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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대표회의, ‘대법원장 사퇴가 신뢰 회복 출발점’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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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법관대표회의, ‘대법원장 사퇴가 신뢰 회복 출발점’ 직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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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4월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해 4월8일 오전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사법연수원에서 열린 전국법관대표회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국법관대표회의가 오는 26일 법원의 정치적 중립 문제를 의제로 회의를 열기로 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주도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상고심 ‘속도전’으로 사법부에 대한 국민 신뢰가 무너진 사태를 법관들도 심각하게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조 대법원장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한 사태 해결은 요원하다. 국민의 신뢰 훼손과 이로 인한 사법부의 상처가 더 깊어지기 전에 조 대법원장은 스스로 물러나야 할 것이다.



전국 법원의 대표 판사 126명으로 구성된 법관대표회의는 9일 “구성원의 5분의 1 이상이 법원의 정치적 중립에 대한 의심과 사법에 대한 신뢰 훼손 문제에 대해 논의하고 입장을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로 임시회의 소집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 후보에 대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 이후 법원 내부망에 현직 판사들의 비판 글이 잇따랐다. 김주옥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는 지난 7일 “조 대법원장 사퇴 권고를 포함해 국민적 신뢰 회복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며 법관대표회의 개최를 요구했다.



이 같은 내부 비판 속에 법관대표회의가 열리게 됐지만, 전체 법관들이 지금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는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판사 대표들이 지난 8일부터 이날 오전까지 진행한 투표에서 임시회 개최에 찬성한 이는 정족수를 겨우 채운 26명이었다고 한다. 반대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민들은 일부 법관들이 일반인의 상식과 법감정에 미치지 못하는 판결을 내놓더라도 사법부의 권위를 존중하며 인내해왔다. 사법권을 법원에 귀속시킨 헌법 질서를 최대한 존중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번에 대법원은 주권자의 민주적 권력 창출 과정을 왜곡하려는 노골적인 시도로 헌법 질서 자체를 훼손하기에 이르렀다. 지금 국민들이 사법부에 가하는 질타는 헌정을 수호하려는 주권자의 준엄한 명령이다. 이를 직시하지 못하는 법관은 민주국가의 사법관으로서 자격이 없다.



법관대표회의는 조 대법원장의 사퇴와 대법관들의 대국민 사죄를 강력히 요구해야 한다. 사법부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처다. 이번 사태를 어물쩍 넘어가서는 사법부의 독립이란 가치도 껍데기만 남게 될 것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법관대표회의는 윤석열 전 대통령 재판에서 드러난 법원의 극명한 편향성과 박약한 헌정 수호 의지도 돌아봐야 한다. 사법부 독립은 국민 위에 군림하며 멋대로 판결을 내리라고 주어지는 특권이 아니다.



이번 법관대표회의는 진정한 의미의 사법부 독립은 무엇이며 이를 실현할 방안은 무엇인지 치열하게 논의하는 자리가 돼야 할 것이다. 그에 앞서 조 대법원장은 더 늦기 전에 사죄하고 물러나는 게 국민과 사법부 구성원에 대한 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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