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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마음 속 창가에 피어있는 詩

조선일보 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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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클럽] 마음 속 창가에 피어있는 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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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 학미터널 부근 화물차 사고, 1명 사망…비류대로 양방향 통제
자크 루이 다비드의 1787년작 ‘소크라테스의 죽음’.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가는지는, 신 외엔 모른다”고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자크 루이 다비드의 1787년작 ‘소크라테스의 죽음’. 사형선고를 받은 소크라테스는 “나는 죽으러 가고, 여러분은 살러 갈 것이다. 그러나 우리 중 어느 쪽이 더 나은 운명을 향해 가는지는, 신 외엔 모른다”고 했다.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소장


지난주 Books는 ‘한국정치평론학회와 함께하는 이 시대의 고전’이라는 새로운 기획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사람들이 극단 유튜버들의 세계관에 휘둘려 양극단으로 치닫는 시대, 과거를 반성하고 현재를 성찰하기에 적절한 고전,

그 중에서도 특히 정치철학과 관련된 고전을

전문가들의 해석을 통해 읽을 수 있도록 마련한 기획입니다.

그 첫 번째로 박성우 서울대 정치외교학부 교수가 본 플라톤의 ‘변론’이 게재되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소크라테스의 변명’이라고 알고 있는 그 책으로


사형 선고를 받기 전 법정에서 소크라테스가 아테네 시민들을 대상으로 변론한 내용을 제자 플라톤이 방청석에서 기록한 걸 바탕으로 합니다.

뉴욕타임스 북리뷰가 얼마 전 웹사이트에서 ‘시 외우기 챌린지(Poetry Challenge)’를 열었습니다.

외울 시로 1923년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 시인 에드나 세인트 빈센트 밀레이(1892~1950)의 ‘회상(Recuerdo)’을 제시했어요. 5일간 매일 시에 대한 해석을 들려주고 시구를 적는 퀴즈를 내 독자들이 시를 외울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회상’은 세 연짜리 짧은 시로, 첫 연은 이렇습니다.

“우린 참 피곤했고, 참 즐거웠지—/밤새 페리를 타고 오갔거든./그 배는 텅 비고 밝았고, 마구간 냄새가 났지—/그러나 우린 불을 바라보며, 탁자 너머 서로 기대었지,/우리는 달빛 아래 언덕 꼭대기에 나란히 누워 있었고,/기적 소리는 계속 울리고, 새벽은 이윽고 다가왔어.”

시의 화자는 뉴욕 맨해튼과 허드슨강 스태튼아일랜드 사이를 왕복하는 페리에 탑승한 연인입니다. 헤어지기 싫어 밤새 배 안에서 사과와 배를 먹으며 함께 있다 날이 밝아서야 하선합니다.


“우린 참 피곤했고, 참 즐거웠지—/밤새 페리를 타고 오갔거든./너는 사과를 먹고, 나는 배를 먹었지./우리가 어딘가에서 사 온 과일 한 봉지에서 꺼내./하늘은 희미해졌고, 바람은 차가워졌고,/해는 황금을 가득 담은 물동이에서 뚝뚝 떨어지듯 떠올랐어.”

마지막 연을 읽어볼까요?

“우린 참 피곤했고, 참 즐거웠지—/밤새 페리를 타고 오갔거든./우린 숄로 머리를 감싼 여인에게 ‘좋은 아침이에요, 어머니!’ 인사했고,/조간 신문을 샀지만, 둘 다 읽진 않았어./그리고 그녀는 울먹였지, 사과와 배를 받고, “신의 축복을!”,/우리는 지하철 요금만 빼고 가진 돈을 모두 그녀에게 주었지.”

뉴욕타임스는 배우 에단 호크, 미국 계관시인 에이다 리몬 등 유명 문화예술인이 이 시를 암송하는 영상을 게시하고 시구에 관한 퀴즈를 내며 외우기를 독려합니다. 난해하지도 뻔하지도 않으면서 운율이 있어 외우기 좋은 시를 골랐다네요.

챌린지의 취지는 이렇습니다. “문자와 폭언, AI가 만든 조악한 것들이 범람하는 이 시대에, 시는 우리의 의식(意識) 속에서 훨씬 더 조용하고 덜 상품화된 자리를 차지한다. 마음속 창가에 놓인 한 송이 꽃처럼.”

지금 여러분의 마음속 창가엔 어떤 꽃이 피어 있나요? 곽아람 Books 팀장

'읽는 직업' 가진 여자의 밥벌이로 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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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아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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