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은 9일(한국시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토트넘의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결승 진출 축하 이미지를 게시한 뒤 "좋은 아침, 곧 피치에서 보자"라는 글을 달았다. 3주 넘게 이어지던 부상 결장에 마침표를 찍는 셀프 선언이다.
손흥민이 7경기째 실전을 소화하지 못했다. 지난달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와의 유로파리그 8강 1차전에서 살인 태클을 당한 여파로 지금까지 전력에서 이탈했다. 정확한 부상 소견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 재활에 애를 먹는 모습을 보여줘 상당한 걱정을 안겨왔다. 심지어 시즌 아웃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했다.
명확한 사실 전달이 없어 더욱 우려를 키웠다. 엔제 포스테코글루 감독은 준결승 1차전 때만 하더라도 손흥민이 잔디를 밟기 시작했고, 개인 훈련을 진행하고 있어 2차전에는 복귀 가능하다고 바라봤다. 이를 위해 지난 주말 웨스트햄 유나이티드와 프리미어리그 35라운드에서도 결장했다.
복귀 기대가 산산조각났다. 토트넘은 보되/글림트와 원정 2차전을 앞두고 노르웨이로 향하는 선수단 영상을 게시했다. 포스테코글루 감독을 시작으로 주축들이 모두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손흥민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복귀가 가능하다면 누구보다 밝은 에너지를 내뿜으며 선수단을 앞장섰을 손흥민인데 원정길에 오르지 않은 듯하다. 손흥민과 함께 부상으로 알려진 매디슨과 루카스 베리발도 포착되지 않았다.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우승 DNA를 40여년 만에 되살렸다. 이들은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 초대 챔피언이다. 1971-72시즌 처음 열린 UEFA컵을 우승했고, 1983-84시즌에도 정상에 올랐다. 이후 41년 만에 재정비된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르면서 그동안 무관 치욕을 이겨낼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영국풋볼리그(EFL) 칼링컵 우승 이후로 정상에 오른 기억이 없다.
손흥민에게도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을 달성한 기회가 닿았다.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를 통해 프로로 데뷔한 손흥민은 15년을 뛰고 있지만 한 차례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토트넘에서 10시즌을 보내면서 세 차례 우승할 기회가 있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20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위를 시작으로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1시즌 카라바오컵 우승 좌절까지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토트넘은 우승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일정까지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유로파리그 결승전 참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토트넘의 요청으로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 37라운드 개최 시간을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토트넘은 휴식 시간을 확실하게 확보했다. 예정대로 빌라전이 18일에 치러졌다면 유로파리그 결승을 준비하기까지 사흘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결승전이 열리는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제대로 쉴 틈이 없다. 그래서 하루 앞당겨 빌라전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받아들이면서 우승 도전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손흥민이 당장은 돌아오지 못했어도 결승에 맞춰 복귀하면 커리어 최후의 도전을 펼칠 수 있다. 최종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잡으면 손흥민은 마침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특히 토트넘의 주장으로 누구보다 먼저 우승 트로피를 매만지고 하늘 위로 치켜들 자격을 갖췄다. 손흥민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손흥민이 모든 우려를 날렸다. 이제 손흥민의 시간이 다시 열렸음을 스스로 알리면서 복귀를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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