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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SOS 줄잇는데…M&A 통한 회생은 가뭄

이데일리 박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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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기업 SOS 줄잇는데…M&A 통한 회생은 가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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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완 절실한 기업회생제도]①
복잡한 구조·거래절벽 직면한 회생 M&A 시장
홈플러스·발란 등 다양한 업종서 잇따른 회생신청
고금리·경기 불확실성에 구조조정 압박 커진 탓
실제 M&A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어…우려↑
이 기사는 2025년05월11일 21시45분에 마켓인 프리미엄 콘텐츠로 선공개 되었습니다.


[이데일리 마켓in 박소영 김연지 기자] 국내 회생 인수·합병(M&A) 시장이 복잡다단한 구조와 거래 절벽이라는 이중 부담에 직면하면서 빠르게 위축되고 있다. 경기 불확실성 장기화로 회생절차에 들어서는 기업은 나날이 늘고 있으나 실질적인 인수로 이어지는 경우는 갈수록 줄어드는 모양새다. 국내 자본시장에서는 “거래 없는 구조조정은 기업 생태계 전체에 부담을 남긴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인수 무산으로 파산에 이르는 기업이 늘어날 경우, 구조조정의 순기능이 사실상 마비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그래픽=이데일리 김일환 기자]




11일 서울회생법원에 따르면 올해 4월 말까지 법인회생 사건 접수는 138건으로 전년 동기 108건 대비 약 27.8% 늘었다. 2023년 같은 기간 접수 건수 95건과 비교하면 45% 이상 증가한 수치다.

회생기업 매물은 늘어나고 있지만, 실제 M&A로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 대법원 자료에 따르면 매년 1분기 기준 회생법원 기업 매각공고 추이를 따져보면 2021년 2건, 2022년 10건, 2023년 10건, 2024년 12건으로 매년 증가세를 보였지만 올들어서는 4건에 그쳤다. 그나마 전년도와 등록이 겹치는 위니아를 제외하면 올해 신규 매물은 3건에 불과하다.

시장 전문가들은 거래 실패의 주요 원인으로 △채권자 간 이해관계 미정리 △불명확한 법적 리스크 △매각 구조 부재 등을 꼽는다. 특히 인수 후보자가 사전 협상까지 진행하고도 법원의 회생계획 인가 직전 철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M&A 자문 업계 관계자는 “회생절차 안에서 거래가 성사되려면 단순 투자 의사뿐 아니라, 법원의 인가 가능성과 채권자 조율까지 고려된 구조 설계가 전제돼야 한다”며 “우선협상대상자를 정해두고 공개 입찰을 병행하는 ‘스토킹호스’ 방식 같은 사전설계형 매각도 충분한 이해가 없으면 무산될 수 있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기업회생이 더 이상 일부 부실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자금시장 경색이 이어지며, 외부 자금 없이 견디기 어려운 구조를 가진 기업들은 중견기업 이상이라도 회생 리스크에 노출되고 있어서다. 동시에 회생절차가 채권 회수의 리스크를 키우는 구조로 전환될 수 있다는 점에서 금융기관·협력사·직접 투자자들에게도 구조 파악이 요구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회생절차가 시작되면 회생채권 확정, 조사확정재판, 우선변제권 판단 등 복잡한 절차가 동시에 진행된다”며 “단순 채권만 보유하고 있는 기업도 실질적으로는 법률적 대응이 필요한 주체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시장에선 하반기 본격적인 기업 구조조정이 시작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온다. 고금리와 고물가에 트럼프발 관세전쟁, 대선을 둘러싼 국내 정치 불안정 등이 겹치며 기업의 조달 환경과 매각 시장이 동시에 경색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중견 제조업, 프랜차이즈 본사, 유통 플랫폼 등 여러 산업군에서 사모펀드(PEF) 운용사나 전략적 투자자(SI)를 유치하기 위해 시도하다가 회생을 선택하는 흐름이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위기 국면일수록 회생·파산제도에 대한 이해가 경영자와 투자자 모두에게 실질적 리스크 관리를 가능하게 하는 도구가 된다고 조언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구조조정 컨설턴트는 “예전엔 회생이라는 단어 자체가 꺼려졌지만, 지금은 실질적 조정 수단이자 투자 회수 전략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며 “문제는 정보를 갖고 준비한 자와 그렇지 않은 자의 격차가 급격히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