는 “공매도로 직접 개별 종목에 대한 투자에 나서기보단, 비슷한 효과를 내는 ‘인버스(수익률 역 추종) 상장지수펀드(ETF)’ 투자를 활용하는 투자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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