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당원 투표 50%, 여론조사 50%’ 방식으로 대선 후보를 결정했다. 나아가 국민의힘은 김문수·한덕수 양자 간의 단일화 역시 같은 방식으로 진행하려고 했다. 이처럼 여론조사는 주요 정당들의 후보 선출 과정에서 핵심적인 도구가 됐다. 문제는 이런 방식이 과연 공정하고 민주적인가 하는 점이다.
겉으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여론조사는 조작과 왜곡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응답을 유도하는 질문 설계,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설문 기법, 실체가 불분명한 조사기관 동원이라는 여론조사의 어두운 단면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명태균 사건’에서 드러났듯, 여론조사는 인위적으로 조작 가능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중심의 후보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거의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걸려 온 전화에 응답한다는 데 있다. 이는 숙고나 판단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응답자는 단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답하게 되고, 유명인이나 현직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고착된다. 이런 방식은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인지도에 따른 선출을 낳고, 정당의 공천이 전화 응답률로 결정되는 비민주적 상황을 만들어낸다.
겉으로는 중립적이고 객관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여론조사는 조작과 왜곡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 응답을 유도하는 질문 설계, 특정 후보를 배제하기 위한 설문 기법, 실체가 불분명한 조사기관 동원이라는 여론조사의 어두운 단면은 한둘이 아니다. 특히 ‘명태균 사건’에서 드러났듯, 여론조사는 인위적으로 조작 가능한 수단이 될 수도 있다. 여론조사 중심의 후보 결정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유권자들이 후보에 대해 거의 정보를 갖지 못한 상태에서 걸려 온 전화에 응답한다는 데 있다. 이는 숙고나 판단의 여지를 거의 주지 않는다. 응답자는 단편적인 정보만 가지고 답하게 되고, 유명인이나 현직자에게 유리한 구조가 고착된다. 이런 방식은 정책이나 비전이 아닌 인지도에 따른 선출을 낳고, 정당의 공천이 전화 응답률로 결정되는 비민주적 상황을 만들어낸다.
실제로 여론조사로 공직 후보를 선출하는 나라는 한국이 거의 유일하다. 이는 민주주의 제도 측면에서도 매우 이례적이며, 공천 과정의 정당성과 대표성에 심각한 의문을 던진다. 그렇다면 대안은 없는가? 있다. 성별·지역·연령을 고려해 무작위로 구성된 일정 수의 시민 선출단을 만들어 이들에게 후보자의 정책 영상, 주요 이력,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을 사전에 제공한 뒤 당일 정책 발표, 후보 간 토론, 선출단과의 질의응답을 거쳐 투표로 결정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숙의 기반 후보 선출 방식은 이미 해외에서 시도된 바 있다. 2006년 그리스 사회당은 아테네 외곽 도시 마루시(Marousi)의 시장 후보를 선정할 때 무작위로 선발된 시민 선출단에 사전 교육을 실시하고 후보자 정견 발표와 토론, 질의응답 등을 통해 최종 투표를 진행했다.
그 결과 여론조사에서 앞섰던 인물이 아닌, 정책 이해도와 성실성이 돋보였던 후보가 최종 선택됐다. 이 사례는 무작위성과 숙의가 결합된 방식이 여론조사의 단점을 어떻게 보완할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물론 현실적인 제약도 있다. 무작위 추첨을 통해 일정 규모의 선거인단을 모집할 수 있겠느냐는 점과, 선정에 들어가는 비용이 여론조사와 달리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이다. 특히 공직선거법은 유권자에게 금전을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 참여를 유도하면서도 위법이 되지 않는 방식이 필요하다. 온라인 방식 도입, 법 개정을 통한 최소한의 수당 지급 허용 등 제도적 장치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과제는 실제 참여할 시민을 확보하고, 특정 정치 세력의 조직적 동원을 차단해 진정한 무작위성을 보장하는 것이다.
여론조사는 민심의 ‘파편’을 측정하는 도구일 뿐,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가 되어선 안 된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은 여론조사 중심 정치에서 벗어나, 시민의 숙의와 판단이 작동하는 정치 구조로 나아가는 일이다. 이를 위한 첫걸음은 후보 선출 과정부터 근본적으로 바꾸는 데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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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문 연세대학교 국가관리 연구원 연구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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