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로 건너뛰기
검색
머니투데이 언론사 이미지

[유효상 칼럼] 왜 워런 버핏은 현인으로 불릴까

머니투데이 유효상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원문보기

[유효상 칼럼] 왜 워런 버핏은 현인으로 불릴까

속보
이란 "이스라엘 공습 중단 시 우리도 멈춰…아직 휴전 합의는 아냐" <로이터>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장


5월 12일 현재, '워런 버핏(Warren Edward Buffett)'이 이끌고 있는 투자 회사 '버크셔 해서웨이(Berkshire Hathaway Inc.)'는 꿈의 시가총액이라 여기는 1조 달러를 훌쩍 넘기며 테슬라, TSMC를 제치고 전 세계에서 8번째로 비싼 회사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극도로 보수적이면서도 장기적인 투자로 60년간 연평균 20%의 고수익을 창출했으며, 최근 30년 동안 시가총액은 기복 없이 꾸준히 우상향하며 무려 26배 이상 올랐다.

이렇게 놀라운 실적을 기록하며 '가치투자의 달인'으로 불리는 전설적인 투자자 버핏 회장이 지난 60년간 이끌어온 회사에서 은퇴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달 초 4만여 명의 주주들이 운집한 가운데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그레그 아벨 부회장을 후계자로 지명하며 금년 말에 은퇴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버핏은 은퇴해도 주식을 1주도 팔 계획이 없다면서, 이는 아벨이 회사를 더 잘 이끌 것이라는 믿음에 기반한 '경제적 결정'이라고 했다. 그러나 버핏의 은퇴 소식이 알려지자 버크셔 해서웨이 주가는 5% 이상 폭락했다.

버크셔 해서웨이는 1839년 섬유 제조회사로 설립되어 운영되었으나, 1962년 버핏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투자회사로 변신하기 시작했다. 장기 투자와 주주 이익을 중시하는 경영 철학을 바탕으로 보험, 금융, 에너지, 제조 등 수많은 M&A를 성사시키며 세계적인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지금은 철도를 비롯해 에너지, 화학 등 189개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며 미국 대형 보험사인 가이코, 건전지 제조업체 듀라셀과 패스트푸드 체인 데어리 퀸도 자회사 명단에 올라있다. 또한 애플의 2대 주주이며, 코카콜라, 뱅크오브아메리카, 아메리칸익스프레스, 셰브런 등에도 투자하여 현재 투자 지분에 대한 주식 가치는 370조 원에 달하며, 500조 원에 가까운 현금과 미국 재무부가 발행한 단기 국채의 5%까지 보유하고 있다. 몰락해 가던 섬유회사를 인수하여 경이적인 성공을 이루며, 세상에서 가장 존경받는 회사를 만든 것이다.

버핏은 1930년 미국 중부에 위치한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금융업을 하는 부유한 가정에서 태어났다. 6살 때 껌과 콜라를 팔아 돈을 버는 경험을 했고, 어린 시절 용돈벌이를 위해 여러 아르바이트도 했다고 한다. 11살이 되던 해, 주식투자의 세계에 입문했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에 들어갔다가 아버지의 모교인 네브래스카대로 전학했다. 그 후 컬럼비아대 MBA를 졸업했다. 버핏은 훗날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스승을 MBA에서 만났다고 회고했다. 바로 '가치투자의 대가'로 불리는 벤저민 그레이엄이었다. 그레이엄은 필립 피셔와 함께 버핏에게 큰 영향을 준 인물로 꼽힌다. 버핏은 나중에 커다란 성공을 거둔 뒤 "나는 15%는 피셔에게, 85%는 그레이엄에게 영향을 받았다."고 했다. 또한 "주식투자를 다룬 책들 중 그레이엄과 피셔를 능가하는 책은 본 적이 없다"고도 강조했다.

버핏의 투자 전략은 크게 가치 투자, 장기 투자, 그리고 안전 마진 확보를 중심으로 구성된다. 가치 투자는 기업의 내재 가치를 면밀히 분석하여 '좋은 기업이지만 주가가 기업 가치보다 낮을 때 투자하는 것'이다. 장기 투자는 기업의 성장 가능성을 믿고 장기적으로 보유하는 전략으로, 버핏은 "10년 이상 보유할 생각이 없으면 10분도 투자하지 마라"는 말을 남겼다. 안전 마진은 투자 기업의 사업 모델, 경쟁력, 재무 상태 등을 면밀히 분석하여, 기업이 예상보다 좋지 않은 상황에 놓여도 손실을 입지 않고 최소 마진을 확보할 수 있도록 투자 시점과 규모를 결정한다는 것이다. 독서광으로 알려진 버핏은 "최고의 투자는 자기 자신에게 하는 투자이고, 자신에게 하는 투자 중 최고는 책과 신문읽기"라고 끊임없는 학습을 강조했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주총에는 '오마하의 현인(The Oracle of Omaha)'으로 불리는 버핏의 투자 철학과 생각을 들으려는 투자자들이 매년 몰린다. 매년 5월 첫째 주 토요일부터 미국 오마하 퀘스트센터에서 무려 2박 3일간 축제 형태로 열리는데, 주주들이 경영진에게 질문을 하고 답변을 듣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자본주의의 축제'라고 불릴 정도로 세계 각국의 투자자들이 모인다. 오마하 경제에도 엄청난 활력을 불어넣는 행사다. 버핏의 집, 버크셔 해서웨이 본사, 그리고 그가 자주 들르는 고릴라 바 같은 곳이 관광 명소로 유명하다. 특히 올해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이 일으킨 경제 불확실성 때문에 버핏의 견해에 관심이 쏠렸고, 역대 최대 인원이 참석했다.


