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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활보하는 러시아... "현대차, 재진출 성공하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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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차 활보하는 러시아... "현대차, 재진출 성공하려면 이렇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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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硏 "러, 중국 차 점령"
합작·위탁 생산 등 검토 필요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대차 제공

러시아 상트페트르부르크에 있는 현대차 러시아 공장. 현대차 제공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러시아에서 철수한 자동차 기업들의 재진출 가능성과 관련, 어느 때보다 정교한 판매 전략으로 승부수를 띄워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해외 기업들의 빈자리를 중국 자동차 브랜드들이 파고든 상황에서 전쟁이 끝나더라도 시장 불확실성은 이전보다 커진 탓이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은 9일 발표한 '러·우 전쟁 발생 후 러시아 시장 변화와 전망'이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글로벌 제조사가 러시아 시장에 재진출해도 과거의 높은 점유율을 쉽게 회복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전쟁 이후 러시아 자동차 시장이 중국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된 탓이 크다. 현대차만 해도 전쟁 전 러시아 시장에서 상당한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쟁 직전인 2021년 러시아 신차 판매 점유율은 현대차·기아(24.4%)가 1위였다. 러시아 브랜드 라다(22.4%)와 독일 폭스바겐그룹(13.3%)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전쟁 이후 해외 기업들이 짐을 싸고 나간 자리를 중국 브랜드들이 빠르게 채웠다. 러시아가 수입한 신차 가운데 중국 비중은 약 80%(2024년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라다(27.8%)에 이어 체리(20.4%), GWM(14.2%), 지리(12.3%), 창안(7.0%) 등 중국 업체가 점유율 2~5위를 휩쓸었다. 다만 중국차 내구성과 부품 수급 체계 등에 대한 러시아 소비자의 신뢰도는 높지 않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향후 러시아 정부가 글로벌 기업의 자국 시장 재진출에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보고서는 "러시아 정부는 외국 자동차 제조사에 합작, 기술 공유, 현지화 등 요구 수준을 기존보다 강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실제로 러시아는 2월 외국 자동차 제조사 재진출 허용 조건으로 러시아 내 지사 설립 및 러시아 주도의 합작 투자, 엄격한 현지화율 달성 등을 내걸었다.

불확실성이 큰 시장인 만큼 다양한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보고서를 쓴 이서현 선임연구원은 "러시아 기업과의 협업 범위를 세분화해 합작 및 위탁 생산 등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조아름 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