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지도부가 주도한 전례 없는 대선 후보 날치기 강제 교체 시도는 10일 0시에 시작돼 이날 오후 11시 17분경, 23시간 17분 만에 막을 내렸다. 당 지도부는 김문수 대선 후보의 후보 자격 박탈과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의 교체 절차를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9일 오후 법원이 김 후보 측이 낸 대선 후보 지위 인정 가처분 신청과 전당대회 및 전국위원회 개최 금지 가처분 신청을 모두 기각한 직후였다.
국민의힘 홈페이지에 공고된 김문수 대선 후보 선출 취소 공고문과 한덕수 전 총리 대선 후보 등록 공고문. 국민의힘 홈페이지 캡처 |
당 지도부는 0시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해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을 취소한 뒤 오전 3시부터 대통령 후보 등록을 받는다는 공고를 냈다. 이에 한 전 총리가 국민의힘에 입당한 뒤 유일한 대선 후보로 등록했다. 그러자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부터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를 한 전 총리로 교체하는 안건에 대한 찬반 투표를 진행했다. 하지만 오후 9시까지 계속된 투표에서 후보 교체 안건이 부결되면서 오후 11시 17분 김 후보의 후보 자격이 복원됐다. 당 지도부가 약 3주간 치른 대선 경선을 뒤집고 꼼수와 편법을 동원해 강제 후보 교체를 시도한 것을 두고 당내에선 “5·16 쿠데타급” “12·3 비상계엄과 흡사하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국민의힘 지도부가 김문수 대선 후보 대신 한덕수 전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로 재선출하기 위해 당 비상대책위원회를 소집하고 회의장에 들어가는 모습. 채널A 화면 캡처 |
● 날치기 후보 교체
당 지도부가 김 후보의 대선 후보 자격을 박탈한 것은 한 전 총리와의 단일화를 거부하고 당 지도부의 단일화 요구에 대해 잘못된 주장을 한 것이 당헌 74조 2항의 대선 후보에 관한 사항을 변경할 수 있는 ‘상당한 사유’에 해당한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으로부터 대통령선거 후보 자격이 취소된 김문수 후보가 10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 마련된 대선 캠프 사무실에서 긴급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5.5.10/뉴스1 |
당 지도부는 오전 2시 30분 당 홈페이지에 ‘대선 후보자 등록 신청 공고’를 게시했고 오전 3~4시 단 1시간 동안 후보 등록 신청을 받았다. 새벽에 국민의힘에 입당해 당원이 된 한 전 총리 측은 오전 3시 20분경 국회 본청에 후보 등록 서류를 냈다. 대선 후보로 등록한 것은 한 전 총리가 유일했지만 당 비대위는 오전 4시 40분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등록하는 안건을 의결했다.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김문수 대통령 후보 자격 취소·한덕수 전 총리 입당 및 대선후보 등록 과정에 대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신동욱 수석대변인, 권 비대위원장, 강명구 의원. 2025.5.10 뉴스1 |
당 지도부는 오전 10시부터는 전 당원을 대상으로 대선 후보 변경에 대한 찬반을 묻는 자동응답전화(ARS)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찬성이 과반이면 11일 열릴 전국위원회를 통해 한 전 총리를 국민의힘 대선 후보로 확정하기 위해서였다.
10일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김문수 캠프 관계자들이 국민의힘 21대 대통령 후보자 선출취소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서를 제출하기 앞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5.10 김문수 캠프 제공 |
대선 후보 자격이 박탈된 김 후보는 낮 12시 반 서울남부지법에 당의 후보 취소 결정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냈다.
당 주도의 강제 후보 교체 과정을 둘러싼 비판이 빗발치는 가운데 나경원 의원 등 중진 의원들이 중재를 제안하면서 당원투표 종료를 2시간 앞둔 오후 7시부터 국회에서는 김 후보와 한 전 총리 측의 단일화 협상이 재개됐다. 하지만 9일에 이어 여론조사 방식에서 또다시 대립하면서 40여 분 만에 협상이 결렬됐다.
● 당내 “북한도 이렇게 안 한다” “비상계엄과 같아”
강제 후보 교체의 9부 능선을 넘어선 오후 11시경 당 지도부는 비대위를 열어 전 당원 투표 결과를 확인했다. 하지만 앞서 단일화 찬반 투표에서 압도적인 찬성표를 던졌던 당원들은 한 전 총리로의 후보 교체엔 과반이 반대표를 던졌다. 권영세 전 비대위원장은 “김 후보의 대통령 후보 자격이 즉시 회복됐다”고 발표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선거 후보가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첫 회의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당 안팎에선 당 지도부 주도의 강제 후보 교체 시도를 두고 “반민주적 폭거”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한동훈 전 대표는 “날치기 단독 입후보”라며 “북한도 이렇게는 안 한다”고 비판했다. 안철수 의원도 “새벽 기습작전을 방불케 한다. 당 지도부의 만행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과 다를 바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김문수 대통령선거 후보와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1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대선후보 사무실에서 회동을 마친 뒤 포옹하고 있다.박형기 기자 oneshot@donga.com |
홍준표 전 대구시장은 “한밤중 계엄으로 자폭하더니 한밤중 후보 약탈 교체로 파이널 자폭을 한다”고 비판했다.
최혜령 기자 hersto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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