버핏이 '오마하의 현인'이라고 불리는 이유는 그의 뛰어난 투자 실력과 통찰력, 검소한 삶의 태도, 천문학적인 기부활동 그리고 오마하라는 지역과의 깊은 연관성 때문이다. 버핏은 장기적인 가치 투자 전략으로 전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투자자 중 한 명이다. 그는 단기적인 시장 변동에 휘둘리지 않고, 기업의 본질적인 가치를 분석하여 장기 보유하는 방식을 고수한다. 그의 통찰력과 인내심 덕분에 수십 년간 시장을 압도하는 성과를 냈으며, 이런 투자 철학 때문에 사람들이 '현인' 또는 '예언자'처럼 그를 존경하게 되었다. "공포에 질린 시장에서는 욕심을 내고, 탐욕스러운 시장은 두려워하라"와 같은 투자 철학이 담긴 수많은 명언들을 남겼다.

버핏은 다른 부자들과는 달리 자신의 부를 과시하기보다는 검소한 생활을 유지하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개인 재산 220조 원을 훌쩍 넘기며 전 세계 6번째 부자인 버핏은 매일 출근길에 맥도날드에 들러 3~4달러짜리 맥모닝을 먹고 1958년 당시 3만 1500달러를 주고 구입한 집에 67년째 지금도 살고 있다. 운전사나 경호원도 없고, 12달러짜리 이발소에서 머리를 깎고, 20달러가 안되는 스테이크를 즐겨 먹으며, 4만 5000달러 정도의 2014년형 캐딜락을 타고 다닌다. 20달러짜리 삼성 폴더폰을 10년 가까이 사용하다, 팀 쿡 애플 CEO가 몇 년 전에 보내준 아이폰11을 쓰고 있다. 중부의 작은 도시 오마하 본사에는 25명만이 근무하며, 임대 사무실을 쓰고 있다.

버핏은 검소한 태도만이 아니라, "많은 돈은 자식을 망친다"는 확고한 신념을 갖고 있다. 그래서 99% 이상의 재산을 사회에 환원하겠다고 약속했고, 빌 게이츠 부부와 함께 'The Giving Pledge' 운동을 시작하면서 다른 억만장자들도 재산의 대부분을 기부하도록 독려하고 있다. 버핏의 '현인'으로서의 진짜 면모는, 자신의 재산을 내놓는 것을 넘어 일부 부유층을 중심으로 일고 있는 '상속세 폐지' 시도에 대한 강한 질타에서 확인됐다. 상속세 폐지로 가장 큰 혜택을 볼 수 있는 부자들이 앞장서서 "상속세 폐지를 주장하는 것은 혐오스러운 일"이라고 앞장서서 외치며, '상속세 폐지'를 시도했던 조지 부시 대통령을 강하게 비난했다.


모건 스탠리의 임원으로 있는 앨리스 슈뢰더가 버핏의 의뢰로 쓴 버핏의 자서전 '스노볼(원제: The Snowball)'에 의하면, 버핏은 "나의 천문학적인 재산은 사회를 위해 쓰여야 할 자원이며, 나는 단지 잠시 맡아두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이제는 창고의 문을 열 때가 됐다."며 2006년부터 자신의 부를 본격적으로 사회에 환원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55조 원 이상을 기부했으며, 앞으로 180조 원 이상을 기부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처럼 버핏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투자 성과는 물론 뉴욕의 월스트리트 대신 조용한 작은 도시에 머물며 검소한 삶을 유지하면서도 지역사회와 전 세계에 막대한 긍정적인 영향을 끼쳤기 때문에 '오마하의 현인'이라는 별명이 자연스럽게 따라붙게 된 것이다. "5만 달러나 10만 달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5000만 달러나 1억 달러가 있어도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결코 행복은 돈에 비례하지는 않는다." 주총에서 나왔던 돈과 행복에 대한 질문에 대한 버핏의 답변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모든 사람의 존경을 받는 현인이 나오길 학수고대해 본다.

유효상 유니콘경영경제연구원 원장

ⓒ 머니투데이 & mt.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