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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동시 통역까지… 美 최대 투자 박람회서 한국 기업 러브콜

조선일보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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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최대 투자박람회 ‘셀렉트USA’ 현장
美상무 “미국 경제 강력하고 역동적”
백악관 “당장 미국 진출 경쟁 벌어져야”
한국도 ‘귀한 손님’… 한국어 동시 통역도
주지사들, 한국 기업에 투자 러브콜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에서 텍사스주 주 정부 관계자들이 참가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에서 텍사스주 주 정부 관계자들이 참가자들과 대화를 하고 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북(北)버지니아가 교육수준이 가장 높은 거 아시죠? 인재와 기업들이 여기를 ‘내 집’이라 부를 만하죠.” “알래스카는 에너지 부문의 증명된 파트너입니다.” “23년 연속 (미국 내 지역 중) 수출 1위! ‘메이드 인 텍사스’는 가장 강력한 글로벌 브랜드입니다.”

워싱턴 DC에서 차로 15분 거리인 미국 메릴랜드주(州) 게이로드 리조트에선 미국 연방 정부의 최대 투자 유치 행사 ‘셀렉트 USA(미국을 선택하십시오) 인베스트먼트 서밋’이 한창이었다. 미 상무부가 2013년부터 주최한 행사이지만, ‘매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를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후 첫 행사여서 그 어느 때보다 활기를 띠었다. 미국 50주를 대표하는 경제개발청(EDO) 관계자들이 총집결했고, 100여 국에서 온 기업인과 정부 사절 등 5000여 명이 몰려 발 디딜 틈이 없었다. 미국 야당인 민주당은 트럼프의 ‘MAGA 밀어붙이기’에 거부감을 드러내 왔지만, 이날만큼은 미국의 산업 부흥이라는 목표 하나를 두고 공화당과 총력전을 펼치는 모습이었다.

전시회장에선 50주를 비롯해 상무부·국무부 등 연방 정부와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등이 200여 부스를 차리고 ‘호객’을 했다. 양복을 입은 외국 기업이나 정부 당국자가 지나가면 양복을 입은 주 관계자들이 이들을 붙잡고 “우리 주가 얼마나 투자하기 좋은지 알려드리죠”라며 각종 혜택을 설명하기 바빴다. 콜로라도는 지역 자랑거리인 로키 산맥을 배경으로 합성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포토 부스를 마련했고, 아이다호는 이 지역에 본사가 있는 ‘클리프 바 베이킹 컴퍼니’의 땅콩 버터 맛 프로틴 바를 비치해 참가자들을 유인했다. 미네소타는 기념 배지를 중국어·스페인어 등 10개 언어로 각각 따로 제작해 배포했다. 알래스카는 주를 상징하는 ‘큰 연어를 든 곰’ 입간판 앞에서 사람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었다.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알래스카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알래스카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콜로라도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콜로라도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트럼프는 이날 영상 축사를 통해 “규제 하나를 만들 때마다 열 개를 없애겠다”고 했다. 주지사들은 각 주의 ‘1호 영업 사원’으로 자처하며 행사장 곳곳을 누볐다. 대통령이 앞장서서 “미국 투자”를 외치고, 주지사들이 이를 거들며 각 주의 장점을 경쟁적으로 홍보했다.

트럼프가 한국·일본에 공동 개발을 제안한 알래스카 액화천연가스(LNG) 개발 사업을 열 올리며 홍보하는 마이크 던리비 알래스카 주지사(공화당)의 모습도 보였다. “백악관은 알래스카를 세계와 미국의 (에너지) 문제를 해결할 장소로 여기고 있습니다. 알래스카 북부 해안의 대규모 가스 파이프 라인 프로젝트는 아시아에 안정적 저탄소 연료를 제공할 겁니다.” 민주당인 웨스 무어 메릴랜드 주지사는 “최근 인공지능(AI)·데이터센터 같은 첨단 산업 유치를 위해 일본과 한국을 순방했다”고 했다.

