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의 '실질통제' 사례는
韓선 고려아연 등 핵심기술 기업들
외국계 사모펀드 먹잇감으로 전락
외국인 판단기준 '실질 지배' 돼야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외국 자본의 '실질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기술 유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국적·법인 등록지 등 형식적 기준에 머물러 외국 자본의 우회 투자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정작 핵심인 '실질 지배력' 기준이 빠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각국은 기술 주권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무산이다.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말 21조원 규모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는 전략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철강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해당 인수는 허용될 수 없다"며 동맹국 간 거래임에도 기술 주권을 이유로 인수를 차단했다.
韓선 고려아연 등 핵심기술 기업들
외국계 사모펀드 먹잇감으로 전락
외국인 판단기준 '실질 지배' 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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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주요국이 외국 자본의 '실질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기술 유출을 엄격히 규제하는 반면, 한국은 여전히 국적·법인 등록지 등 형식적 기준에 머물러 외국 자본의 우회 투자를 막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커지고 있다. 최근 정부가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했지만, 정작 핵심인 '실질 지배력' 기준이 빠지면서 실효성 논란이 제기된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각국은 기술 주권과 국가안보 강화를 위해 외국인 투자에 대한 규제를 지속 확대하고 있다.
대표적 사례는 일본제철의 미국 US스틸 인수 무산이다. 일본제철은 지난 2023년 말 21조원 규모의 인수를 추진했지만, 미국 정부는 전략산업 보호를 이유로 이를 불허했다. 당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미국 철강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을 감안할 때 해당 인수는 허용될 수 없다"며 동맹국 간 거래임에도 기술 주권을 이유로 인수를 차단했다.
미국은 외국인투자심의위원회(CFIUS)를 통해 외국인의 실질적 통제 여부를 기준으로 투자 심사를 진행한다. 특히 지난 2018년 제정된 '외국인투자위험심사 현대화법(FIRRMA)' 이후 CFIUS의 권한은 크게 확대돼, 외국인 지분율과 관계없이 실질 지배력에 따라 심사 대상이 결정된다.
EU는 외국인투자심사 규정을 통해 반도체·항공우주·데이터·공급망 등 전략 산업에 대해 지분율과 관계없이 사전 신고와 승인을 의무화하고 있다. 독일은 지난 2020년 대외무역법을 개정해, 국가안보나 공공질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외국인 투자를 제한할 수 있도록 제도를 강화했다.
일본 역시 지난 2021년 투자심사법을 개정해, 외국인 투자 시 신고 의무 대상 분야를 기존 6개에서 17개로 확대했다. 또 외국인이 25% 이상 지분을 취득할 경우 사전 신고를 의무화했으며, 정부는 국가안보에 우려가 있을 경우 '콜인' 권한을 통해 직접 심사에 착수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은 외국인 여부를 판단할 때 국적이나 법인 등록지 등 형식적 기준에 의존하고 있다. 산업기술보호법 시행령 제18조의2는 외국인 또는 외국인이 지배하는 법인의 인수에 대해 산업부 장관 승인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외국 자본이 통제하는 내국인 명의의 법인이나 사모펀드에는 신고 의무가 없다.
권재열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우리나라는 여전히 외국인을 형식적 국적 기준으로만 정의하고 있다"며 "산업기술보호법의 실효성을 높이려면 실질 지배력을 기준으로 외국인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사모펀드가 노리고 있는 SK실트론, 고려아연 등 핵심기술 보유 기업들은 외국계 자본의 실질 지배 논란에 휘말리고 있다. 권 교수는 "고려아연은 국내 기업이지만, 사모펀드가 경영권을 갖게 되면 주요 의사결정 구조나 자금 출처 측면에서 외국계가 실질적 통제력을 가지게 될 수 있다"며 "자본 위장 전술에 대비하지 않으면 기술 유출은 하루아침에 현실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동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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