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에 145% 관세 부과했다가 ‘역풍’에 고전
미 기업들, 대부분 중국 수입에 의존하다 충격
“조만간 매대 텅텅 비게 될 것” 경고 美서 확산
관세 낮추며 실리 챙겼지만, ‘중국 승리’ 평가
미 기업들, 대부분 중국 수입에 의존하다 충격
“조만간 매대 텅텅 비게 될 것” 경고 美서 확산
관세 낮추며 실리 챙겼지만, ‘중국 승리’ 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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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AP] |
[헤럴드경제=김수한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밀어부치던 관세정책이 오히려 미국인 기업가들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결국 미중 관세협상을 통해 철회한 결과가 됐다고 미 일간지 뉴욕타임스(NYT)가 12일(현지시간) 평가했다.
신문은 ‘미중 관세협상은 트럼프의 공격적인 관세정책의 한계를 보여준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 제품에 부과한 145%의 관세가 글로벌 무역 질서를 어지럽혔다”면서 “그 결과 중국에 경제적으로 심대한 타격을 준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에 관세를 부과했다가 수개월만에 철회하며 미국의 통상정책이 세계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수 있는지를 보여줬지만, 또한 그와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의 접근법이 가진 한계까지 드러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월 재집권 이후에 취해온 공격적인 대중 관세정책에서 ‘유턴’하고 중국과의 대폭적 관세 인하에 동의한 것은 미국 경제 상황을 고려한 것으로 분석된다.
‘폭탄 관세’로 중국과의 무역이 사실상 ‘스톱’된 상황 속에서 미국의 1분기 경제가 코로나19 이후 처음으로 역성장했으며, 소매업체 매장의 선반이 텅텅 비는 등 세계 최대 경제국인 미중간의 치킨게임식 무역 전쟁에 따른 타격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계속되면서 중국과 전격 휴전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재집권 이전과 비교해 중국에 대한 관세율이 여전히 높아 관세 수입을 여전히 기대할 수 있다. 또 중국과 통상 협상을 계속하기로 하면서 대중 무역적자 문제를 완화할 여지를 있어 유턴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다만 145%의 관세를 부과한 지 한 달여 만에 115%포인트를 인하하면서 중국 측에서 오히려 ‘승리’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것은 미국 측에 부담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미중간 무역 합의에 대해 “우리는 (무역 관계에서) 중국과 완전히 리셋(재설정)하는 데 성공했다”라고 평가했다.
다만 관세 전쟁의 직접적 원인이 됐던 무역 적자 해소를 위한 중국의 조치나 희토류 수출 통제 완화 문제가 공동성명에 명시되지 않는 등 중국이 구체적으로 양보한 것은 없다는 평가도 나온다.
ING의 중국 관련 수석 이코노미스트 린 송은 “어떤 양보도 없이 관세를 상당히 낮춘 이번 합의는 부분적으로는 중국의 승리로 보일 가능성이 높다”라고 지적했다.
캐피털 이코노믹스의 마크 윌리엄스 수석 아시아 이코노미스트도 “트럼프 정부의 공격적 태도에서 중요한 후퇴”라면서 “환율이나 무역 불균형 문제에 대한 중국의 어떤 약속도 포함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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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지난 9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열린 전승 80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대화하고 있다. [AP] |
▶대중관세 145% ‘폭탄’에 오히려 미국이 망연자실=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월 취임 이후에 무역 적자 해소를 명분으로 중국에 대한 관세를 지난달 9일 145%까지 급격하게 끌어올렸다.
중국의 불공정 무역 관행을 손보겠다면서 중국에 전례없는 수준의 고강도 압박에 나선 것이다.
이에 따라 골드만삭스는 중국의 대미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고 제조업 타격으로 최대 1만6000개의 일자리가 감소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 행사에서 “중국은 매우 심각하게 타격을 받았다”면서 “공장이 문을 닫았고 큰 사회적 불안이 생겼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문제는 장난감부터 의류, 전자제품까지 거의 모든 상품을 중국과의 무역에 의존하고 있는 미국이 큰 타격을 받았다는 점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을 겨냥한 관세 정책을 시행한 이후 지난달 말 나온 분기별 국내총생산(GDP) 보고서에서는 경제가 역성장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업체들이 선제적으로 재고 확보를 위해 수입을 늘리면서 1분기 GDP가 직전보다 0.3%가 내려간 것이다.
월마트, 타깃, 홈디포 등 미국의 주요 소매업체들은 지난달 21일 트럼프 대통령을 만나 조만간 ‘매대가 텅 비게 될 것’이라면서 관세 드라이브의 후폭풍을 경고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달말 각료회의에서 “어쩌면 아이들이 인형을 30개 대신 2개를 가지게 되겠다. 그리고 어쩌면 그 인형 2개도 평소보다 몇 달러 더 비싸지겠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발언의 취지는 ‘인내’를 촉구하는데 있었지만, 중국과의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상황의 변화를 사실상 인정한 셈이 됐다.
또한 트럼프 정부 각료는 물론 트럼프 대통령 자신도 ‘폭탄 관세’에 따른 중국과의 무역 중단 상태가 지속 가능하지 않다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소매업체 대표의 경고 이후인 지난달 23일 145%의 대중 관세에 대해 “너무 높다”면서 “매우 상당히 내려갈 것”이라고 언급했다.
스콧 베선트 재무장관도 현재 관세정책을 ‘무역금수 조치’로 규정하고 동시에 관세율을 낮춰야 한다고 반복적으로 촉구해왔다.
▶“여전히 취임 전보다 높은 관세” 미국 실리 챙겼지만, 중국이 명분상 우세=미중간 첫 무역 협상에서 관세를 예상보다 큰 폭으로 인하키로 했으나, 트럼프 2기 정부의 중국에 대한 관세는 지난 1월 정권 출범 전보다 여전히 높다.
이번 관세 인하 합의를 반영해도 중국에 대한 실효 관세는 39% 정도로 추산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씨티은행 등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기 전인 11%에 비해 3배 이상 많은 수치다.
나아가 철강·알루미늄 및 자동차, 반도체, 의약품 등 품목별 관세는 별도로 유지된다.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 보면 중국에 대한 관세를 낮추기는 했지만, 이전보다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이다.
이와 관련, 무역 협상에 참여한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어떻게 관세를 금수 수준은 아니면서도 미국이 무역 적자 감축 목표를 추구할 수 있도록 하는 수준으로 할지에 (중국과의) 협상이 집중됐다”고 설명했다.
미국은 후속 협의 과정에서 트럼프 1기 때 합의했던 것과 같이 중국이 미국 상품을 대규모로 구매키로 약속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미중 양국은 트럼프 정부 1기 말인 2020년 1월 이른바 ‘1단계 무역 합의’를 체결했다.
당시 중국은 농산품을 비롯해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을 구매하겠다고 약속했으나 미국의 정권교체 등과 맞물려 흐지부지됐다.
베선트 장관은 이날 “협상이 진행됨에 따라 양측은 무역 적자를 균형으로 되돌리기 위한 구매 협정 가능성도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 등이 미국에 미친 영향과 함께 협상에서 중국이 이런 비관세 조치에 대한 개선을 약속한 것도 트럼프 대통령으로 하여금 중국과 합의에 이르도록 한 요인으로 꼽힌다.
중국은 미국과의 공동 성명에서 “4월 2일 이후 미국에 취해진 모든 비관세 보복 조치를 유예하거나 취소하기 위해 필요한 행정 조치를 채택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지난달 4일 미국의 상호관세에 대한 맞불 관세를 발표하면서 첨단 기술 등의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에 대한 수출통제 조치도 같이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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