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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민주화 운동가에서 ‘보수’로 극과 극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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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민주화 운동가에서 ‘보수’로 극과 극 ‘변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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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원 투표로 ‘기사회생’ 김문수 국민의힘 후보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9월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2년 9월30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김문수 신임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민청학련 사건으로 제적 후
명망있는 노동운동가 발돋움
민자당 입당하며 우파의 길

3선 의원에 재선 경기지사
전광훈과 자유통일당 창당도
야인 10년…윤 정부서 재기

김문수 국민의힘 대선 후보(74)는 노동·민주화 운동가에서 ‘아스팔트 우파’로 전향한 정치인이다.

3선 국회의원과 재선 경기지사를 역임하며 승승장구하다 10년 가까이 침체기를 거친 뒤 윤석열 정부에서 재기했다. 당 지도부의 신속한 단일화 요구를 거부해 후보 교체 위기를 맞았지만 기사회생해 최종 후보가 됐다.

1951년 경북 영천에서 태어난 김 후보는 어려운 가정환경 속에서 1970년 서울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박정희 정권 시기의 대학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1971년 전국 학생시위와 1974년 전국민주청년학생총연맹(민청학련) 사건으로 두 차례 제적됐다.

제적 이후 본격적으로 노동운동에 뛰어들었다. 서울 청계천 피복공장에서 재단보조공으로 일했고, 1976년부터 4년간 전국금속노조 한일도루코 노조위원장을 맡았다. 1980년과 1986년, 노동운동과 민주화운동 과정에서 구속됐다.

김 후보는 1980년대 대표적인 노동·민주화 운동가로 꼽혔다. 1985년 전태일기념사업회 사무국장을 맡았고,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한때 “내 아들”로 불렀다고 전해진다. 노동운동의 전설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1990년 이재오 전 의원과 장기표씨 등 재야 민주화·노동운동 세력을 규합해 민중당을 만들어 정계에 진출했다. 민중당은 국회의원을 배출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었다. 김 후보는 1994년 김영삼 당시 민주자유당 총재의 권유로 민자당에 입당했다. 우파 진영으로의 전격적인 이적이었다.


보수 진영 정치인이 된 후 승승장구했다. 경기 부천 소사에서 1996년부터 2006년까지 3선 국회의원을 지냈다. 2006년부터 2014년까지 재선 경기지사로 일하며 행정가 경험을 쌓았다.

2012년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대선 경선에 출마했지만 박근혜 당시 대선 후보(83.97%)에게 밀려 2위(8.68%)에 머물렀다. 2016년 총선에서 대구 수성갑에 출마해 낙선했고, 2018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후보로 나선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떨어졌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을 기점으로 ‘아스팔트 우파’ 정치인으로 변모했다. 당시 탄핵 반대 ‘태극기집회’에 연일 참석했고, 문재인 당시 대통령을 겨냥해 과격한 발언을 쏟아냈다. 2019년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와 자유통일당을 창당해 극우 개신교 세력에 의탁했다.


2022년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며 오랜 야인 생활을 끝내고 제도권에 복귀했다. 장관급인 경제사회노동위원장과 고용노동부 장관을 연이어 맡았다. 윤석열 정부의 핵심 과제인 노동개혁을 이끌며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국회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의 12·3 불법계엄 선포에 대한 사과를 거부한 것이 이번 대선 출마 과정의 결정적 장면으로 꼽힌다. 그는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일어나 사과하라는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요구에 응하지 않은 유일한 국무위원이었다. 이 이미지를 토대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했다.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입장을 고수하며 보수 지지세를 확보했고, 지난달 윤 전 대통령 파면 직후 대선에 뛰어들었다.

김 후보는 당내 경선 과정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적극적인 단일화’를 앞세워 지난 3일 최종 후보로 선출됐다. 이후 단일화 속도를 두고 당 지도부와 갈등을 빚은 끝에 지난 10일 새벽 후보직 박탈이라는 사상 초유의 일을 겪었다. 같은 날 밤 당원들의 후보 교체 반대로 후보직을 회복하며 기사회생했다.


핵심 측근 그룹은 보수 진영 전직 국회의원들로 구성돼 있다. 김 후보 비서실장을 맡아 단일화 협상에 나섰던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이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6선의 이인제 전 의원을 비롯해 박계동·차명진·원유철 전 의원 등도 거론된다. 이들은 최근 성명을 내고 김 후보 선출에 힘을 실었다.

인명진 전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과 김진홍 목사도 김 후보와 가까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교회지도자협의회 대표회장 최병두 목사 등 개신교계 목사들도 김 후보 주변 그룹에 속한다.

박광연·이보라 기자 lightyear@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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