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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르누아르가 그린 아이들... 찬란한 어린 시절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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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네, 르누아르가 그린 아이들... 찬란한 어린 시절을 소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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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릴 시아마·마리 델바르, '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

클로드 모네의 '요람 안의 장 모네'. 요람 안에 모네의 큰 아들 장을 유모가 지켜보고 있다. 더퀘스트 제공

클로드 모네의 '요람 안의 장 모네'. 요람 안에 모네의 큰 아들 장을 유모가 지켜보고 있다. 더퀘스트 제공


까만 눈망울에 젖살이 통통한 갓난아이가 요람에 누워 있다. 화사한 꽃무늬 베일과 순백의 침구에 안긴 아이 옆에는 유모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앉아 있다. 그림 속 아이는 '인상주의' 창시자인 클로드 모네의 첫째 아들 장 모네다. 장이 태어날 당시 모네는 지독하게 가난했지만 그림에선 가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생애 첫아이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사랑과 행복이 가득 녹아들었을 뿐이다. 모네는 태어난 지 넉 달된 장을 그린 '요람 안의 장 모네'를 시작으로 아들의 모습을 계절마다 성장 앨범처럼 남긴다.

'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은 인상파 화가들이 그린 어린이 그림을 모은 화집이다. 2023년 프랑스 지베르니인상파미술관에서 열린 '인상파 화가와 어린이들' 전시회 도록을 번역했다. 전시의 주요 출품작 150점과 큐레이터인 저자들의 글이 수록됐다.

르누아르의 '젖먹이는 여인'. 빅퀘스트 제공

르누아르의 '젖먹이는 여인'. 빅퀘스트 제공

책에는 모네 외에도 카미유 피사로, 피에르 오귀스트 르누아르, 베르트 모리조 등 인상파 예술가 그룹의 화가들이 등장한다. 화가는 이미 있는 현실을 재현하면서도 자신만의 이미지를 창조하는 사람이다. 화가들은 어린이의 일상을 묘사함으로써 누구나 가슴속에 간직하고 있는 그 시절을 잡아두려고 애썼다. 말하자면 책은 눈앞의 아이를 디딤돌 삼아 기록한 모두의 '어린시절' 이야기다.

모리조의 '인형을 든 소녀'. 빅퀘스트 제공

모리조의 '인형을 든 소녀'. 빅퀘스트 제공


르누아르는 어린이 특유의 개성을 살린 초상화를 많이 그렸다. 그림으로 생계를 유지해야 했던 그는 미술시장에서 의뢰인의 환심을 사기 위해 어린이 초상화라는 분야를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실제 그는 1879년 살롱전에서 귀족 부인의 자녀를 그린 작품으로 큰 주목을 받았고, 주문이 밀려들어 더 많은 그림을 그릴 수 있었다. 여성 화가 모리조는 딸 쥘리를 그렸다. 딸을 출산한 1878년을 제외하고 모든 인상주의 그룹전에 참여했을 정도로 전업 화가의 삶에 집중했던 그녀는 가장 어린이다운 쥘리의 모습을 그녀의 화풍대로 진지하게 담아냈다. 피사로는 자기 자녀뿐 아니라 예술가들의 자녀들을 그렸다. 당시 예술인들의 아지트였던 자신의 집에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어린이들의 모습에선 충만한 생동감이 느껴진다.

아득한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빛, 눈에 보이는 듯 생생한 붓질, 밝은 색채를 자유자재로 쓴 인상파 거장들의 어린이 그림에 대해 저자들은 말한다. "예술과 삶이 거의 완벽한 조화를 이뤘다." 부록처럼 담긴 마틴 파, 리네케 딕스트라 같은 현대 사진가들의 어린이 사진 또한 흥미진진한 볼거리다.

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시릴 시아마, 마리 델바르 지음·김소연 옮김·더퀘스트 발행·304쪽·3만3,000원

우리가 잊고 있던 날들·시릴 시아마, 마리 델바르 지음·김소연 옮김·더퀘스트 발행·304쪽·3만3,000원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