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이 손흥민 없이 해냈다. 9일(한국시간) 노르웨이 노를란보되의 아스프미라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25시즌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파리그 준결승 2차전에서 보되/글림트를 2-0으로 제압했다.
토트넘은 후반 19분 도미닉 솔란키가 크리스티안 로메로의 헤더 패스를 문전에서 밀어넣으면서 선제골을 터뜨렸다. 기세를 타자 5분 뒤 페드로 포로가 측면에서 올려준 크로스가 그대로 골문 안으로 들어가면서 쐐기를 박았다. 1차전 3-1 승리에 이어 원정에서도 확실하게 이긴 토트넘은 결승 티켓을 확보했다.
토트넘이 유로파리그 우승 DNA를 40여년 만에 되살렸다. 이들은 유로파리그의 전신인 UEFA컵 초대 챔피언이다. 1971-72시즌 처음 열린 UEFA컵을 우승했고, 1983-84시즌에도 정상에 올랐다. 이후 41년 만에 재정비된 유로파리그 결승에 오르면서 그동안 무관 치욕을 이겨낼 절호의 기회를 잡게 됐다. 토트넘은 2007-08시즌 영국풋볼리그(EFL) 칼링컵 우승 이후로 정상에 오른 기억이 없다.
손흥민에게도 프로 커리어 첫 우승을 달성한 기회가 닿았다. 2010-11시즌 독일 분데스리가 함부르크를 통해 프로로 데뷔한 손흥민은 15년을 뛰고 있지만 한 차례도 트로피를 들지 못했다. 토트넘에서 10시즌을 보내면서 세 차례 우승할 기회가 있었으나 모두 준우승에 그쳤다. 2016-17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위를 시작으로 2018-19시즌 챔피언스리그 준우승, 2020-21시즌 카라바오컵 우승 좌절까지 번번이 고비를 넘지 못했다.
토트넘은 우승을 위해 모든 노력을 쏟고 있다. 프리미어리그 일정까지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난주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은 "유로파리그 결승전 참가 가능성을 염두에 둔 토트넘의 요청으로 아스톤 빌라와의 리그 37라운드 개최 시간을 앞당긴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토트넘은 휴식 시간을 확실하게 확보했다. 예정대로 빌라전이 18일에 치러졌다면 유로파리그 결승을 준비하기까지 사흘밖에 주어지지 않는다. 결승전이 열리는 스페인으로 이동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제대로 쉴 틈이 없다. 그래서 하루 앞당겨 빌라전을 개최하는 방안을 제시했고, 프리미어리그 사무국이 받아들이면서 우승 도전에 더욱 힘을 쏟을 수 있게 됐다.
그래도 손흥민의 표정은 밝다. 보되/글림트전에서 함께 재활 중인 라두 드라구신, 루카스 베리발 등과 함께 벤치 근처에서 관전했다. 토트넘이 골을 기록할 때마다 활짝 웃으면서 누구보다 기뻐했다. 조금은 여유롭게 이긴 터라 손흥민의 표정은 시종일관 밝았다.
이를 본 영국 매체 '풋볼런던'은 "토트넘의 주장인 손흥민의 관중석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경기를 보는 것만큼이나 즐거웠다"며 "매 순간 팀을 응원하며 열정적으로 축하했다. 다른 선수들과 즐겁게 시간을 보냈다"고 설명했다.
이어 "라두 드라구신이 라커룸으로 들어가는 동료를 향해 하이파이브를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손흥민이 어색한 손을 때리기도 했다. 손흥민과 드라구신은 어린아이처럼 놀았다. 서로 물병을 던지면서 세우려는 게임을 하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손흥민이 당장은 돌아오지 못했어도 결승에 맞춰 복귀하면 커리어 최후의 도전을 펼칠 수 있다. 최종전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잡으면 손흥민은 마침내 모든 걸 가질 수 있다. 특히 토트넘의 주장으로 누구보다 먼저 우승 트로피를 매만지고 하늘 위로 치켜들 자격을 갖췄다. 손흥민에게 모든 스포트라이트가 향하는 순간이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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