현대차 등 한국 기업이 투자를 많이 해 ‘한국이 먹여 살린다’는 얘기까지 나오는 조지아 당국자는 “3000개 이상 해외 기업이 이미 들어와 있다. 애틀랜타 공항에 50국 이상의 직항 노선이 있다”고 했다. 이날 행사에선 한국어 동시 통역이 제공될 정도로 한국 기업들이 ‘귀한 손님’ 대접을 받았다. 한국은 2023년 기준 미국 내 215억달러(약 31조원) 투자를 약정하며 최대 대미 투자국에 올라섰다. 루이지애나 관계자는 최근 현대제철의 58억달러 제철소 투자 계획을 언급하며 “지역 경제가 오랜 기간 침체돼 있었는데, 한국에 고맙게 생각한다”고 했다.


현재 미국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유입되고 있는 텍사스는 미국 내 만연한 노동력 부족 문제가 덜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텍사스 관계자는 “텍사스가 나라였다면 세계에서 여덟째로 경제 규모가 컸을 것”이라며 “민간 노동 인력이 약 1500만명으로 매우 풍부하다”고 했다.

민주당 잠룡 중 한 명인 그레천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는 캐나다 담수 개발 기업 ‘아쿠아액션’의 디트로이트 사무소 개소를 축하하며 “미국과 캐나다를 하나로 묶는 것은 그레이트 레이크스(Great Lakes·5대호)일 것”이라며 “미국에 더 많은 캐나다 투자가 유입되는 것보다 좋은 일은 없다”고 했다.

트럼프 2기 출범 후 한미 조선 협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윤진식 한국무역협회(KITA) 회장을 비롯해 HD한국조선해양·한화오션 등의 한국 기업인들도 현장을 둘러봤다.


점심 시간에는 최신 기술과 스타트업 제품·서비스를 소개하고, 여성 기술 리더들이 네트워킹하는 다양한 부대 행사가 열렸다. 주최 측 관계자는 “우연한 한 번의 만남이 대규모 투자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아 주별로 엄선된 ‘드림팀’을 꾸려 박람회장에 나온다”며 “기업 규모에 관계없이 일대일로 상대하는 게 셀렉트 USA의 정신”이라고 했다. 이날 현장에선 세계 최대 탄약 제조 업체인 브라질 기업 ‘CBC 글로벌 애뮤니션’이 오클라호마에 3억달러 투자 계획을 밝혔다.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조지아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조지아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루이지애나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루이지애나주 부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오클라호마주에서 케빈 스팃 주지사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오클라호마주에서 케빈 스팃 주지사와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케빈 해싯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은 이날 행사에 참석해 “규제 완화, 낮은 세율, 인공지능(AI) 우위 등을 바탕으로 투자자들에게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며 “지금은 미국에 누가 먼저 진출하나 경쟁이 벌어져야 할 시기”라고 했다. 그는 기계 설비 구입에 쓴 비용 전액을 공제 처리할 수 있게 해 기업의 법인세 부담을 낮춰주고, 새 정부 출범 이후 기업이 쓴 돈은 소급 처리해 주는 계획도 언급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여러분을 향한 우리의 메시지는 아주 간단하다”며 “미국 경제를 가장 강력하고 역동적이며 회복 탄력성 있는 모습으로 만들기 위해 헌신을 다하고 있다. 미국에 투자하기 이보다 더 좋은 때는 없다”고 했다. 14일까지 계속되는 이번 행사에는 로리 미셸 차베스-드레머 노동부 장관, 크리스토퍼 랜도 국무부 부장관, 켈리 레플러 중소기업청(SBA) 청장, 르네 하스 ARM홀딩스 최고경영자(CEO), 바버라 험프턴 지멘스 코퍼레이션 회장 겸 CEO, 호세 무뇨스 현대차 사장 등 정·재계 인사들이 총출동할 예정이다.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푸에르토리코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투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의 푸에르토리코 부스에서 관계자들이 테이블에 앉아 투자 상담을 진행하고 있다.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12일 '셀렉트USA 인베스트먼트 서밋' 현장. /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셀렉트USA 투자 서밋

미 상무부가 대미 투자 촉진을 위해 2013년부터 열어온 미국 최대 투자 유치 행사다. 50주(州)와 경제개발청(EDO) 관계자들이 총출동해 글로벌 기업, 각국 정부 관료를 상대로 투자 유치 활동을 벌인다. 2011년 버락 오바마 정부 때 설립된 ‘셀렉트USA’는 미국에 투자하려는 해외 기업과의 연락 창구 역할을 하는 연방 정부 조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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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셔널하버(메릴랜드주)=김은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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